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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생애 첫 일등석 상세 체험기 (스위스 항공/ 취리히-방콕)

by 낭시댁 2019. 8. 13.

룩셈부르크에서 취리히 까지는 오는 경유일정이 갑자기 꼬여버려서 고생고생했지만 그래도 취리히 스위스항공 일등석 라운지에 들어서자 마자 심신이 급격히 안정됨을 느꼈다 ㅎㅎㅎㅎ 

지난 포스팅 다시 보기 -> 갑자기 꼬여버린 경유일정에 멘붕이.. (룩스에어)

입구에 들어서자 중년의 여성 두분이서 우리를 맞아 주었는데 너~무 친절했다. 

자서방은 여기다 문의해도 될 지 모르겠다며 우리 좌석이 떨어지게 변경돼 있더라고 말하며 티켓을 건네 주었더니, 리셉션에서 걱정말라며 바로 두명이 같이 앉아서 갈 수 있도록 중간 좌석으로 신속하게 변경을 해 주었다. 

나는 자서방이 좌석을 변경하는 동안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다녀와서 보니 리셉션 데스크에 ㅎㅎ 놓여진 휴대폰이 우리 자서방꺼라는 확신이 ㅎㅎ

자서방아 넌 나 아녔음 전화기 잃어 버렸..

근데 일등석 라운지는 원래 이렇게까지 조용한가...

직원이 두명이 있었고 손님도 두명... 

말을 크게 할 수가 없네;;

야외로 나가 보았다. 여기도 사람 없음..

바람이 쌩쌩..

자서방한테 사진 찍어 달라고 할래다가.. 말았다. 창가에 아저씨 한명이 앉아 있는데 쳐다 보고 있어서.. 괜히 무안..

비즈니스 라운지 처럼 부페식이면 차라리 난 좋은데..

메뉴에서 주문을 하는거라... 

특히나 우리는 시간도 별로 없다며 자서방은 그냥 콜드컷에 와인을 시켜서 금방 받았고..

나는 그래도 아쉬워서.. 메뉴에 있던 차가운 요리 메뉴에서 참치 & 송아지 스테이크를 시켰다. 

분명 5분만에 된다고 했는데 한 20분 기다렸음... ㅠ.ㅠ 

10분 만에 다 먹고 그냥 나왔다..

그렇게 고대하던 일등석 라운지인데... 딱 30분 밖에....

메뉴에 그렇게 맛있는 음식들이 많았는데.... 완전 고급진 레스토랑 메뉴... 아...... 아..... 경유를 한번 더했어....왜....... 나한테 왜 그런건데 스위스항공..... 생애 첫 일등석인데... 

너무 아쉬워서 라운지를 떠나지 못하고 밍기적 거리는 나를 잡아 끌고 나가는 자서방.. 

일등석이면 원래 입구가 따로 있는거 아니야?? 왜 이건 죄다 같은 입구인건데... 

맨날 구경만 하던 First Class입구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는 상상을 했는데...  별거 아니지만 이거도 아쉽네ㅎㅎ

앞서 걸어가시는 저분 일등석 라운지에서 우리 앞 테이블에 앉아 계셨던 분...

" 자서방아.. 저기가 일등석 입구 아닌거야...?"

"ㅎㅎ 저건 기장들만 다니는 곳인가봐..ㅎㅎ 걱정마 아직 일등석에서 즐길것들이 많아.ㅎㅎ"

오올... 

비즈니스석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완전 넓다..

총 8개의 일등석 좌석이 있었고 그중에 6명의 승객들이 있었다. 

스크린 크기나 좌석의 크기가.. 잠깐만 나 쫌 더 감상하고 앉을게 ㅎㅎㅎ 

자서방이 내 표정을 살피면서 완전히 뿌듯해 하며 웃고 있다 ㅎㅎ

 

기장과 부기장으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차례로 한명씩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말을 건넸다.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나도 똑같이 강렬하게 응시하면서 대답해 주었다 ㅎㅎ 완전 반가워요.. 저도 벌써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아요.. 

 

슬슬 더 즐거워지고 있는중..

스위스는 4개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했지.. 그래서 가는데 마다 네가지 언어로 안내표가 써져있음..

이탈리어어, 독일어, 프랑스어, 로망슈어?.. 

승무원이 두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자유자재로 하는걸 보고 깜놀..

그리고 비즈니스클래스에 있던 남자 승무원도 와서 인사를 했는데 그 남자도 영어랑 프랑스어 독일어를 잘했다. 근데 그남자 왠지 자서방한테 관심이 있었는지(?) 계속 와서 프랑스어로 말걸고.. 나중에는 경유때문에 고생했다며 자서방한테만 초콜렛이랑 USB를 선물로 줬음.. 나는! 나도 고생했는데!! 

자서방이 프랑스에 있는동안 계속 강조 했던 것이 있다. 

