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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노숙자, 동전 받자마자 달려간 곳

by 낭시댁 2020. 10. 4.

며칠전 시어머니께서 베트남 식료품점에 가신다고 해서 따라가기로 했다. 쌀을 큰 걸로 사고싶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께서는 나를 태운 차를 출발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사이공 갔다가 혹시 또 다른데 가고싶은곳이 있으면 말하거라."

"음... 해변이요....?"

"하하 그래 나도 가고싶다 해변. 근데 오늘은 날씨가 안좋아서 안돼."

물론 비가 와서 못가는건 아님 ㅎㅎㅎ 

"그럼 이따 마트에도 들를수 있나요? 계란이랑 키친타월만 사면 돼요." 

사이공에서 내가 한참 쌀을 고르고 있었더니 시어머니께서 주인아주머니께 물어봐주셨다. 그분 추천해 주시는걸로 샀다. 태국쌀 최고품질인정마크가 돋보이는 ㅎㅎㅎ
태국에서 싸게 먹던 그 쌀을 5킬로에 우리돈 2만원을 준 건 좀 아깝지만 그래도 500그램씩 사다먹는것 보단 낫다.


사이공을 나와서 우리는 모노프리라는 마트에 들렀다. 그곳에서는 항상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가 볼일을 마치고 차로 다시 돌아 갈때 입구 양쪽에서 노숙자들이 서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마담, 먹을것좀 사게 돈좀 주세요." 

첫번째 남자는 어째 굶은 얼굴은 아니고 능글능글 웃는게 영 정이 안갔다. 그런데 두번째 남자는 똑같은 대사를 했지만 표정이 진심 너무 배고파 보여서 시어머니께서는 동전 1유로짜리 하나를 건네셨다. 비도 오는데다 날도 갑자기 추워져서 정말 힘들것 같긴했다. 

그런데 이 남자, 동전을 받자마자 홱 돌아서서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갔다.  

엄청나게 배가 고팠나보다 싶었다. 


바로 차를 출발해서 모퉁이를 돌자마자 그 남자를 다시 발견할 수가 있었다.

마트 벽에 바짝 붙어서있길래 뭔가 했더니 이내 소변을 보고 있음 ㅋㅋㅋㅋㅋ 사람들 막 왔다갔다 하는데 ㅋㅋㅋ

내가 경악을 하며 시어머니께 저기좀 보시라고 했더니 우리 시어머니께서 바로 "빵-" 하고 경적을 울리셨다.ㅋㅋㅋ 그 남자는 깜짝 놀래서 (몸을 깡총 뛰었음) 놀라운 속도로 바지를 추스리며 돌아보더니 (경찰인지 알았나보다) 뒤늦게서야 우리인걸 발견하고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저남자 어머니때문에 바지 적신거같아요. 날도 추운데 ㅋㅋㅋ"

"으이구... 엄청 급했는데 그 돈 받아 가느라 참고있었구만." 

"저런 사람은 불법체류자일까요?" 

"아마도... 동유럽에서 많이들 넘어오거든..."

"리들앞에 구걸하는 사람들은 다들 아랍계였는데 아마 마트마다 저 사람들끼리 구역을 정해놨나봐요."

"일단 불법으로라도 넘어오면 나라에서 재워주기는 하니까 자꾸 오는거지..."

"아 프랑스어 선생님도 그랬어요. 노숙자들이 낮에는 추우니까 트램타고 온종일 시간 보내는데 그안에서 담배도 피고 노상방뇨까지도 한다고요..." 

"프랑스인중에도 그런인간들 있을거야. 일 안해도 나라에서 돈을 주니까 놀면서 사회에 도움안되는 인간들... 내 세금이 그런데 쓰이는건 정말이지 즐겁지가 않아." 

사이공에 갔다가 마트에 들러서 세일하는 것들도 담았다. 혼자 갔다면 무거워서 안 샀을테지만...

시어머니 덕분에 무거운 장보기를 쉽게 해 올 수가 있었다. 집까지 같이 날라주시고 무스카델도 보고 가셨다. 무스카델이 왠일로 시어머니를 보고도 도망도 안가고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으니 시어머니께서 엄청 좋아하셨다.

"무스카델! 이거봐. 1등 품질이래!!. 무스카델도 1등 고양이지~~?" 

쌀에 달려있던 마크를 이마에 올려놨는데 졸려서 대꾸도 안한다 ㅎㅎㅎ

"이거 보라고~~~"

귀찮았던 무스카델은 결국 스스로 몸에서 치웠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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