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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태국

한식당 메뉴에 난감해 하던 외국인 부부

by 낭시댁 2017. 3. 5.

목요일 저녁이었다. 업무가 밀려서 다들 퇴근한 시간에도 사무실에 남아 일을 마무리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7시가 다 되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빨리 일어나 집으로 가려는데 사무실 뒷편에서 조용히 나처럼 늦게까지 남아있던 가요코가 말을 걸어왔다.

"오늘 코리안타운 바베큐에 막걸리 어때?"
"지금? 근데 우리 내일 에바랑 셋이 거기 가기로 했잖아?"
"내일도 가고 오늘도 가자"
"그러지뭐. 알았어."

결국 둘이서 갈비를 먹겠다고 같이 일어나 한인타운으로 갔다



한인타운내 갈비집은 다들 거기가 거기다. 가격도 비슷하고 메뉴도 비슷하고 그저 우리는 밑반찬 잘 주는데로 간다. (개인적으로 장원이 좋지만 밑반찬은 김치류가 대부분이라 남편이나 다른 외국인 친구들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충 하나 찍어서 가게 2층으로 올라갔는데 손님이 꽉차 있었지만 한국인은 보이지않고 다들 외국인들이었다.    

안창살과 돼지목살 하나씩 시키고 가요코가 먹어보고 싶다던 김치콩나물 해장국도 하나 시켰다. 물론 막걸리도~!!

잠시 기다리니 음식들이 모두 나오고 고기를 불판에 촥~!! 올린후 맛나게 깻잎+상추쌈을 싸기시작했다. 가요코는 콩나물을 같이 싸먹는걸 좋아한다. 


각자 방식대로 맛있게 먹고있는데 우리 뒷자리에 앉아계시던 나이든 서양부부 두분이 일어나서 나가시려고했다. 우리가 오기전부터 앉아계시던 분들인데 당연히 식사를 마치고 떠나시나보다 했다.
그런데 이 두분이 떠나시다말고 뭔가에 홀린듯 우리 테이블 앞에 멈춰서서 우리가 먹는걸 빤히 쳐다보고 계신것이었다. 말도 없이 우리가 먹는 반찬이며 고기며 찬찬히 둘러보시더니 우리가 어리둥절해하니 할머니께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리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오셨다. 


"이거... 하나하나 다 주문한거에요..?"
"아니요 우리가 주문한건 요거 요거 (고기 두접시를 가리키며) 랑 밥뿐이고 나머지 반찬이랑 야채는 다 기본으로 포함된거예요. 먹고 더 달라고 해도 돼요. 추가 요금 없어요. 그게 한식의 장점이죠. 그런데 반찬 안주던가요?"


갑자기 두분의 얼굴이 급밝아지셨다.

 
"아하!! 그렇군요! 우리는 아직 주문하지 않았어요. 우리도 그렇게 먹어야겠네요. 좋네요. 고마워요. "


나가시려던 두분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는걸보니 괜히 뿌듯해졌다. 

그렇다. 그분들은 그렇게 한참을 앉아서 메뉴를 살펴보셨는데 메뉴속에 가득한 생고기 사진들을 이해하지 못하셨던것이다. 

우리는 중간에 한번 일어나서 이분들이 잘 주문해서 드시고계신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는데 두분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씨익 웃어주심 ㅎㅎㅎ 아 이런 훈훈하잖아 ㅎㅎ

 


 

훈훈하게 식사하다가 잠시후 시끄러운 중국인 남자때문에 좀 성가신 일도 있었다. 

자기 친구와 화상전화를 하는 모양이었는데 너무 큰소리로 그것도 식당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비디오로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마치 강아지가 흰눈을 난생처음 보고 난리법석을 부리는것같은 느낌이랄까.. 꿈에 그리던 한국 갈비집을 왔구나.. 그랬구나.. 더 웃긴건 좀전의 서양인 노부부 테이블로 가서는 한분씩 인터뷰를 .... ㅋㅋㅋ 나와 가요코는 어이없어 하다말고 웃음이 빵터졌다. ㅎㅎㅎ 그 노부부들을 자기 친구와 화상전화로 인사를 시키는것이었다. 아놔...  외국인 처음보냐고..  잠시후 우리 테이블로도 왔었는데 나와 가요코가 너무 정색하고 쳐다보고 있어서 우리를 패스한후 자기 테이블로 쫄래쫄래 돌아갔다. 그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는 친구들도 그 친구가 부끄러웠을것 같다. 

다음날 에바에게 말해줬더니 에바는 너무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남자 정말 중국인이 맞냐며 부정하고 싶어했다. 

그래도 외국인들이 한국 식당에서 맛있게 한국음식을 즐기는걸 볼때면 항상 뿌듯하다.

집에와서 남편에게 서양인 노부부를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하지. 만약 우리 부모님 두분이서 난생처음 한국식당에 갔다면 주문을 할 수 있었을까? 메뉴에는 다 생고기 사진뿐이고, 밑반찬이 딸려서 나온다는 정보도 없지. 근데 막상 상차림을 보면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걸 알게되지. 바로 코앞에서 바베큐를 먹는게 얼마나 재미있는지도... 그리고는 자꾸자꾸 가게되는거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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