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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요리

난생 처음 식빵을 구워본 소감

by 낭시댁 2018. 3. 22.

최근 남편의 베이킹이 뜸해졌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바꾸고는 빵을 거의 먹을일이 없게 되었다. 

며칠전 베란다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남편의 낡은 제빵기가 눈에 갑자기 들어오더니 곧 바삭바삭한 토스트가 너무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토스트빵을 직접 구워보고 싶다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퇴근길에 남편이 밀가루와 버터, 이스트등의 재료들을 사다주었다. 집에와서 남편이 간단히 만드는 법을 설명해 주었는데 귀담아듣지 않았던것 같다;; 

제빵기가 엄청 낡기도 했다. 언제 산거라고 하더라... 

사실 재료들이 막상 장만되었음에도 막상 내가 게을러져서 한 며칠간 그 재료들을 방치해 두었다. 그러던 어느날 낮에 문득 떠올라서 남편이 베이킹 레시피들을 정리해둔 아이패드 메모장을 펼쳐보았는데 다 불어로 적혀있어서 몇군데 알쏭달쏭... ㅡㅡ 알려줄때 받아 적을걸..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한 후 메세지로 레시피를 다시한번 받았다. 

<중간 사이즈 식빵>

밀가루 400g

우유 160ml

물 12ml

설탕 2티스푼

소금 1티스푼

이스트 1.5티스푼

버터 300g 

버터는 토스트먹을때 마다 내가 워낙에 너무 많이 먹기때문에 남편은 왠만하면 생략하는게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나는 알았다고 대답한 후 350g정도를 과감히 넣었다. 난 버터가 좋아~ 

재료를 재빵기에 넣고서 근무중인 남편에게 화상통화를 걸어 메뉴 선택에 대해 도움을 받은 후에 비로소 두껑을 덮고 기다리는 일만 남게되었다. 

1시간 50분동안 제빵기는 내 도움없이 혼자서 모든 걸 진행해주었다. 처음에 반죽되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려서 슬쩍 두껑을 들춰서 훔쳐(?)보니 열심히 반죽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왜이렇게 신기한건지 ㅎㅎ 


완료되었다는 알림소리가 나서 달려가 두껑을 열어보니 아기엉덩이 같이 뽀송뽀송한 빵이 활짝 웃고(?)있었다. 아이 감격~!!

냄새도 짱이다. 근데 너무 하얀거 아닌가...? 덜익은건가... 

조심스레 통에서 꺼내고보니 아래쪽은 노릿노릿 잘만 구워졌다!! 

인증샷을 남편에게 보내주고 식을때까지 아랫층 수영장에가서 수영을 한시간 정도 하고 돌아왔다. 

언능 잘라보고싶은데 샤워를 마친 후에도 여전히 빵에 온기는 다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성격이 급한 나는 슬라이서를 꺼내들고 빵을 자르기 시작했다. 

이 슬라이서를 처음 샀을때 남편의 표정이 새삼 떠올랐다. 

엠포리엄 주방용품 코너에서 이걸 보자마자 마치 우리 조카가 어릴적에 파워레인저 장난감을 봤을때나 지을법했을 그런 얼굴로 좋아했었는데ㅎㅎ 이거 써보겠다고 빵을 더 많이 구웠던것 같다. 


아직 온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몰랑몰랑한 상태라 끄트머리 한 조각을 가지고 누텔라를 발라서 시식을 해 보았다. 

아이고 참 잘 구워졌구나. 내가 한건 별로 없고 사실 제빵기가 열일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토스터에 구워서 버터랑 누텔라를 같이 발라서 (칼로리 폭탄)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다. 완전 환상~!! 

남편도 보더니 너무 잘 구웠다며 이 모든게 자신의 레시피 덕분이라고 했다. 자신감이 좀 붙었다면 다음엔 좀더 부드러운 브리오슈에 도전을 해 보라고 권하더니 나중엔 오븐으로 피낭시에 굽는법까지 읊어댄다. 아냐아냐 노땡큐~!! 난 아직은 바삭바삭한 토스트가 젤 좋다.

나의 첫 베이킹은 대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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