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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정전이 되자 우리는 시댁으로 갔다.

by 낭시댁 2020. 10. 27.

피곤이 쌓여서 쉴 필요가 있다던 남편은 일주일간 휴가를 냈다.

사실 코로나때문에 어차피 올해는 휴가도 어려운 상황이라 휴가를 쪼개서 틈틈히 쓰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어차피 올해에는 역시 코로나때문에 크리스마스때도 대가족이 모이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니 뭐...

온종일 집에서 게으름을 피우기로 우리는 무언의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늦은 오전쯤에 난데없이 정전이 돼 버렸다.

으악...

정전이 되니 가스렌지도 난방도 온수도 모두 멈췄다 ㅠ. ㅜ  추운데...ㅠ.ㅠ

한국에서도 이랬나? 정전이어도 가스렌지랑 보일러는 돌아갔던것 같은데...

뒤늦게 아점으로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으려다가 가스렌지가 안돼서 내가 절망했더니 자서방이 토치로 가스렌지를 붙여주었다. 전기가 없으면 스파크를 못만드는데 이렇게 불만 붙여주면 된단다. 휴우...  다행이다.ㅎ 

라면에 청경채랑 버섯을 잔뜩 넣고 계란도 넣어서 아주 든든하게 먹었다. 점심생각이 없다던 자서방은 저녁에 먹으려고 소고기를 수비드에 익히고 있던 중이었는데 정전이 돼서 한걱정을 하고있었다. 거기다 티비도 못보게 되었으니 라면을 먹고있던 내 옆에 딱 붙어앉아서 한숨만 쉬고있다.

“요앞에 대로변에서 공사를 하더니 아마 거기서 뭘 잘못건드린게 아닐까싶네...”

언제 전기가 돌아올지 알수 없어서 한숨만 쉬던 자서방은 갑자기 말했다.

"와이프, 슈크림 만드는거 배우고 싶다고 했지?"

나는 라면을 한입가득 물고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갑자기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는 자서방.

“엄마! 요용이 슈크림 만드는거 배우고 싶대. 응 지금! 오케이 우리 한시간 내로 갈게~~”

헐... 야.... 

날 팔아먹다니... 

잠만, 나 라면좀 먹고... 

아오... 

그래... 가자... 가.

시아버지께서는 안계셨고 시어머니께서 고양이들과 함께 따뜻한 집에서 우리는 맞아주셨다. 

 

 

"어제 와놓고 오늘 또 왔냐옹?" 

 

 

"쟤들 이집에 살고있는거 아니었냐옹?" 

그래 우리 자주온다 어쩔래...ㅋㅋ

 

 

시댁의 정원에도 가을이 와있었다.

미라벨 나무의 이파리들이 노란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나를 위해 캡슐 녹차를 내주셨다. 쌀쌀한 날씨를 뚫고 온 보람이 있었다. 

 

 

따뜻한 부모님집으로 와서 티비도 보고 마카롱도 먹고 아주 행복해 보이는 자서방의 발가락ㅋㅋㅋ

언젠가 한번 저 발가락 양말을 호기심에 하나 사서 신어보더니 너무 편하다며 나더러도 하나 사신어봐야된단다. 가끔 저걸 신고있으면 꼭 발이 손같고, 양말을 빨아서 널어놓으면 꼭 장갑같다 ㅋㅋㅋ 내가 웃을수록 자서방은 발가락을 더 잔망스럽게 꼼지락거린다ㅋㅋ

 

 

 

양 발을 흔들며 나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ㅡㅡ;

 

 

 

따땃한데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으려니 어머니께서 마카롱을 갖다주셨다. 캬... 자서방에게는 최고의 휴가구나. 

 

 

 

"자 그럼 이제 슈를 만들어봐야지?"

시어머니께서는 이미 자서방의 전화를 받자마자 모든 재료를 준비해 두셨다. 그리고 써머믹스로 휘리릭 돌리니 금방 뚝딱 만들어짐. (홍보아님)

 

 

반죽에 계란을 넣기 전에 잠시 식혀주느라 밖에 10분간 뒀다. 

 

 

 

 

 

 

 

 

그런데 처음 만들어본 거라 슈 모양이 엉망으로 나왔다 ㅎㅎ 공룡알같은 모습 ㅎㅎ

 

 

그리고 슈안에 넣을 크림도 만들었다. 크림 이름이 "파티셰의 크림"이었다.

 

 

짤주머니에 담아서 밖에 두고 식혔는데 좀처럼 식지를 않았다. 

 

 

자서방은 혼자 뒹굴면서 영화를 한편 다 보고는 슬슬 지겨워졌는지 집에 먼저 돌아가서 전기가 들어왔는지 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잠시후 전기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시어머니께서는 저 크림과 슈, 짤주머니등등을 모두 싸주시며 집에서 크림을 완전히 식힌 후 혼자서 완성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정말 아무때나 달려갈 수 있는 친정같은 시댁에 코앞에 있어서 정말 든든하다. 

 

슈크림 만들기편은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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