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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남편이 제정신이 아닌줄 알았다.

by 낭시댁 2020. 10. 22.

토요일 오전.

평소처럼 우리 부부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왔는데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우리 빵사러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인데 잠깐 너희집에 들러도 되니? 너희 줄 빵도 샀단다."

"네 그럼요! 점심도 드시고 가시게 준비할까요?"

"아니다. 점심은 안먹어도 돼. 어제 저녁에 먹었어." 

??

오늘 점심을 얘기하는데 왜 어제 저녁에 드신걸 말씀 하시는걸까 ㅎㅎㅎ 그냥 거절하시는걸로 간단히 이해하기로 했다.  

소파에 널부러진 자서방에게 말했다.

"부모님 지금 들르신대. 오고계시니까 빨리 일어나." 

자서방은 한숨을 푹푹쉬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로 전화기를 꺼내며 말했다.

“주말이라 쉬고싶은데! 오시지말라고 해야겠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어서 어디쯤 오셨냐고 묻는모습을 보면서 혹시나 저게 농담이 아니면 어쩌지 싶었다. 자서방이 헛소리 하기전에 시어머니와 통화중인 자서방의 등짝을 세개 때렸더니 있는대로 인상을 다 쓰면서도 꿋꿋히 할말을 다 하고 있었다. 자서방이 뭐라도 하는지 듬성듬성 알아들어서 확실치가 않았다. 

“그래서 뭐라고 말씀드렸어?”

“오시지말라고 했지. 무스카델이 아직 낯선 사람들 오면 겁먹는다고.”

“미쳤구나?!!”

내가 노발대발하며 바로 전화기를 꺼내는걸 본 자서방은 깔깔 웃으며 나를 끌어안고 말했다.

“이거봐, 우리 와이프 놀리는건 진짜 재미있다는까! 이렇게 매번 속으니까 자꾸 놀릴맛이 나잖아ㅋㅋㅋㅋ”

아오...

매번 말려드는게 정말 싫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저 리얼한 표정연기가 자꾸 사람을 농락한다...  

한번더 어깨를 소리나게 때려줘도 분이 안풀린다. 



창문을 통해 주차장에 시부모님 차가 들어서는게 보였다. 자서방은 조금전 전화통화때 시어머니께 현관에서 벨을 누르지말라고 부탁을 드린거라고 했다. 바로 옆에 캣타워 바구니에 편하게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무스카델을 바라보면서 자서방은 말했다.  

"무스카델이 우리집에 온 후 아빠가 처음으로 오시는거잖아. 벨소리듣고 무스카델이 숨어버릴까봐... 아빠한테 꼭 보여드리고 싶어서."

느긋하게 누워서 자서방의 손길을 즐기던 무스카델. 현관에서 낯선 사람이 두명이나 들어오자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서방은 열심히 무스카델이 좋아하는 부위를 쓰다듬으며 눈과 귀와 정신을 빼놓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좋아하는 간식과 빗도 동원되었다. ㅋㅋ

덕분에 우리 시아버지께서는 무스카델과 첫인사를 나눌수가 있었다. 자서방의 노고덕분에 ㅎㅎ

 

 

뒤에서 그 모습을 보는데 왜 이리 감동스러운지 나는 얼른 사진으로 남겼다. 

무스카델을 처음 만나는 시아버지께서는 조심스럽게 무스카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인사를 건네셨고 다행히 무스카델은 부드러운 시아버지의 손길과 음성에 편안하게 반응했다. 

나와 시어머니는 멀찌기 떨어져서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 

 

무스카델은 시아버지와 인사를 나눈 후 유유히 서재방으로 사라졌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자서방은 장난감과 간식을 동원해서 다시 거실로 무스카델을 유인해 보았지만 무스카델은 심드렁했다. ㅋㅋㅋ 

아버지를 위해 노력하는 착한 아들 자서방이 내눈에는 참 대견했다.

 

 

시부모님께서는 딱 한시간 정도 앉아 계시다가 바로 떠나셨다.

나는 (무설탕, 무카페인)콜라와 커피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얼마전 사주신 과자, 이렇게 단촐하게 대접해 드렸지만 시어머니께서는 고맙다고 하셨다. 특히 의자가 너무 편안해서 좋다고 ㅋㅋㅋ 그거 어무니가 주신건데요 ㅎㅎㅎㅎㅎ 

오히려 시부모님께서는 바게트, 브리오슈 그리고 보르디에 버터까지 사다주셨다. 

에휴... 식사 초대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자꾸 미루게만 된다. 시어머니는 자주 오시지만... 시아버지께서도 이렇게 놀러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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