"일등석에 타면 샴페인 꼭 먹어봐야 돼! 평소 샴페인 안좋아하는거 아는데 그건 꼭 먹어봐야 한다고!! 완전 좋은 샴페인이니까!"

와인사러 갈때도 비싼 와인을 보면서 "일등석 타면 이런 와인 먹게 될거야!!" 

자서방은 미리 신이 나 있었다.

신이 났으니 내 땅콩 다 먹어라..

 

바로 그 샴페인이 나오자 마자 자서방은 또 말했다. "이거이거, 내가 말했던 그 샴페인.."

알았다고..ㅎㅎ 진정해..

기분좋게 짠~

 

엄~~~청 친절한 승무원이 와서 메뉴를 주고 갔다. 

난 아시아나 승무원들이 세상에서 제일 친절한 줄 알았는데, 이 두사람은 그것 보다 더 친절했다. 

내가 웃긴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내가 하는말마다 환하게 웃어주고 ㅎㅎ 

뭔가 국내 승무원들은 격식과 예의를 갖춘 친절함이라면 이 두사람은 격식이나 예절보다는 그냥 친근한 친절함이랄까..? 

메뉴를 보고 난 또 들떴다.

고기 먹어야지..

와인은 어차피 자서방이 시키는거랑 같은걸로 .. (근데 와인은 생각보다는 아니었음)

근데 본식만 주문했고 전채요리는 뭘 먹을지 물어 보지 않는 것이었다! 

옆좌석.. 저렇게 생겼다. 

창문이 3개가 있는데 직접 여닫는게 아니라 자동으로 지잉......

문도 다 닫을 수 있어서 침실로 변신한다.

아직 이륙도 안했는데 승무원이 와서 파자마 지금 줄까? 하고 물었다. 

지금 파자마가 필요하려나..? 노땡스.. 했는데 지금 생각 해 보니 미리 파자마를 입고 있었어도 편했겠군..

자서방쪽 옆에 앉아있던 태국 남자 승객은 이륙하자마자 문을 꼭꼭 닫았고 승무원에게 식사는 안 할테니 아침에도 깨우지 말라고 하는걸 보았다. 

그걸 보고 내가ㅎㅎ 촌스럽게 자서방한테 한말,

"오 저남자 부자인가봐! 아무것도 안 먹는대! 일등석 자주 타나봐! 난 다 먹을건데.. 두번 먹을수 있는건 두번 먹을거다" 

이것 저것 뒤져보고 눌러보고..

의자에 마사지 기능도 눌러 봤는데 별 느낌이 없..

 

기내식을 제공하는 취리히의 한 레스토랑이라며 스크린에 나왔다. 요리하는 장면도 나오고, 우리가 받은 메뉴에 대한 음식 사진도 스크린에 나왔다. 

 

승무원이 와서 우리의 테이블을 세팅해 주었다. 

오 벌써 열시간 밖에 안 남았어..ㅠ.ㅠ

난 안잘거야..

와인과 함께 간단한 스넥이 나왔다. 

이걸 보고 내가 뭐라고 했냐면 ㅎㅎ

"나 전채 요리 안 시켰는데 설마 이거 먹고 전채요리는 패스하는거 아니겠지..??" 

자서방이 어이 없다며 웃었음. 자기도 안 물어봐서 안 시켰는데 때 되면 알아서 줄테니 걱정말라며..

승무원이 갖다준 와이파이 바우쳐

와 기내에서 와이파이는 생각을 안해 봤는데..

비록 얼마 안되는 데이터였지만.. 간단히 메세지 확인 하는 정도..? 

 

아, 전채요리가 나왔다!!

승무원이 카트에 다양한 음식들를 실어서 나왔고 그 중에 먹고 싶은걸 고르면 접시에 담아 주었다. 

 

승무원은 이것저것 설명해 주며 뭘 먹을건지 물어보았고 나는 이거랑, 저거랑, 저거랑... 까지 했을때 승무원이 웃으며 나를 말렸다. 

"아직 시간은 많아요~ 먹고 필요하면 그때 더 갖다 줄게요, 어때요?"

오케이! 

자서방이 절레절레 웃으며 한숨처럼 토한 말... "마이 와이프.."

화려하다 화려해..ㅎㅎ

 

 

자서방이 저기 맨 뒤에 있는 노란거.. 골랐다가, 

삶은 계란을 으깨서 오이로 말은건데, (이름 까먹음) 자기가 먹기에 앞서 맨 위에 있는게 혹시라도 생선 알인가 싶어서 나를 먼저 먹게 했는데 기미상궁- 생선 알이 아니라 바로 올리브오일이었다. 한입 깨물면 올리브 오일이 터져 나왔음.. 디테일..

근데 정작 진짜 전채요리는 잠시후에 승무원이 다시 주문을 받으러 왔다. 

 

내가 꼭 먹겠다고 다짐했던 참치스테이크가 얹어진 샐러드-

올리브와 아보카도가 들어있어서 더 맛났다! 
 
