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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월동준비가 시작되었다: 장작 쌓아놓기!

by 낭시댁 2020. 9. 26.

프랑스어 수업이 없는 수요일. 

평소처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오늘 하루를 얼마나 알차게 보낼지를 계획했다. 

아침에 청소랑 빨래를 이미 끝냈고 반신욕을 하기위해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으며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동네슈퍼에 가서 버섯이랑 샐러드 드레싱을 사야지... 그리고 빵을 굽고 요거트도 만들어야지... 

그때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셨다. 

"혹시 미안한데 네가 괜찮다면 오늘 우리집에 와서 점심을 먹는게 어떻겠니? 오늘 장작이 배달 올텐데 그걸 나르는걸 도와주면 고맙겠구나. 바쁘면 거절해도 된단다." 

"네! 일찍 갈게요!" 

 

벌써 여름이 지나고 월동준비를 시작할 시기가 왔나보다.

낮에 12시정도에 배달이 온다고 하셨지만 나는 반신욕을 끝내자마자 달려갔다. 오늘 오후에 비가 올건지 날씨가 좀 꾸물꾸물했다. 

덥지도 않고 딱 좋았다. 비오면 우산을 빌려달라고 해야지...

시댁 정원에 포도가 어느새 탐스럽게 다 익었다! 

 

 

 

레몬도 조금씩 노란빛을 띠기 시작했다. 

 

 

 

 

어느새 슬쩍 내 근처로 와서 앉아 있는 모웬과 이스탄불

 

 

 

 

하긴 이사를 나갔어도 얘들은 나를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보고 있으니 내가 아직 여기 살고 있는걸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곧 배달이 올것 같아서 점심을 일찍 후다닥 먹었다. 시아버지께서는 생각이 없다고 하셨고 나와 시어머니 둘이서 각자 접시에 먹을 만큼 음식을 떠와서 테라스에서 먹었다. 

 

 

야채와 버섯을 굴소스 넣고 잔뜩 볶아놓으셨다며 내가 갈때 가져갈 수 있도록 한통을 따로 담아놓았다고 하셨다. 흰살 생선과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초리소를 잘게 썰어서 오븐에 살짝 구운 요리와 밥을 함께 먹었다. 꿀맛이었다! 

곧 장작이 배달 왔다! 

차고로 통하는 대문을 열어놨더니 트럭이 와서 차고 앞에다가 쏟아놓고 갔다. 그런데 길위에도 많이 떨어져서 모두 대문 안으로 일일이 옮겨야 했다.

시아버지와, 그리고 어느새 합류하신 시부모님의 친구 부부도 오셔서 같이 도와주셨다. 앙뚜와네트와 그녀의 남편이었다. 앙뚜와네트는 우리 시어머니와 성격이 매우 흡사하시다. 두분이서 계속 농담을 주고 받으셔서 지루할 틈도 없었다 ㅎㅎㅎ

앙뚜와네트께서 시어머니더러, 나 쉬는날 쉬지도 못하게 일하라고 불러내서 싫겠다고 하셨고 내가 과장된 표정으로 맞다고 했다ㅎㅎㅎ 곧 농담이라고 정정했지만 ㅎㅎ

 

 

길위의 장작을 모두 대문 안으로 던져넣고 길을 빗자루로 쓸었고 대문을 닫았다. 

이제는 지하실에 내려가서 작업을 이어갔다. 

차고문 밖에 있는 장작들을 지하실 반대편 벽에다가 차곡차곡 쌓는 작업이었다. 그쪽에다 쌓아놓아야 벽난로를 지필때 가져다 쓰기가 편하다. 

앙뚜와네트의 남편께서 가장 힘을 많이 쓰셨다. 수레에다 장작을 한번에 잔뜩 실어서 옮기셨고 시아버지는 반대편에서 장작을 쌓으셨다. 나를 포함한 여자들은 장작을 바구니며 손으로 너서개씩 들어서 날랐다. 

 

 

까마득히 쌓여있던 장작들이 5명이서 작업을 했더니 금새 바닥을 보였다. 

누구하나 힘든 표정없이 즐겁게 일했다. 오랫만에 느끼는 장작냄새도 좋았다. 

 

 

작은 가지들은 나중에 불쏘시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따로 챙겨두었다. 

 

 

총 한시간정도 걸렸다. 꽤 빨리 끝냈다고 서로 축하했다 ㅎ

꾸물꾸물하던 하늘이 여전히 비는 뿌리지 않고 고마운 바람만 보내주고 있었다. 

목을 축이기 위해 테라스로 모였다.

 

 

저 레몬주스... 내가 멋모르고 한잔 가득 따랐더니 다들 놀래면서 말렸다. 너무 진해서 소다수에 조금씩만 섞어 마시는거라고 말이다. 내가 난감해 하자 시어머니께서 새 잔에다 소다수와 섞어서 따라주셨다.

 

 

 

테라스 한켠에 있는 여름별장(?)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모웬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연신 친구분들께 내 자랑을 하셨다. 내가 예쁘고 착하고 힘도 세다고 ㅋㅋㅋㅋ

친구분들이 맞다고 동의를 하시자 시어머니께서는 급기야 "며느리를 내가 골라줘서 우리 아들이 결혼했잖수." 라고 하셨다. 이분들이 그게 진짜냐고 물으시자 시치미 뚝 떼시며 맞다고 ㅋㅋㅋ 본인이 골라준 며느리가 맞다고 하셨다. 

나는 뭐 그냥 웃었다. 

 

 

저때 저분이 모웬에게 "넌 못생겼어. 못생긴 고양이. 맞지? 너 못생겼지?" 이러고 있는데 모웬이 자기 이뻐하는줄 알고 좋다고 옆에 찰싹 붙었다. 물론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역정을 내셨고, 그 속도 모르고 모웬은 계속 좋다고 강아지마냥 옆에서 알짱알짱거리고 있었다. 

 

 

우리 무스카델도 언젠간 저렇게 낯선 사람에게도 찰싹 붙어서 애교를 부릴 수 있을까... 

그럴리가...

 

 

시댁을 떠나올때 시부모님께서는 고맙다고 하셨다. 

"아니요 저 진짜 별로 한게 없어요." 

"너한테는 별거 아닌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었단다."

"저는 하나도 안힘들었으니까 앞으로도 필요하시면 꼭 불러주세요. 기쁘게 달려올게요. 밥도 주시고요 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어머니께서는 어떻게 아시고 샐러드 드레싱도 챙겨주셨다. 안그래도 딱 필요했는데. 오늘 슈퍼 안가도 되겠다 ㅎㅎ

이 샐러드 드레싱 정말 맛있다. 이거만 있으면 자서방은 샐러드를 왕창 흡입한다 ㅎㅎ

 

 

자서방 오면 자랑해야겠다. 오늘 일 열심히 하고 왔다고 말이다. 

하긴 일 한것 보다 받아온게 더 많긴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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