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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배부르고 즐거웠던 프랑스 시댁에서의 부활절

by 낭시댁 2023. 4. 17.

지난주 일요일. 
 
부활절을 맞아, 시부모님께서는 점심식사에 우리를 초대하셨다. 

시댁에 도착했을때 시부모님께서는 테라스 오븐에서 무언가를 굽고 계셨다. 

플람키쉬다!! 
 
"여기서 구우면 300도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어서 부엌 오븐보다 훨씬 맛있단다!" 

짧은 시간에 화르륵 구워져서 나온 플람키쉬가 온 동네에 맛있는 냄새를 흩뿌렸다. 

자서방은 샴페인을 거절해서 4잔만-

스웨덴에서 시동생도 오고 우리까지 모두 함께 모이니 시부모님의 표정이 굉장히 밝으셨다. 

벽난로는 활활, 샴페인은 보글보글.gif

"Joyeuse Pâques!"
 
'즐거운 부활절!' (즈와이유즈 파끄!)을 외치며 다같이 샴페인 잔을 부딪혔다. 
 
"근데 부활절은 종교적인 날이 아니었던가요?" 
 
"그렇긴하지만 종교랑 상관없이 프랑스에서는 가족들이랑 식사를 함께 하는 날이란다." 
 
"작년에도 이렇게 다같이 식사했었는데 기억 안나는거야?" 
 
아 그랬나 ㅡㅡ; 작년의 나는 아마 아무생각없이 맛있는 음식들을 먹었겠지... 
 
"한국에서도 부활절이 있니?" 
 
"음... 어릴적 교회에서 페인팅된 삶을 계란은 받아봤어요ㅎㅎ 프랑스처럼 휴일인건 아니예요." 
 
어릴적 교회에서 받아온 부활절 계란... 껍질을 벗기니 계란속에까지 알록달록 색이 스며들어 있었는데 친구랑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ㅡㅡ; 
 

"궁디팡팡은 누가 할거냐?"

 
모웬... 지금은 그 타이밍이 아니란다.
(자기를 가장 예뻐하는 시동생이 와서 모웬은 분명 신났을것이다. 비록 표정은 저래보여도...) 

사이가 부쩍 좋아보이는 남매. 생긴것도 성격도 둘은 꼭 닮았다. 

 
"아참, 아빠가 너를 위해 선물을 샀단다!" 
 
시어머니께서 자서방에게 건네신 선물은 다름아닌 청소년 잡지였다. 

어릴적에 자주 보던 잡지책인데 정말 오랜만에 본다며 씨익웃는 자서방. 
 
"아... 어릴적에 정말 좋아했어. 이걸 사면 조립하는 작은 장난감 같은 걸 부록으로 줬거든." 
 
발간 75주년을 맞아 마크롱 대통령의 인터뷰가 있어서 시아버지께서 사오신거라고 하셨다. 

점심식사를 위해 아버님께서 지하실에서 와인 두병을 꺼내오셨는데 어머님께서 자서방에게 둘중 원하는 걸 오픈하라고 시키셨다.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자칭(?) 전문가인 자서방은 잠시 고민한 후에 왼쪽와인으로 골랐는데 맛이 좋았다. (물론 내입에는 똑같지만 다들 맛있다고... ㅡㅡ;) 

케잌을 사러 파티스리에 가셨던 아버님께서는 부활절 왕계란초콜렛도 하나 사오셨다. 후식으로 깨먹자고 하셨지만 케잌으로 충분하니 일단 킵합시다! 먹기 아까워요...
 

오늘의 식사도 푸아그라로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 오래 지낼수록 나는 바게트가 점점 맛있어진다. 고소한 바게트에 푸아그라의 조합이니 그 맛은 말해뭐해... 

 
본식으로는 어머님께서 화이트와인에 버섯과 함께 조린 닭고기를 내오셨다. 

함께 내오신 야채퓨레에는 감자, 당근, 샐러리 등이 들어갔다고 하셨다. 

플람키쉬와 샴페인 두잔 그리고 푸아그라로 이미 배가 어느정도 부른 상태였지만 메인요리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남은 소스까지 바게트에 찍어서 알뜰하게 클리어했다. 

 
배가 너무 불러서 후식은 도저히 못먹을것 같았는데 케잌의 자태를 보니 거절할 수가 없네... 

"커피 드실 분?" 
 
나는 잠깐 소화를 시킬 겸, 시동생이 케잌을 자르는 동안 커피 주문을 받고 벌떡 일어났다.
 
초코케잌에 커피가 빠지면 서운해... 

배가 너무 불렀지만 디저트는 또 잘만 들어가네 하하하...  너무 맛있다 ㅠ.ㅠ 
 

시댁에서의 식사는 언제나 즐겁고 배가 터진다. (절제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식사가 모두 끝나고 거실에 다함께 다시 둘러 앉았을때 시동생은 그동안 한국어 공부를 해왔다며 한국어 교재를 꺼내들고 내 앞에서 당당하게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 
 
"가갸거겨고교구규그이..."
 
손뼉을 치며 시동생을 칭찬하는 나에게 자서방은 이렇게 말했다. 
 
"집에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에게 칭찬받을 틈을 내 주지 않겠다는 의지. 
 
 
 
참 행복한 부활절이었다. ㅋㅋㅋ
 
 
즈와이유즈 파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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