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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와 함께 만든 비빔밥

by 낭시댁 2023. 1. 1.

시댁에는 여전히 시동생네 가족들이 머물고 있어서 어머님께서는 "오늘 저녁에는 또 뭘하나..." 하고 습관적으로 혼잣말을 하신다.

시동생과 그의 아들이 요즘 한국 문화에 급격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라 고마운 마음에 내가 비빔밥을 만들어보겠다고 자처했다.

거의 대부분의 재료는 어머님께서 미리 장을 봐오셨고 나는 시금치무침과 양념장을 준비해서 시댁으로 갔다.

따뜻한 벽난로앞에서 혼자 노곤하게 낮잠을 자는 모웬

자는 모웬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고 부엌으로 와서 재료들을 다듬었다.

어머님은 아스파라거스도 넣겠다고 하시며 손질을 하셨다. (볶아서 넣으니 이것도 맛있었다.)

소고기는 내가 만들어온 갈비양념에 30분정도 재워놨다가 볶았다.

어머님께서 희한하게 생긴 주걱을 꺼내주셨다. 볶음밥할때 식은밥 풀기에 참 편할듯한 디자인이다.

소고기를 볶고나온 육수에 버섯을 그대로 볶아서 고기양념맛을 입혔다.

그때 외출에서 돌아온 시동생이 "오이! 우유!" 하면서 본인이 공부한 한국어 단어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시동생은 어제부터 듀오링고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내 앞에서 한글을 더듬더듬 읽어보이며 뽐냈는데, 시어머니께서 바쁘니까 저리가라고 잔소리를 하셨다 😆😆😆

당근, 주키니, 아스파라거스, 시금치나물, 버섯, 소고기-

모든 재료가 준비가 되었고 어머님께서는 밥솥에 밥을 안치셨다.

거실에서 맥주를 나눠마시며 잠시 수다를 떨고 있을때 동서와 자서방도 도착했다.

어머님께서는 뚝배기들을 모두 오븐에 넣어 뜨겁게 달구어 두셨는데 그걸 보신 아버님께선 방콕에서 즐겨드시던 비빔밥식당이 생각난다며 즐거워하셨다.

어머님께서 뜨거운 뚝배기를 하나씩 꺼내주시면 내가 밥을 푸고 재료들을 하나씩 올렸다.

화룡점정 계란반숙!

자서방꺼는 밥도 많이 재료도 많이 계란도 두개나 얹어주었다.

고추장양념은 최대한 안맵게 만드느라 사과콩포트, 참깨, 참기름, 간장을 섞어 만들었는데 다들 맛보더니 안맵다며 용기내서 한스푼씩 넣어 비볐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내눈에는 하얀색 비빔밥이지만-

역시 비빔밥은 차려놓으면 알록달록 예쁘다.

어머님께서는 뒤늦게 부엌에 달려가셔서 한국에서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참깨를 가져와서 조금씩 뿌리셨다.

계란이 아니라 참깨가 화룡점정이구나.

맛은 두말할 것 없이 무조건 맛있었다. 식구들도 모두들 맛있게 먹어주었고 "메흑시 요용, 쎄 트헤봉!" 이라는 칭찬을 수십번 들었다.
특히 시금치에 국산참기름을 아끼지 않고 무쳐서 더 맛있었던것 같다.

식사중 탈린이 들어와서 야옹거리며 관심을 요구했다.

그러다 강아지마냥 내 옆에 앉아서 조용히 식사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탈린.

밥먹고 놀아줄게~


식사를 끝낸후 우리는 거실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초콜렛을 먹었다.

매년 크리스마스때마다 함께 보내던 자서방의 사촌누나가 올해에는 초콜렛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우리 언니가 보내준 약과도 나눠먹었다.

이제서야 잠에서 깬 모웬이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 자기를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불러주지! 이리온~

궁디팡팡 궁디팡팡ㅋ

한글 배우는 재미에 빠진 시동생은 받침에 대한 질문을 해왔다. 금방금방 알아듣는 시동생을 칭찬하며 내가 자서방을 흘겨봤더니 자서방은 내 눈을 피했다.

탈린은 장작가방안으로 몸을 숨겼다. 탈린은 이렇게 습관적으로 아무데나 일단 몸을 넣어본다.


그리고 소심한 이스탄불은 오늘도 어둠과 한몸이 되었다.

내일도 우리는 시댁에서 연말 식사를 할 예정이다. 매일 맛있는걸 먹는건 좋은데 벌써 한해의 마지막날이라니 ...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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