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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와 만들어본 프랑스식 호박스프

by 낭시댁 2020. 10. 15.

어제 시어머니께서 호박을 샀다며 호박스프를 같이 만들자며 오늘 아무때나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정말 아무때나 찾았갔다. 

오후 2시쯤이었는데 시댁에는 마리필립아주머니께서 와 계신상태셨다.

 

앞에 커다란 플라스틱 김치통(?)은 시어머니께서 나더러 쌀을 보관하라며 주셨다. 

 

"마리필립이 우리를 식사에 초대했는데 초대를 바로 우리집으로 했단다. 호호~ 우리가 우리집에 초대를 받은거지." 

무슨뜻인가하고 물어봤더니 마리필립 아주머니께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포장해 오셔서 시댁에서 점심을 함께 드셨다는 의미셨다. 

"요즘 코로나때문에 새로이 생겨난 초대방식이라고 볼 수 있지."

그 식당은 우리 시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곳인데, 포장판매는 원래 하지 않는곳이라 포장용기가 따로 없어서 일반 반찬통에다가 포장을 해 준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통들은 시어머니께서 씻어서 그 가게앞을 지날때 돌려줄거라고 하셨다. 

 

 

함께 앉아서 나도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다. 내 프랑스어가 많이 늘었다며 다들 칭찬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잠시 후 커피를 다 드신 마리필립아주머니께서 떠나실때 시어머니께서 예쁜 꽃다발을 건네드렸다. 식사초대를 받은건데도 초대를 한것 같은 알쏭달쏭한 모습이었다.  

"자! 이제 호박스프 만들기 수업을 시작하자꾸나!" 

"우와~ 호박이 엄청 커요!" 

 

 


"호호 그렇지? 모양도 재미있고. 그 호박은 나폴레옹이라고도 부른단다."

"정말요? 재미있네요. 아마 모자모양같아서 그런가봐요." 

"그게 4킬로짜리였는데 한통에 2유로밖에 안했단다, 싸지?" 

 

 

"이건 뭐예요? 배예요?" 

"아니, 그건 쿠왕이란다. 옆집 마이달링이 갖다 줬단다." 

검색을 해 보니 모과였다. 

 

 

"근데 향이 전혀 없네요? 한국 쿠왕은 향이 엄청 진한데요. 대신 못생긴건 똑같아요ㅋㅋㅋ" 

"유럽 모과는 향이 원래 없단다. 한국에서 모과향을 다 가져갔나보구나." 

이 모과로는 잼을 만들거라고 하셨다. 옆집 잘생긴 그분은 인심도 좋은데다 없는 나무가 없으시다. 

 

 

우와... 호박이 워낙 커서 600그램이나 잘라냈는데도 줄어든것 같지도 않다!

 

 

짭짤한 초리소도 잘게 잘라서 풍미를 살리기 위해 살짝 볶아서 스프에 넣었다. 볶았더니 쥐포같은 느낌이 났다.

 

 

호박스프를 다 만들고 나서 시어머니께서는 몽땅 유리병에 담아서 나에게 주셨다. 본인께서는 다시 만들면 된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리고 스프가 뻑뻑한 편이라며 저녁에 데워먹을때 같이 넣으라며 아몬드유도 한통 꺼내 주셨다.

그외에도 토마토 소스와 자서방이 좋아하는 소세지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만드신 붉은콩 소고기 요리도 싸주셨다. 

 

 

"모과잼 만드시는거 도와드릴게요."

"아니다. 네 남편 퇴근할때 됐잖니. 어서 가보렴." 

모과를 딱 세개만 깍아드린 후 짐을 챙겼다.

"오 짐이 많구나. 안되겠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께 나를 태워다주라고 하셨고 시아버지께서는 바로 일어나셔서 외투를 입고 차키를 챙기고 계셨다.

"아니아니 괜찮아요. 하나도 무겁지 않아요. 차로 유턴해서 돌아가느니 걸어가는게 빠를거예요ㅎㅎ"

그렇게 시아버지를 말린 후 나는 짐을 챙겨서 얼른 달려나왔다. 

 

 

저녁에 아몬드유를 섞어서 데운 호박스프다. 나는 후추를 좋아해서 위에 좀 뿌렸다. 나는 저렇게 두 그릇을 먹었고 남은 스프는 자서방이 몽땅 먹어치웠다.

 

 

 

자서방은 커다란 뚝배기에 담아주었다.

 

 

그리고 붉은 콩 소고기 요리와 어제 집에서 튀겨먹고 남은 프렌치프라이도 같이 곁들였다. 저 소고기는 와인으로 조린것 같은데 장조림느낌이 났다. 물론 간장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프랑스에서도 쌀쌀할때는 스프를 자주 먹는다. 언제 수제비를 끓여서 시어머니께 뽐내볼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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