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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남편과 시원한 숲길을 산책했다.

by 낭시댁 2021. 6. 20.

낭시도 이제 무더위가 찾아왔다. 어제는 낮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갔다.

쉬는날마다 외출도 안하고 소파에 누워서 티비만 보는 자서방에게 잔소리를 좀 했더니 어제는 왠일로 무더운 오후에 자기가 먼저 외출하자고 나에게 말했다. 왠일이래...

"더우니까 시원한 숲으로 가자. 숲에서 손잡고 걷기 좋은 공원을 알고 있거든."

막상 나가자고 하니 내가 좀 귀찮아지긴 했지만 ㅋㅋ 그래도 일단 시원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자서방을 따라나섰다.

집에서 차로 10분정도 달려서 낭시 외곽에 있는 이 공원에 도착했다.

Parcours de Santé라고 써져있었다. 우리말로 하면 건강길... 건강코스...? 건강트랙 쯤 되려나...

입구에 parcours de santé 출발 안내표가 있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숲냄새가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이 우거진 나무에 가려지니 시야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솔길을 걷다보면 1미터마다 이런 미션이 있다. 초반에는 아주 쉽다. 저 동작을 열번하고 다음 미션까지 걸어가기-

이제는 걷지말고 슬슬 달리라는 안내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와 자서방은 천천히 손을 잡고 숲길을 걸으며 미션은 눈으로 읽기만 했다. 달리면 땀나니까...

"나 초등학교 2학년때 선생님이랑 수업시간에 운동장에서 이런 낮은 장애물 넘기를 했는데, 우리반에 한 여자애가 걸려서 넘어져서 막 엄청 크게 울었어. 평소에는 말도 없고 조용한 애였는데 선생님이 달래려고 하니까 막 선생님을 때리면서 소리지르고 울어서 선생님이 포기하고 그냥 뒀다? 좀 있다가 혼자 집에 가버렸어..."

그 아이는 다음날 엄마 손잡고 등교했다. 그 친구도 옛날 생각하면 웃을것같다 ㅋㅋㅋ

장애물을 보니까 어릴적 생각도 나고 둘이서 손잡고 걸으면서 별별이야기를 다 했다.

아 저 철봉은 일단 매달려보았다. 나는 한 5초 버티고 ㅋㅋ 자서방은 제일 높은 철봉에 매달렸다가 뜨거워서 바로 비명을 지르며 내려왔다.
공원안에서 다른 사람은 한명도 못봤다. 새소리만 엄청 시끄러울뿐. 아, 딱다구리도 봤다!

자서방은 한 20년전에 이곳에 마지막으로 왔었다고 했다. 공원안에 페인트볼이나 다른 여러가지 시설들이 많이 생겼지만 이 트랙안에 장애물들은 대부분 그대로인것 같다며 옛날을 회상하며 말했다.

도착!
"만일 당신이 20개의 모든 장애물을 통과했다면 브라보!!!"

우리도 마음만은 다 통과했다.
이 공원이 집근처에 있었음 얼마나 좋을까. 아침 저녁으로 숲길을 달리는 기분 너무 좋을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어머니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너희집에 잠깐 들렀는데 아무도 없더라."

내가 공원 사진을 몇장 보내드렸더니 둘이서 운동도 데이트도 잘 했다며 좋아하셨다.


집에 오자마자 우리는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나서 자서방은 시원한 맥주를 마셨고 나는 자서방의 맥주를 뺏어먹으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게 여름의 맛이구나! 어릴적 여름의 맛은 엄마가 타주시던 얼음동동 미숫가루였지...

저녁에는 시댁에서 얻어온 음식들로 간편하고 맛있게 해결했다!

부디 올 여름 너무 덥지 않았으면 좋겠다. 에어컨도 그지같은데;; 무엇보다 우리 무스카델이 더워서 고생할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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