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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에서는 미신 안믿는다고 하시던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3. 5. 25.

예전에는 한국 간장만을 고집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던 자서방이 이제는 다른나라 간장은 못먹겠단다. 
 
"내가 엄마한테 우리집 한국간장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더니, 와이프 시간 되는 날에 그거 사러 같이 아시아 마트에 가고 싶다고 하시네." 
 
진간장 사진은 또 언제 찍은거니. 
 
아무튼 바로 다음날 오전 시부모님과 함께 간장을 사러 아시아 마트에 함께 가게 되었다. 나도 마침 김치용 배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쌀국수면이랑 배추를 골랐는데 어머님께서 대신 계산을 해 주셨다.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우리 스타니슬라스 광장가서 뭐라도 마실까?" 
 
"완전 좋지요!!" 
 
아버님은 차를 스타니슬라스 광장으로 돌리셨다. 

올 봄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찔끔찔끔 뿌리는 통에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이면 광장마다 테라스마다 인파로 꽉꽉 들어찬다. 

파란하늘과 아름다운 광장의 모습은 언제봐도 너무 기분이 좋다. 관광객 모드 돌입! 

해가 잘 드는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음료를 취향대로 주문했다.
 
어머님께서는 본인은 스파클링워터를 주문하시면서 나더러는 모나코나 스프리츠등 알콜을 권하셨다. 아침 식사를 안하고 나온 상태라 그냥 오렌지 쥬스로 할게요... 
 
음료값은 내가 내려고 했는데 이미 시부모님 두분이서 동시에 카드를 꺼내셨다. 그럼 저는 잘 마시겠습니다...

어머님께서 지갑에서 이파리 하나를 꺼내셨다. 
 
"너도 잊지말고 이거 하나 지니고 다녀라. 올리프 꽃이랑 잎이야. 행운을 가져다 준대."


"프랑스인들은 미신 안믿는다고 하셨잖아요?" 
 
"호호 내가 그랬니? 우리도 미신 믿어😆"
 
"그럼 이거 저 주시고, 어머님은 새로 하나 꺾으세요."
 
"안돼, 이건 내꺼야. 내 행운이 여기에 깃들어 있다고..."
 
내가 만지지도 못하게 얼른 올리브잎을 치워버리시는 어머님.
 
"이따 우리집 올리브나무에서 잊지말고 하나 꺾어가라. 이렇게 항상 지갑에 지니고 다녀." 
 
우리 어머님 이런 모습 처음이다ㅋ 

아버님은 커피를 시키셨는데 함께 딸려온 베르가못 사탕을 내쪽으로 밀어주셨다. 
 
"너 이 사탕 알고 있니?" 
 
"네, 이거 낭시 유명한 특산품이죠? 먹어봤는데 이름은 맨날 까먹어요."
 
"베흐가못." 
 
"베흐가못." 
 
이번에는 잊어버리지 말라고 여러번 반복해서 외웠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눈이 부셨다. 우중충했던 마음속 깊이까지 이 햇빛으로 소독하는 기분. 
사람들의 표정도 너무나 밝다. 

"너 아티초크 못 먹어봤다고 했지? 일부러 너 주려고 아티초크를 더 많이 사다놨단다. 물에 불려놨는데 이따 갈때 한두개 들고가거라." 
 
"저 그거 어떻게 먹는지도 몰라요. 자서방은 안먹을거고요. 그냥 어머님 요리하시는거 제가 먹으러 가도 될까요?" 
 
"그럼 내일 점심 먹으러 올래? 어떻게 먹는지 보여줄게." 
 
신난다! 맨날 보기만하고 먹어본적이 없어서 항상 궁금했던 아티초크를 드디어 맛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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