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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의 생신을 또 까먹었다;

by 낭시댁 2023. 4. 4.

시부모님께서 베트남에 계시는 기간에 시어머니의 생신이 끼어 있었다.

 

선물은 자서방이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배송이 늦어져버렸고...  

 

돌아오시면 케잌이랑 꽃을 드리며 축하드려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깜빡하고 그냥 빈손으로 시댁에 다녀와 버렸다;;

 

내가 깜빡했으면 자서방이라도 그날 귀뜸을 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베트남에 계시던 생신날에 이미 전화로 축하드렸잖아. 날짜도 지났고... 선물은 늦게 도착한다고 말씀드렸으니 신경쓸거 전혀 없어. 우리 엄마 성격 알잖아."

 

아니야... 여자들 마음은 그렇지 않아... 

 

결국 (평일에는 다같이 모이기 힘들어서) 한주가 더 흐른 오늘에서야 나는 꽃과 케잌을 준비했다. 

무식아! 꽃 예쁘지? 할머니 드릴거야! 

일부러 색이 가장 화사해 보이는걸로 골랐다. 

무식이는 꽃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냥 낯선 물건이 집에 들어왔으니 체취를 뭍히며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자서방과 함께 오후에 시댁으로 건너갔다. 꽃과 케잌을 들고서-   

"점심 드셨어요? 제가 후식 가져왔어요!!"

어머님께서는 너무 좋아하시며 꽃을 화병에다 꽂아오셨다. 

 

"지난주에 드렸어야 하는데 제가 깜빡했어요 ㅠ.ㅠ"

 

너무 죄송해서 안하던 비쥬(양볼키스)까지 두분께 찐하게 해 드렸다. (혼자가면 뻘쭘해서 안하는데, 자서방은 항상 하더라...) 

 

어머님은 뭐하러 돈을 썼냐고 하시면서도 표정은 정말 행복해 보이셨다. 

낯선 꽃이 들어왔으니 일단 와서 확인하는 탈린. 

  

꽃을 검사(?)한 후 화병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화사한 색깔이 분위기를 밝혀주는것 같지? 이게 바로 꽃의 매력인가보다. 

케잌은 어머님께서 맛있다고 하신 파티스리에서 사왔다. 온 식구들이 좋아하는 초코케잌으로. 

 

1일 1식을 하는 자서방은 안먹는다고 거절했고 어머님께서는 "그럼 한조각 남겨줄테니 집에 가져가렴." 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한조각을 남기시는 대신에 케잌 절반을 남기셨다;; 그냥 내가 자를 걸...

케잌은 역시 너무 맛있었다. 진한 커피와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 

 

케잌을 먼저 다 드신 어머님께서는,  아버님이 대화 하시느라 케잌을 안드신 걸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보, '케잌 참 맛있구나!' 라고 말해봐요."

 

"케잌 참 맛있구나!"

 

"호호 당신은 이미 케잌을 드셨군요! 그럼 이건 내가 먹을게요."

 

장난으로 아버님의 케잌 접시를 가져가시던 어머님은 웃으시며 다시 접시를 돌려드렸고, 아버님은 잠시 당황하셨다가 얼른 접시를 받아서 드셨다. 그 모습에 온 식구들이 다같이 웃었다 🤣🤣

 

내가 부엌에 가서 더 잘라 오려고 했지만 어머님은 농담이었다며 말리셨다. 

 

"베트남에서 우리 둘다 너무 잘 먹어서 살이 쪘단다. 디저트는 요즘 안먹으려고 노력중이야."

 

우리의 대화가 깊어가는 동안 모웬은 옆에 같이 둘러앉아 경청하다가 어느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래.. 정치 얘기는 나도 좀 지루해...  

하지만 요즘 프랑스는 어딜가나 정치얘기 뿐이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일어섰을때 어머님께서는 왜 벌써 가냐며 아쉬워하셨다. 

 

"더 있다가지... 일주일만에 보는건데..." 

 

그때쯤 빼꼼이 나타난 이스탄불도 어머님과 똑같은 표정을 하고서 우리를 바라 보았다. 

"난 형이랑 형수가 온 줄도 몰랐는데... 벌써 간다고...?"

 

그러게 좀 들어와보지 ㅎㅎ 

 

생신을 늦게 축하 드려서 많이 죄송했는데 결국 오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다음주에 또 놀러갈게요. 이스탄불아, 다음주에 더 오래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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