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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우리 시어머니는 요리의 신!!

by 낭시댁 2020. 9. 30.

이미 지난주부터 나와 시어머니는 함께 사과케잌을 만들기로 메세지로 약속을 잡았다.

"아주 맛있지만 간단한 사과케잌 레시피가 있는데 같이 만들어 보지 않겠니? 네 블로그에도 소개할 수 있고 또 새로산 써머믹스도 같이 써보고 말이다." 

시어머니께서는 얼마전 신형 써머믹스를 구입하셨는데 본인께서 사용하시던걸 나에게 주고 내가 쓰던건 중고로 팔겠다고 하셨다. 지금 사용하는 구형도 나는 충분히 좋으니 시어머니께서 사용하시던걸 파시라고 했지만 터치스크린에다 레시피가 들어 있는게 얼마나 편한지를 직접 보여주시려고 그러시는것도 같았다;; 

다른건 몰라도 써머믹스에는 엄청난 열정을 보이시는 시어머니...

원래 약속은 오후 2시였지만 이날 저녁 6시에 샴페인을 마시자고 또 말씀하셔서 나는 자서방보다 조금 일찍 5시에 가서 시어머니와 사과케잌을 만들기로 했다. 

시댁에 갔더니 이미 시어머니께서는 부엌에다 예쁘게 모든 재료들을 준비해 두신채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심지어 오븐도 예열이 돼 있었다.)

 

 

 

 

"자 이 케잌의 이름은 Moelleux aux pommes이라고 한단다...... 너 안적어도 되겠니?"

아 넷!

계란 두개가 따로 담겨있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하나는 반죽에 넣을거고 다른 하나는 나중에 케잌 위에 얹는 캬라멜용이었다. 버터도 같은 이유로 서로다른 중량에 맞추어 따로 담아주신 것이다. 햐... 엄청 꼼꼼하시다. 거기다 밀가루 위에 베이킹파우더 꽂아주신 센스까지 ㅎㅎㅎ

재료도 간단했다.

반죽: 버터, 설탕,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계란, 우유... 소금 살짝 

사과를 깍아서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반죽에 잘 섞어서 틀에다 굽기. 그리고 다 구워지면 꺼내서 캬라멜 (버터, 설탕, 계란) 을 얹어서 한번더 살짝 구워낸다. 

레시피가 정말 간단했다. 

자세한 레시피는 차후 써머믹스 머신을 보고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이름말고는 추가 메모를 안했거든요...

 

 

 

 

오른쪽이 새 머신, 왼쪽은 시어머니께서 사용하시던 머신. 

왼쪽 머신을 내가 가져갈 예정이라 그걸로 내가 직접 만들어보았다. 솔직히 스크린이 커진것 외에는 큰 차이점은 안보임...

 

 

 

 

케잌이 구워지는 동안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새 램프 어떠니?"

그러고보니 거실 구석에 커다란 버섯구름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어느새 구워져 나온 달콤한 케잌들. 

저 실리콘틀은 일부러 통채 사용하면 불편하다시며 저렇게 하나씩 잘라서 사용하고 계신다. 막상 써보니 나도 이게 더 편한것 같다. 

그리고 원래 레시피는 커다란 틀에 굽는거지만 시어머니께서는 이렇게 개별로 먹을수 있도록 작은 케잌들로 구우셨다. 

 

그대로 그냥 먹어도 엄청날 것 같은데 버터, 설탕, 계란으로 만든 캬라멜을 위에 얹어서 살짝 더 구워냈다. 

 

 

 

 

완성! 

달콤한 버터향에 정신이 혼미해서 도저히 못참고 뜨거울때 작은 조각을 뜯어먹어봤는데 이건 심봉사도 눈 뜰 맛이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살짝 식자마자 틀에서 꺼내셨고 내가 갈때 가져가라고 세개나 반찬통에 담아주셨다. 

 

 

 

 

 

"자 조금있다가 네 남편도 올거니까 아뻬리티브(식전주)를 함께 준비하자꾸나." 

시어머니께서는 사과케잌을 완성하자마자 냉장고에서 미리 준비해 두셨던 짤주머니를 꺼내셨다. 

진심 부지런하시다. 

"나 오늘 아침부터 계속 바빴단다. 근데 이런게 나는 너무 재미있어." 

 

 

 

 

"나의 작고 예쁜 두손으로 아주 멋진 음식을 만들거란다. 샴페인과 먹으면 엄청날거야." 

"와 멋져요! 진짜 전문가 같으세요. 근데 음... 모양이... "

"호호 맞다. 강아지가 다녀간것 같지?"

이건 슈크림빵을 만드는 레시피인데 설탕이나 안에 크림을 넣고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게 아니라, 설탕없이 짭짤한 초리소를 잘게 썰어넣어 짭짤하게 구워내셨다. 식전주와 어울리도록 말이다. 

 

 

첫판을 굽고나서 두번째판은 치즈를 얹어서 구우셨다. 첫판은 자서방 혼자서 다 먹으라고- ㅎㅎ

 

 

 

 

오븐에서 구워질때 동글동글 부푸는게 귀엽고 먹음질스러웠다. 

 

 

 

 

 

 

뜨거울때 먹으면 더 맛있다. 폭식폭식 부드러운 식감에 짭짤한 초리소가 씹힌다.

 

 

치즈를 얹은건 맛이 좀더 부드럽고 풍부한 느낌이랄까- 사실 치즈향 진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서 더 좋았다. 

샴페인과 아주 잘 어울렸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땐 직접 끓이신 스프도 병에 가득 담아주셨다. 단순히 토마토소스맛이겠지 싶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데워서 먹어보니 기대이상으로 엄청 맛있어서 놀랐다. 베이컨을 잘게 잘라서 토마토소스에 푹 끓이셨는데 작은 알갱이 파스타와 야채를 듬뿍 넣으셨다. 결국 아침에 이걸 두 그릇이나 먹었다.

원래는 안먹는다고 했던 자서방이 내가 너무 맛있어하면 두 그릇이나 먹었더니, 나중에 자기 먹을거는 꼭 남겨놓으라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ㅎㅎㅎ 충분히 많이 주셨으니 걱정마시라... 

 

 

 

 

바로 그 사과 케잌! 윗 부분에 이렇게 달콤고소한 캬라멜이 얹어져 있다. 

 

 

 

 

분명히 만들때는 사과가 많고 반죽은 조금만 넣었는데 막상 단면을 잘라보면 사과가 많이 쪼그라 든것같은 모습이다. 맛을봐도 사과의 아삭한 맛은 없고 마치 고구마 케잌을 먹는 느낌이랄까? 아마 흰 사과로 해서 그런것 같다. 정말 너어무 부드럽고 맛있다. 설탕을 원래 레시피보다 적게 넣었는데도 충분히 달아서 다음번에는 설탕을 더 줄여도 될것 같다. 

우리 시어머니는 진정 요리의 신이다. 

본인께서는 아니라고 그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하시지만 내눈에는 디저트, 안주, 스프, 프랑스식, 아시아식 등등 모든 종류의 음식을 마스터하신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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