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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우리 시어머니의 매너손

by 낭시댁 2020. 10. 20.

프랑스 시민교육이 끝난 후 나는 집에 가는 길에 시댁에 잠깐 들렀다. 시어머니께서 스프를 넉넉히 끓여놨다며 가지고 가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대문에 벨을 눌렀더니 시아버지께서 환하게 반겨주며 문을 열어주셨다. 

시어머니께서는 거실에서 사촌언니인 크리스티안과 그녀의 남자친구와 함께 앉아계셨다. (참고로, 프랑스는 결혼 없이 동거만 해도 부부와 다름없는 법적효력을 가지기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자녀까지 낳으며 사는 커플이 흔하다.)

오잉? 남자친구분은 코로나로 오래 입원해 계셨는데??

많이 위독한 상태셨는데 다행히 완치를 받으셨다고 했다!!!  대신에 살이 너무 많이 빠진데다 예전의 기운넘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좀 안타까웠다. 완치는 했지만 온가족이 모두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도 마스크는 벗지 않았다. 

그래도 완치를 받으셔서 진심으로 기뻤다. 자가호흡은 어려울거라고 크리스티안이 여러번 말하며 슬퍼했었는데 말이다. 슬퍼하는 크리스티아때문에 시부모님의 걱정도 컸고 말이다. 

 

 

크리스티안은 일전에 시어머니께 버섯을 많이 얻어가서 고맙다며 이번에는 본인께서 야생버섯을 사오셨다고 하셨다.

 

 

모웬이랑 테라스에서 놀다가 발견한 못생긴 토마토들 ㅋㅋㅋ 

시아버지께서는 날이 쌀쌀해지는 바람에 덜익은 토마토들까지 몽땅 따버렸다고 하셨다. 

크리스티안과 그녀의 남자친구는 떠날때 사과케잌과 미라벨잼을 각각 얻어서 떠나셨다. 우리 시댁을 찾아드는 아기새는 나뿐이 아닌것이다 ㅎㅎㅎ

 

잠시후 시어머니께서 스프를 내주셨다. 

"이것도 호박으로 만드신거예요? 색은 호박스프같은데요?" 

"아니. 이건 하얀 콩으로 만들었단다. 당근과 토마토 소스도 조금 넣었더니 노란색이 되었어." 

재료를 설명해 주시면서 갸우뚱하는 나를 위해 하얀콩을 직접 꺼내서 보여주셨다. 

내가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시어머니께서는 해가 잘 드는 곳에 스프와 콩을 올려주시며 찍으라고 하셨다. 

 

 

한장을 찍고 나서 또 한장을 찍는데 시어머니께서 "울랄라~" 하시며 잽싸게 손을 내미셨다. 

 

 

으하하하하하하

이걸보고 배꼽이 빠져라 웃고또웃었다.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저렇게 가리고 계시다가 내가 웃으니까 따라서 웃기 시작하셨다. 

근처 소파에는 시아버지께서 앉아계셨으나 시아버지는 웃지않으셨다. 

그러거나말거나 나는 한참을 웃었다. 

 

 

아... 이 사진도 심의에 걸려서 포스팅채로 삭제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ㅋㅋㅋㅋ

가리니까 뭔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긴 하다 ㅋㅋㅋㅋ

 

 

시어머니께서는 사과 갸또인비저블도 한통 싸 주셨다. 두통을 구워서 한통은 나와 크리스티안에게 몽땅 나눠주신것 같다. 

 

 

콜자(유채꽃)기름은 "무스카델도 먹고 너희도 먹거라." 하면서 주셨다. ㅋㅋㅋ 생선 간식을 줄때 콜자유를 조금씩 섞어서 주면 고양이 털의 윤기가 더해진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샐러드에도 섞어서 먹으라고 하셨다. 가열은 하지말고 샐러드용으로만 먹으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스프에 얹어먹으라고 크루통도 한봉 주셨다. 

 

 

저녁에 우리 부부는 이 흰콩 당근스프를 맛보았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나는 요만큼만 먹고 자서방은 커다란 대접에 남은걸 몽땅 덜어주었는데 자서방도 맛있게 잘 먹었다. 

내가 크루통이라고 부르는 발음이 웃기다고 자서방이 놀렸지만 크루통과 먹으니 스프가 더 맛났다. 

날씨 탓인가 스프가 매일매일 땡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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