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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댁에서 보낸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브

by 낭시댁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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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날 프랑스 시댁에서 음식 장만하기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7시

 

모두들 한자리에 모이자 커다란 샴페인이 등장했다. 

샴페인을 별로 안좋아하는 자서방은 지하실 와인냉장고에 본인이 보관해 둔 소떼른 와인을 한병 들고왔다.  

샴페인을 마시던 내 친구에게도 소떼른와인을 한잔 줬는데 친구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어머님께서는 아페리티브 안주를 내오셨는데 사람들에게 내가 손으로 직접 빚어서 만든거라고 소개하셨다. 

사실은 피꺄에서 냉동을 사오셔서 오븐에 데우신건데 스웨덴에서 온 손님들은 모두 내가 직접 만든걸로 믿었다.ㅋㅋ

 

나는 어머님께 속삭이며 물었다. 

 

"제가 이 속에 무얼 넣었나요?" 

 

내 말에 어머님이 웃으시며 "이건 염소치즈, 이건 키슈, 이건 달팽이..." 하며 설명을 해 주셨다🤣

 

시어머니께서는 또 내 친구를 불러서 다이닝룸에 있는 음식에 대해 설명도 따로 해 주셨다. 

푸아그라, 소시송, 하몬, 당근치즈샐러드

나는 이미 샴페인+와인+아뻬리티브에 배가 어느정도 불러서 딱 한접시밖에 못먹었다. 

 

푸아그라를 처음 먹어본다는 친구는 내가 먹는걸 보고 따라서 한입 베어물더니 갸우뚱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푸아그라 처음 먹었을때는 특별히 맛있다는걸 못 느꼈어. 근데 이제는 너무 맛있어. 가격을 알게되고나서 더 맛있어졌던 것 같아.😆😆"  

 

 

자서방은 다시 지하실로 내려가서 본인이 아끼는 레드와인을 한병 들고왔다. 

생떼밀리옹 쿠스포드 (Château La Couspaude Saint-Emilion)

 

하지만 본인은 정작 이따가 내 친구를 집에 태워다 줘야 한다며 딱 반잔만 마셨다. 내 친구에게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맛있는걸로 골라온거라고 말하는 우리 츤데레 남편 칭찬해. 💗 

 

 

우리가 즐겁게 먹고 마시는 동안 탈린은 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탈린이 뭘 보고있나 봤더니 시아버지의 손목시계에서 반사된 빛을 쫒는중이었다 🤣🤣 이를 깨달으신 아버님께서는 이따금씩 손목을 흔들어 주셨고 그럴때마다 탈린은 하염없이 점프를 하며 반사된 빛을 쫒았다. 

모웬, 내 친구랑 놀아줄거야?  

 

역시 개냥이 모웬은 처음보는 내 친구 무릎에도 편견없이 뛰어올라갔다.  

궁디팡팡해주는 사람은 무조건 좋은 사람.
꼿꼿하게 서서 궁디팡팡을 요구하는 모웬

 

스웨덴에서 프랑스어 교사로 근무하는 시동생은 내 친구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대화도 많이 나누어 주었다. 본인은 스웨덴에 간지 4개월만에  스웨덴인 아내를 만나서 금방 언어가 늘었다며 내 친구더러 빨리 틴더를 설치하라는 현실적인 조언까지ㅋㅋ 

 

덕분에 친구는 처음에 좀 어색해 하다가 곧 분위기에 적응하는듯 보였다. 

 

시동생의 큰 딸은 스웨덴인 남자친구를 데려왔는데, 어색한 프랑스어 몇마디를 섞은 영어로 대화를 하던 그 친구는 시동생의 요청에 갑자기 술잔을 높이들고 우렁차게 스웨덴 노래를 열창해 주었다. 안그래도 큰 체격+ 문신+ 수염때문에 바이킹이 떠오르는 인상이었는데 노래도 바이킹처럼 힘차게 불렀다. 참고로 그 노래는 술자리에서 부르는 노래인데 노래가 끝나면 동시에 원샷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만 샴페인 원샷한거...? 

 

어느정도 음식과 술이 들어갔을때 드디어 선물 교환식을 했다. 

유심히 선물을 구경하는 모웬

저 표정 어쩔...

"내 선물은?" 

 

아 미안하다 모웬. 집에 간식 사놨는데 큰형(자서방)이 깜빡하고 안가져왔대. 내일 갖다줄게. 

 

시부모님은 내 친구를 위해 마이젠탈(Maisenthal)에서 사오신 수공예 유리장식을 선물하셨다. 일전에 나한테도 사주신 적 있는-
참고로 낭시는 유리 공예가 매우 유명한데, 낭시 근교에 있는 이곳 마이젠탈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때 새로운 컬렉션으로 한정된 갯수의 크리스마스볼을 생산을 한다. 시부모님께서는 매년 이곳에 방문하셔서 취미로 하나씩 모으신다.

 

마지막 후식은 역시 부쉬드 노엘! 크리스마스 케잌이다. 통나무 모양대신 트리 모양- 

저 종이가 초콜렛이라며 자서방은 나를 골탕먹이려고 했지만 내가 "아니거든? 초콜렛이면 당신이 먹어봐." 라고 말했더니 자서방은 스스로 저걸 입에 넣고 초콜렛인척 오물거렸다.ㅋㅋㅋㅋ 결국 스스로의 꾀에 넘어간 꼴.

며칠전 시식해서 골랐던 케잌인데 다시 먹어봐도 너무 맛있었다! 

 

밤이 깊어가자 고양이들이 서서히 늘어지기 시작했다. 

꾸벅거리며 졸던 모웬의 고개가 점점 떨어지고...

밤 11시가 되었을때 우리는 친구를 집에다 데려다 주고 우리도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의 점심을 기약하며-  

 

친구는 잠시후 메세지를 보내왔는데, 집의 따뜻한 분위기와 화목함이 너무너무 좋았다고 한다.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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