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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태국

우리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by 낭시댁 2017. 2. 20.

 

 

내가 회사에서 제일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이 일본인 가요코와 중국인 에바. 

태국인이나 유럽인들사이에서 우리는 아마 서로에게 가장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끼고 있는듯 하다. 지내보면 정말 비슷한 느낌이 들때가 많다. 문화뿐아니라 음식기호라든가 취향도 마찬가지- 

그러다보니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서로 고민을 털어놓거나 도움되는 조언을 서로에게 해 주기도 하는 좋은 동료이자 친구들이다. 

우리 사무실 분위기는 굉장히 소란스럽다. 태국인들과 유럽인들이 대부분인데 다들 목소리가 크고,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금요일 오후에는 어린 아이들이 뛰어다니기도 한다;; 그 사이에서 곤혼스러워 하는 사람은 나와 가요코 뿐인것 같다. 이렇게 서로 이해하는 동료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일중독 한국 vs 일본

내가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중 하나가 야근이었다. 밤 10시 넘도록 사무실에 홀로 앉아 야근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진저리가 난다. 작년 한국에 출장갔다가 한 제휴업체를 만났는데 그쪽에서 제안한 미팅 시간이 저녁 6시였다. 꽤 규모가 큰회사인데 그시간에 모든 직원들이 오후처럼 자리에 앉아 근무를 하고 있었고 누구하나 퇴근하려는 기색이 없었다. 놀라운건 같이 계시던 영업부장님 말씀이 그 회사에서 밤 9시에 미팅을 오신 적이 있는데 그때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였다고- 

방콕에 있는 우리 사무실은 너무 자유로운 분위기라 저녁 6시가 되기도전에 퇴근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가 있다. 물론 늦게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누구하나 터치하지 않는다. 스스로 할 일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것을 알기때문에 출퇴근시간에 대해서는 존중해 주는것이다. 물론 나도 야근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밤중이나 주말에 업무를 체크할 때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 사무실에서 단 한사람 밤이 늦도록 퇴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일본인 가요코. 

정말 일본 회사들은 한국보다 더하다 싶을때가 있다. 금요일 저녁에 같이 막걸리를 마시다가도 가요코는 전화를 받고는 식당에서 노트북을 펼칠때가 많다. 방콕에서 밤 10시면 일본은 자정인데 그시간에도 영업팀이나 협력업체에서는 근무중이라는 소리다;; 

단 한번도 가요코가 언성을 높이거나 화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헌데 푸켓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똑같은 용건으로 고객이 세번째 전화가 와서 가요코가 소리를 쳤다고 했다. 그만좀 전화하라고 ㅋㅋ 물론 가요코가 진짜 심하게 소리쳤을거라고 믿지는 않는다. 그점이 나와의 차이점인듯 하다. 나는 가끔 할말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해버리거나 언성을 높이기도 하는데 말이지.. 

 

 

쇼핑홀릭 중국인..? 

가요코와 나는 평소 중국인 민폐 관광객들에 대한 기사를 보면 에바에게 놀리듯 얘기를 꺼내곤 한다. 그러면 에바는 챙피해하거나 우리 얘기에다 더한 중국인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덧붙이거나 한다. 에바는 우리가 흔히 듣는 민폐 중국인과는 거리가 먼 친구다. 런던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해외에서 지낸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중국인이 루이비똥을 좋아한다더니 사실인가보다. 

이번 바르셀로나 출장 중 정말 너무 피곤했던 첫날이었는데 에바는 기어코 루이비똥을 가야겠다고 해서 저녁늦게 다같이 찾아갔다. 쌀쌀한 날씨에 매장앞에 길어 늘어선 줄;;;  깜짝 놀랬다. 정녕 저것이 대기줄이란 말인가... 그것도 매장안에 들어가기위한...?? 세일도 아닌데...?? 매장앞은 중국인들로 북적북적했다. 대기한 사람들 뿐 아니라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ㅎㅎ

에바는 줄 맨뒤에 합류를 했고 나와 가요코는 밖에서 기다리다 지쳐서 근처 펍에가서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기로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한~참후 행복한 표정으로 펍으로 조인한 에바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다. ㅋㅋ 보기만해도 배부른 득템이었나보다.ㅎ

매년 사는것도 아니고 유럽에 와서 몇년에만에 하나 비싼 쇼핑하는거 전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남의 돈으로 사는것도 아니고 자기가 모은 돈으로 사는거니까 말이다. 

우리가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그럼 우리는 깔깔 웃으며 코리안 제페니즈 차이니즈라고 소개한다. 

각자 자기나라로 휴가나 출장을 다녀오면 선물을 사오는데 가요코는 주로 귀여운 케릭터모양의 작은 케잌등을 사오고 에바는 진공포장된 닭발이나 생선같은걸 사온다. 정말 각자의 특색이 진하게 느껴지는 ㅎㅎ 우리 셋이 모이면 웃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해외에서 친구를 사귀는게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때문에 서로를 알아주는 이 친구들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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