"아... 자서방.. 이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나 너~~~무 행복해!"
 

본식으로는 송아지 스테이크

너무 부드럽고.. 맛났다.. 두말해서 뭐해...

내가 저때 영화를 뭘 봤는지 기억이 안난다. 영화는 그냥 틀어놓고 음식에만 최선을 다해 집중했음.

 

디저트는 다크한 초코케잌과 아이스크림

후식을 마쳤을때 승무원이 초콜렛 상자를 가져와서 먹고 싶은만큼 가져가라고 했다. 

배부른데 일단 두개를 집었다. 

여기가 천국이냐 생시냐..

잘 생각은 없지만 먹을건 다 먹었으니..

승무원에게 침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이렇게 변신돼 있었다. 

베게와 이불이 호텔용... 싱글 사이즈 호텔 침대가 돼 있었다. 

 

아참, 나 아까 파자마 필요 없다고 했었지..

승무원에게 파자마를 달라고 했다. 사이즈를 물어보길래, 

"S로 주세요. 근데 그거 제가 가져가도 되는거예요?"

"물론이죠!"

아, 나 가져도 된대!! 

 

파자마를 받고 보니 With compliments 라고 써져 있다. 괜히 물어봤네 모냥빠지게...ㅎ

만져보니 재질이 좋은 것 같다. 긴팔과 긴바지- 

 

자서방한테 말했다. 

"파자마 안 입을거면 스몰 사이즈로 달라고 해서 나 줘라- 우리 언니 갖다 주게"

안 입는다더니 내 파자마를 보고는 자기도 입는댄다. 젤 큰 사이즈로 받아서 입고 잤음..  언니야 나는 노력했다..

 

나 안잘거야 하면서도 눈이 스르르륵... 

결국 이기지를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어느새 아침이 되었나보다. 

금발의 아름다운 남자가 눈부시게 웃으며 굿모닝을 해 주다니.. 눈 뜨자마자 호강하는 눈..

미리 승무원에게 부탁한 대로 승무원은 내가 아침 식사를 놓치지 않도록 시간에 맞춰서 깨워주었다. 

옆에 아직 자고 있는 남편.. 자는 모습이 왤케 짠해 보이지..  남편아 미안하다-

 

이제 부시시 일어난 남편, 너무 잘 잤다며 머리가 다 솟아 있음 ㅎㅎ 

잘생긴 금발총각이 갖다준 라떼.. 정말 맛있었다. 

남편은 에스프레소.. 보기만 해도 쓰구먼.. 아침부터 빈속에 저런걸 어떻게 마시지..

 

아침식사도 승무원이 카트를 가져와서 보여주며 먹고 싶은걸 고르라고 했다. 

난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다 주세요.."

남편은 아침식사를 거절했다. 

"당신도 부자 였구나??"

내 기준으로 일등석 탔는데 먹을거 거절하면 다 부자임

 

아... 정말 아쉬운데 벌써 방콕에 랜딩..ㅠ.ㅠ

 

너무 아쉬워하며 자서방 손을 잡고 비행기를 나오는데, 자서방이 말했다. 

"아직 서프라이즈가 하나 더 있다구" 

"뭔데?"

 

오잉.. 우리 이름이다! 

공항 직원들이 일등석 승객들의 이름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왜때문에..?

취리히에서 같이 탄 아저씨가 안내를 받아 카트에 올라타는 게 보였고 

우리도 맞은편으로 안내를 받아서 똑같이 생긴 카트에 올라탔다.

 

"신기해... 일등석이면 항공사 상관없이 다 이렇게 맞이해 주는거야?"

"아마도 그런것 같아. 근데 큰 공항에서만 이런것 같아. 한국은 모르겠네"  

이 언니들이 이미그레이션에서도 에스코트 해 주고, 짐도 찾아서 대신 끌어 주었다. 

자서방이 어디까지 따라 오냐고 물었더니 택시 탈거면 택시 탑승까지 따라 오겠다고 해서, 자서방이 괜찮으니 우리끼리 가겠다고 인사하고 보내주었다. 

아.. 일등석...경험이 금새 끝났다 ㅠ.ㅠ

 

자서방 말로는 워낙 오래전에 미리 끊어 놓은거라 아주 좋은 조건으로 구매 했다고 했다. 당시 스위스 항공이 다른 항공사에 비해 일등석이 월등히 저렴했고 (비즈니스석에 비해서 조금 더 비싼 정도라고 했음) 거기다 갈 때는 타이항공 공동운항이라 도착 일정이 좋았다고.. 근데 이제는 스위스 항공의 일등석도 가격이 올랐고, 타이항공의 공동운항도 끝난것 같다고 했다. 

어차피 나는 일등석 경험은 한번으로 족하다.. 자서방아.. 고맙다.. 이제 일등석 타지 말고 저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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