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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부부, 가끔은 떨어져 지내봐야 하나..

by 낭시댁 2017. 2. 19.

출장 덕분(?)에 근 일주일을 스페인에서 보내며 남편과 떨어져있었다. 

아무리 좋은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도 밤에 혼자 잠들 무렵이면 남편이 보고싶어졌다. 시차가 달라 잠들기전 전화통화도 여의치가 않았다. 

특히 현지에서 코감기가 심하게 들어서 곤혹을 치루는 중이라고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남편 답변: [빨리 돌아와. 나 약있어..] 

다른건 몰라도(?) 평소 약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챙겨주는 남편이다. 출장 떠나던 날에도 소화제, 멜라토닌, 두통약, 멀미약 등등을 꼼꼼히 챙겨주고 설명해주던 남편이다. 비록 감기약은 빼먹었지만;; 

무뚝뚝하던 남편이 떨어져있으니 애정 표현이 아주 넘쳐났다. 평소엔 출근해서는 문자도 잘 안주던 양반이 첫날 딱 하루 떨어져있더니 한시간마다 뭐하는지 보고를 하고 있다. 


[어제는 자다가 한시간마다 깼지뭐야. 옆자리를 확인해 봤는데 와이프가 없어서 잠이 잘 안왔어. 혼자 자는거 이제는 못하겠다.]

[오~ 듣기 좋다. 근데 진심? 나 없어서 편한거 아니고?] 

[내가 여러번 말했지. 전에 혼자 살땐 몰랐지만 이제는 혼자 자는것도 혼자 비행기를 타는것도 잘 못하겠어. 니가 가끔 나를 정말 미치게 할때도 있지만 너 없음 이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내가 널 미치게 한다고? 언제? 그런소리 안했잖아.] 

[뭐? 시그널이 좀 안좋다. 뭐라고? 안들려! ]

[들을 필요 없잖아. 우리 지금 타이핑 중이라고]

[잘 안보여 니 메시지. 내가 눈이 좀 안좋잖아. 그나저나 너 우리엄마가 가 보라고 한 거기 가봤어?] 

[화제 돌리지마-] 

[날씨는 어때? :) ]

[에휴 암튼 나도 너무 보고싶다. 스페인에도 우리남편보다 잘 생긴 남자가 없네.] 

[당연하지 넌 눈이 멀었어ㅎㅎ 와이프 빨리 돌아와.] 


거의 매일 우리 대화는 이런식이었다. 

어느날 잠시 시간이 나서 화상통화를 했는데 방콕은 한밤중이었는데 남편이 요거트 만드는 기계로 뭔가 만들고 있는 걸 보여줬다.  내가 돌아가면 줄거라며 바닐라커스타드를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6개 만들었는데 다음날 이미 남편이 2개를 먹어 치웠고 또 그 다음날 하나를 더 먹어서 결국 3개를 남겨놨다며 하루하루 남은 갯수를 보고했다. 

 

남은 세개도 날 위해 남겨놓을 자신이 없을정도로 너무 맛있다고 자화자찬을.. 나중에 맛을 보니 정말 잘 만들긴 했음. 인정.. 

방콕으로 돌아오던 날 감기몸살때문에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 

같이 있을땐 서로의 존재가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감정이 무뎌지는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일주일을 떨어져서 남편을 끌어안고보니 이남자가 나에겐 안식처구나싶은 느낌이 들었다. 자서방도 이심전심인듯하다. 그나저나 내가 가끔 널 미치게한단말이지 ㅎㅎㅎㅎ 뭐 따지고 보면 너도... 이심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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