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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칼로 물을 베는 우리는 부부

by 낭시댁 2017. 3. 27.

칼로 물을 베는것 만큼 의미없다는 부부싸움 우리도 한다. 

정말 하찮은 사건들이 항상 발단이 되는데 왜 당시에는 항상 그렇게 심각했을까 싶다. 

그래도 힘든하루를 보내고 집에 갔을때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어떨땐 나보다 더 심하게 흥분해서 회사에서 있었던 모든일을 다 얘기하지 못할때도있다. 나를 위해 발끈하는 모습이 항상 고맙고 든든하다.

나도 마찬가지로 자서방과 사이가 별로 좋지않은 동료얘기를 들을때면 같이 발끈해 준다. 

이렇게 평소엔 깨를 볶고 사이가 좋은데 어제 또한번 우리는 칼로 물을 벴다. 

2주째 탄수화물제로 다이어트중인 자서방은 매일 고기와 삶은 야채만 먹고있다. 

힘든 하루를 보냈다는 자서방을 위해 오늘은 내가 남편을 위해 야채를 삶아주겠다며 평소 자서방이 하던대로 애호박, 그린빈, 가지를 깍둑썰어 압력솥에 익혔다. 문제는 내가 압력솥을 사용하는 법을 잘 몰라 뚜껑이 제대로 안닫혀 있었던거다. 

기대하며 퇴근해 온 자서방이 설익은 가지를 보고는 한소리했다. 

"압력솥 사용하는거 정말 단순한거 아니야? 나영이도 한번보면 다 알겠다!" 이 한마디에 내심 상처를 받고는 대꾸도 안하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렸다. 참고로 나영이는 우리 조카다. 자기 이름이 이렇게 사용되고 있는걸 알면 나영이는 뭐라고 하려나.

아무튼 나는 다음날까지 화가나 있었고 아침일찍 말도 없이 집을 일찍 나와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같이 있을때 점심때쯤 자서방한테 메세지가 왔다. 

"와이프?"

"......."

"오늘 오후에 일찍 퇴근한다고 보스한테 말했어"

"......."

"오늘 저녁 외식할까?"

".........ok"

"너 좋아하는 한식 갈비?" 

".........ok"

우리 남편은 외식을 별로 안좋아한다. 특히 요즘에는 다이어트를 바짝하고 있어서 내가 나가자고해도 안나가던 양반인데 먼저 외식을 하자고 하니 단순한 나는 거절하지 못한거다.

 

저녁때가 다돼 집에 들어갔더니 벌써 집에 와있던 자서방이 베실베실 웃으며 맞아준다. 내 손을 갖다가 자기 머리에 올리기도 하고 내 무표정에 어쩔줄을 몰라하던 자서방에게 말했다.  

"나한테 사과먼저 해야 하지 않아?"

"당연히 하려고 했지. 미안"

"뭐가 미안한데?"

"내가 좀 예민했어. 고맙다고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말이 잘못나왔어. 다신 안그럴게. 이제 손 잡아줄거야?"

"어제 바로 사과를 했어야지. 다음엔 말을 내뱉기전에 먼저 생각하는거 잊지마."

끄덕끄덕하는 모습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남편의 손을 잡고서 갈비집으로 나섰다.

 

자서방이 맥주잔을 들고 한국말로  "건배~" 하며 평소엔 안하던 애교를 부린다.

눈이 마주칠때마다 윙크를 날리는거다. 아 윙크를 못해서 두눈을 같이 깜빡깜빡하는거. 윙크는 평소 내가 자주하는데 무뚝뚝한 자서방은 맨날 날 안받아주곤했다.

 

음식을 주문하면서 내가 직원에게 밥은 반공기만 달라고했더니 자서방이 아니라며 두공기를 달라고 했다. 

"나 이제 다이어트 안할래." 

참고로 다이어트 시작할때 남편 몸무게가 90kg였고 2주전부터 탄수화물제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추가 3kg를 빼서 지금은 84kg가 되었다. 배도 이미 쏙 들어갔다. 식스팩이 있다고는 하는데  본적은 없다. 깊숙히 있다고 한다. 

​고기가 익기전에 내가 오이랑 당근을 와작와작 깨물어먹고 있으려니 자서방이 한마디한다.

"아~ 넌 익힌 야채말고 생야채 좋아하지. 그래서 어젯밤에 일부러.." 

하고는 혼자 숨이 넘어갈듯 웃는다. 한참을 눈물 빠지게 웃더니 무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는 나를 뒤늦게 눈치채고는 미안하다고 정색하며 고기를 다시 굽는다. 

​안웃겨........

그래도 간만에 큰소리로 깔깔 웃는걸 보니 마음이 또 좋다. 

"다신 요리같은거 안할테니 기대하지마"

"아니지 아니지 자꾸 해봐야 늘지 ㅎㅎㅎㅎㅎ" 

왠수같다가도 내편같다가도 왠수같은 너..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미용실앞에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한글이 있어서 봤는데 거꾸로 달려있다. 미장원 ㅎ

​아무렴 어때 태국사람들이 다니는 미용실이라 아무도 못알아볼텐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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