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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와 시내 데이트 했어요.

by 낭시댁 2020. 10. 14.

프랑스에 온지 6개월이나 되었지만 나는 아직 프랑스 의료보험 카드인 Carte vitale을 수령하지 못한 상태이다. 자서방은 이미 4개월전에 모든 서류를 보냈고 이메일과 전화로 여러번 확인을 시도했지만 제대로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하긴 우리 전자렌지 수리를 맡긴것도 두달이나 됐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전화하면 확인하겠다고만 하고..ㅠ.ㅠ 아... 프랑스!)  

아무튼 자서방은 결국 L'assurance maladie에 헝데부를 잡아주며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나와 같이 다녀와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출근전에 모든 서류와 내 여권, 가족수첩등을 꼼꼼히 챙겨주었다. 

헝데부가 아침 9시라 우리는 아침 8시반에 출발을 했다. 시아버지께서 우리를 태워다주셨는데 막상 가보니 굉장히 가까운곳이었다. 낭시 기차역 맞은편-  

 

시아버지께서는 우리를 내려주신 후 집으로 돌아가셨고 나와 시어머니는 둘이서 건물로 향했다. 코로나때문에 두명씩은 입장이 안된다고 했지만 내가 프랑스어가 부족해서 통역을 해 주러온 가족이라고 했더니 통과시켜주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이른아침부터 꽤 많은 이민자들이 우리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었을때 직원은 전산에 이미 4개월전에 내 서류를 받은게 확인히 되는데 왜 처리가 안됐는지 모르겠단다. 아마도 출생증명서때문에 보류상태였던것 같다고했다. (왜 연락을 안주냐고요..ㅠ.ㅠ)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출생증명서가 발행되지 않으므로, 대신 영문으로 발행된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족수첩과 함께 제출했으며 그 안에는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있을거라고 말했다. 다행히 그녀는 바로 처리를 해 주며 말했다. 

"효력은 바로 발생됩니다. 혹시라도 당장 병원에 가게되면 지불 후에 영수증을 챙기세요. 차후 환불받을 수 있어요. carte vitale 실물카드는 한두달 정도 소요될겁니다. 코로나때문에 모든게 느려진 상태거든요." 

맘 조렸는데 다행히 모든게 처리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산한 시내를 걸었다. 

"저 기분이 너무 좋아요! 커피마시러 갈까요? 좋아하시는 빵오헤장(건포도빵)이랑 제가 사드릴게요!" 

"호호호 그래, 커피마시러 가자. 낭시에서 빵오헤장이 가장 맛있는 곳으로- 물론 내가 살거다."

 

이름아침이라 가게들도 아직 닫혀있고 거리에 사람들도 별로 없다. 

 

 

저 건물은 아르누보양식과 아르...? 또 뭐시기가 함께 어우러진 건물이라고 하셨다. 귀담아 들었지만 기억을 못할 뿐-

 

 

베이커리안에 쿠글로프를 구경하며 말했다. 시어머니 쿠글로브랑 똑같이 생겼지만 맛은 그만 못할거라고 말이다. 시어머니께서는 당연히 그럴거라고 하셨다.

 

 

시계탑교회앞에 있는 테라스로 갔다. 요 빵집까페를 우리 시부모님이 매우 좋아하신다. 

 



 

주문하러 들어갔더니 향긋한 커피냄새와 고소한 빵냄새가 너무 좋았다. 역시 아침의 커피와 빵냄새를 이길수 있는 향은 없는듯 하다.  

점원아주머니들은 단골이신 시어머니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나는 초코빵(빵오쇼콜라) 시어머니는 건포도빵 (빵오헤장)을 주문했다. 둘다 커피를 집에서 마시고 온데다 카페인에 민감한건 공통점이라서 시어머니께서는 소다수를 주문하셨고 나는 디카페인 라떼를 시켰다. 

계산할때 내가 잽싸게 카드를 냈지만 시어머니께서는 점원으로부터 카드를 빼앗으신 후 ㅋㅋ 본인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계산을 하셨고 영수증이 나올때까지 내 카드를 돌려주지 않으셨다. 

 

 

시아버지를 위해 빵오헤장을 포장하셨고 아래 종이상자에는 자서방이 좋아하는 미트파이가 들어있다. 4개를 포장하셨는데 두개를 싸주셔서 저녁에 자서방이랑 먹었다. 

 

 

커피는 우유와 따로 나왔다. 풍성한 우유거품이 올라가니 카푸치노가 되었다. 

 

 

곧 점원아주머니 두분이, 주문이 좀 한산해 지셨는지 우리가 앉은 테이블로 나오셔서 시어머니께 시아버지의 안부를 물어오셨다. 알고보니 시아버지께서 얼마전 사고를 당하신 곳이 이곳이었다고... 그때 이분들도 많이 놀라기도 했고 걱정도 많이 했다고... 시어머니께서는 웃으시며 별일 아니라며 걱정해주어서 고맙다고 하셨다.

둘이서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신 후 맞은편에 있는 몰 성세바스티앙으로 들어가서 옷을 구경했다. 

 

 

시어머니께서는 캐시미어 가디건을 사주겠다고 하셨는데 캐시미어가 이렇게 비쌌나? 내가 거절을 했더니 시어머니께서는 겨울이 되면 더 비싸진다며 지금이 저렴하다고 계속 옷을 골라주셨고 나는 끝까지 거절했다. 

 

 

그리고 우리는 근처 시장으로 가서 버터를 샀다. 우리 시어머니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보르디에 가염버터- 그중에서도 demi-sel은 딱 두개 남아있었다. 두개를 사서 하나는 나에게 주셨다. 

 

 

시내로 와서 옷가게 서너군데를 둘러본 후 트램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 오늘 너무 후련해요. carte vitale이 해결되어서요."

"요즘 젊은사람들은 컴퓨터앞에서 손가락만 두드려서 다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렇게 나와서 직접 직원을 만나보니 금방해결되지? 덕분에 외출도 하고 말이야. 나는 항상 환영이란다. 도움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렴. 너와 나와서 일도 해결하고 커피도 마시고 옷도 구경하고 나도 참 즐거웠단다." 

"자서방이 습관되겠어요. 이러다가 맨날 '엄마랑 가봐.' 이러면 어쩌죠?"

"벌써 그러는것 같은데?"

"아 네, 그러네요."  

시부모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 자서방이랑 외출했으면 이런 데이트도 못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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