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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의 무화과 클라푸티

by 낭시댁 2020. 9. 24.

프랑스어 수업 중이었는데 시어머니의 메세지를 받았다. 

"오늘 무화과 익은걸 꽤 땄는데 너 집에 갈때 들르면 조금 담아주마." 

"네!!!" 

신난다~~~~~

 

수업 끝나고 시댁으로 달려갔다.

대문을 들어서는데 차고에서 일을 하고 계신 시아버지를 마주쳤다.

큰소리로 시아버지 이름을 부르며 양팔까지 흔들어가며 힘차게 인사를 했다.

"봉쥬 미셸!!! 별일 없으신가요~!!!?"

별일 없다고 대답하시는 시아버지의 얼굴이 좋아보여서 다행이었다. 시어머니 말씀으로는 오늘 점심때부터 조금씩 일반 음식을 드시기 시작하셨다고... 

시댁 온 집안에 향긋한 버터향이 퍼지고 있었다.

보통 시댁에 가면 시부모님이나 음식보다 고양이들을 먼저 찾곤 했는데 오늘은 고소한 냄새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무화과로 만든 클라푸티란다!! 너 주려고 요기 작은것도 만들어놨지. 쁘띠클라푸티!! 아직 따뜻하니까 꼭 오늘 저녁에 먹으렴!" 

 

 

무화과도 한통 주셨다. 요즘은 갈때마다 무화과를 얻어온다. 미라벨처럼 한번에 다 익는게 아니라 조금씩 익은것만 싱싱하게 따먹을수 있는게 참 좋다. 

"이 장난감은 무스카델꺼야. 그 친절한 남자 기억나니? 마스크도 만들어 줬던... 마리필립집에 세들어 사는 키큰 남자..."

"네! 큰 미셸이요!!" 

우리 시아버지와 이름이 같지만 이 남자는 키가 2미터는 족히 넘는다. 그래서 시어머니께서는 큰미셸(그헝미셸) 이라고 부르신다 ㅎㅎ 그 남자가 무스카델 이야기를 듣더니 선물을 준거라고 하셨다. 오... 정말 친절하신 그헝미셸님...!

그리고 무화과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며 냉장고에서 정봉도 하나 꺼내주셨다. 어차피 무화과와 정봉은 서로 만나지 않을 운명인걸 나나 시어머니 둘다 잘 알고 있다. 정봉은 자서방 입으로 무화과는 죄다 내 입으로 들어갈거다. 

시댁을 나오는데 시어머니의 친구 앙뚜와네트께서 마침 찾아오셨다. 빈 바구니를 들고 오신걸로 보아 이분도 무화과를 얻으러 오신게 분명하다. 일전에 내가 야생버섯을 얻으러 왔다가 시댁을 나설때도 이분이 빈 바구니를 들어오시다가 나랑 딱 마주쳤었는데 뭔가 데자뷰 느낌이 ㅎㅎㅎ 

이분은 어느새 내 이름을 정확한 발음으로 외우고 계셨다. 반갑게 내 이름을 부르시며 프랑스어 수업이 할만하냐며 안부를 물으셨다. 시어머니께서 내 이야기를 자주 하시는게 분명하다. 하긴 나도 맨날 시어머니 이야기를 블로그에 하니까...

"바로 가려구? 너 내일 프랑스어 수업없잖니. 우리끼리 차라도 한잔 하고 가지그러니." 

시어머니께서 제안하셨지만 집에서 기다릴 우리 남편과 무스카델이 보고싶어서 안되겠다고 솔직히 말씀드리고 나왔다 ㅎㅎ 

대문을 나오는데 시아버지께서 안보이셔서 큰소리로 집에 간다고 시아버지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크게 외쳤더니 시어머니와 앙뚜와네트께서 재미있다고 웃으셨다. 

집에 왔더니 먼저 퇴근해 온 우리 자서방이 나를 위해 크루아상과 초콜렛빵을 사다놓았다! 

 

 

오.. 내일아침에 클라푸티 먹으려고 했는데... 

그럼 클라푸티는 지금 먹어야겠다... 

실제 내가 곤란한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더니 자서방이 웃었다. 

 

 

무화과가 들어간 클라푸티!! 

맨 위에는 고소한 아몬드조각들이 뿌려져 있다. 정말 맛있다!! 시어머니의 클라푸티를 오랫만에 먹어서 그런가... 정말 맛있었다!!! 이건 베이커리에서는 절대 먹어볼 수 없는 맛이다.

부엌에 선 채로 우물우물 씹고 있는 나를 보고 자서방이 말했다.

"음... 그 정도 씹었으면 어느 순간에는 삼켜야한다는거 알지?"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에 한가득 씹으면서 뿜을뻔했다. 내가 너무 오래 음미했다. (평소에도 오래 씹는 경향이 있긴 함)

빨리 삼키기 아까워서 그르지.... ㅡㅡ;;

 

남편아... 나한테 프로포즈 해줘서 나 이렇게 맛있는거 많이 먹고 산다. 고마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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