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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조카바보가 된 외국인남편

by 낭시댁 2016. 12. 22.


​결혼전 3년간 자서방과 연애하면서 느낌점 중 하나가 자서방은 아이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것이었다.
특히 지하철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떠드는 아이들이 있을땐 불편한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고는했다.

그러던 우리 자서방이 울언니 딸냄 나영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어찌나 이뻐하는지 내가 다 놀랬다.

자서방이 나를따라 한국땅을 처음 밟은 직후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형부의 차안에서 아빠를 따라온 우리 조카 나영이가 꾸준히 자서방옆에 찰싹붙어 자서방에게 재잘거렸다. 밤새 비행기에서 잠 한숨 제대로 못잔 상태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로 끝없이 떠들어대는 나영이를 보곤 내가 살짝 걱정되긴 했는데ㅎㅎ 자서방은 눈한번 안떼고 나영이가 보여주는거 들려주는거에 모두 집중하고 웃어주었다. 그저 애한테 예의차리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하는말이 예의가 아니란다. 너무 귀엽단다.

자서방을 데리고 언니네 집에 들른적이 있었는데 우리 나영이가 아주 신났다. 둘이서 인형놀이도 하고 게임도 하고 나영이가 시키는대로 그림도 그리고 검사도 받고 칭찬도 받고 아주 베프나셨다. 둘이 노는데 옆에 있으며 소외감이 들 정도이다. 



치킨집에서 나영이가 냅킨에다가 이모랑 이모부라며 그림을 그려준게 있는데 그걸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심지어 젤리며 사탕 받은것도 안버리고 가져와서는 아직 책상위에 보관중이다..;



며칠전 우리언니가 카톡을 보내왔다. 학교에서 나영이 친구가 영어 잘한다고 으시대면서 나영이 영어를 가지고 좀 무시를했다보다. 집에 돌아온 나영이가 나중에 이모부 한국에 오면 자기 학교 마칠때 학교앞으로 데리러 오게하면 안되냐고 했다는것이다. 친구들한테 외국인 이모부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ㅎㅎ

자서방한테 폰메세지로 전했더니 하는말
"당연하지! 내가 전에 한국 갔을때 나영이 마치는 시간에 학교에 데리러 가자고 했었는데 너가 나 안데려갔잖아! 나 그때 얼마나 가고싶었다고"

"언제? 내가 그랬어? 나 기억이 안나 ㅎㅎ"

"내 이럴줄 알았어. 너랑 언니랑 까페에 있을때였는데 그냥 다음에 가자고 해서 나 완전 실망했었잖아. 다음에 한국가면 아예 교실까지 들어가자ㅎㅎ. 그리고 나영이 영어 잘해 아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데."

사실 나영이는 나에게 너무 각별한 조카이다. 워낙 언니랑 나랑 각별한 자매인데, 울언니가 어려서부터 몸도 안좋은데다 난산으로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귀한 조카가 나영이다. 울언니 출산이 임박했을때 내가 필리핀 사업을 다 정리하고 갑자기 한국에 들어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기도 하다. 울언니가 출산 직후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나영의 생애 첫 1주일간 나는 잠을 설쳐가며 직접 분유를 먹이고 트름도 시키고 젖병소독도하고 보살피는 유모가 되었다. 밤마다 이 약하고 어린 생명한테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싶어 잘때도 숨은 잘쉬는지 수시로 코에 손가락을 대보기도 하고ㅎㅎ 자다가 토하기라도 하면 내 잘못인것 같아 미안한마음에 다시 눕히지도 못하고 끌어안고 선잠을 자기도 했었다. 희한한게 내 자식도 아닌데 막 모정이 끓어올랐던 기억 ㅎㅎ

울언니가 나중에 기력을 찾아 돌아왔을때 식구들이 "생모가 왔다"고 표현을 했다. 마치 내 자식인데 남한테 맡기게 된 그런 느낌이랄까 ㅎㅎ 나영이가 어렸을때는 내가 맨날 이모한테 효도해야돼 알았지 하며 세뇌를 시키고 강제로 다짐을 받곤했는데 ㅎㅎ 이제 다시 이렇게 떨어져서 살고있다. 가끔씩 한국가서 볼때마다 쑥쑥 자라있는걸 보면 왤케 아쉬운지.

갑자기 나타난 이모부와도 이제 서로 각별하게 지내주니 나는 그게 고맙고 흐믓하다. 그래도 크면 이모한테 효도해야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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