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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과 가까이 살면 이렇게 된다.

by 낭시댁 2023. 5. 18.

쥬키니를 싸게 팔길래 두개 사왔다가 감자랑 전을 부쳐보았다. 해물을 넣으면 맛있지만 해물을 싫어하는 자서방을 위해 처음으로 베이컨을 넣어보았는데 나 혼자 맛있다고 또 맛있다고 자화자찬하며 먹었다. 

신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끓인 얼큰한 국물도 조금 보태고, 없으면 서운한 밥도 한덩이 얹어서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1일 1식을 하는 자서방은 저녁을 늦게 먹는다.)
 
저녁을 다 먹고 창밖을 보니 아직도 대낮이네? 해가 정말 길어졌구나... 
 
옆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자서방에게 아무 기대없이 물었다. 
 
"우리 산책나갈까?" 
 
참고로 자서방은 걷는걸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당연히 피곤하다는 핑계로 거절할거라 생각했는데 웬일로 고개를 끄덕이네? 
 
"너무 오래 걷는거는 말고..." 
 
"음, 그럼 우리 시댁에 갈까? 쥬키니 전 부쳐서 갖다드리자!" 
 
"그럴필요없어. 지금쯤 저녁식사 끝내셨을테니까." 
 
전대신에 우리는 무스카델이 안먹고 남은 사료들을 챙겨서 시부모님과 시냥이들을 보러 갔다. 서프라이즈!!! 다들 놀래겠다ㅋ (우리는 저녁시간에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간 적이 한번도 없다.)

향기로운 등나무꽃 향기를 맡으며 시댁의 벨을 눌렀다. 
 
시아버지께서는 의아하신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셨는데, 뒤에 서계시던 어머님께서 무슨일이냐며 큰소리로 반기며 나오셨다.
 
"요용이 요리 하는게 귀찮다고 하길래 오늘은 그냥 여기서 얻어먹자고 왔어." 
 
"우리 피자 구워서 방금 다 먹었는데..." 
 
"남은거 전혀 없어요...?" 
 
우리 부부는 입을 맞춘 적도 없는데 둘이 쿵짝이 잘도 맞는다. 어머님께서는 처음엔 안믿으시다가 점점 갸우뚱하기 시작하셨다. 
 
"정말로 저녁을 안먹은거니? 진짜?" 
 
"괜찮아요, 신경쓰지마세요. 이따 간단하게 국수 끓여먹으면 돼요. 그냥 차나 마실게요."
 
"그래 엄마 신경쓰지마. 배도 별로 안고파 어차피." 
 
 
우리 어머님 깜짝 놀래시며 냉장고로 달려가셨다. 
 
"피자는 다 먹어서 없고, 대신에 낮에 먹다 남은 훈제연어가 있네! 요용 넌 이거 먹어라. 감자 호띠도 금방 구워줄게."
 
나랑 자서방이랑 깔깔 웃으며 이실직고했다.
 
"저 사실 혼자 저녁 먹고왔어요, 죄송해요ㅋ. 이 사람은 원래 늦게 먹고요. 저녁을 먹고나서도 파란하늘이 너무 예쁘길래 산책나가자고 했더니 웬일로 알았다는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고양이들 사료도 갖다줄겸 산책 나왔어요." 
 
우리가 좀 짓궂게 장난을 치긴했지만 ㅋ 시부모님 두분 모두 우리의 서프라이즈 방문이 반가운 표정이셨다.

저 뒤에는 이스탄불이 문을 열으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탈린이 어머님의 지갑을 접수했군요?" 
 
"엄마 지갑은 자기가 지켜주겠다는구나." 
 

"무스카델이 토하는게 걱정돼서 이번에 사료를 전부다 헤어볼컨트롤로 바꿨거든. 그래서 전에 먹던거 다 가져왔어." 
 
번갈아가면서 밥으로 먹고, 간식으로도 먹느라 서로 다른 사료가 3종류나 된다.   

탈린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며 뜯어달라는 표정을 마구마구 노골적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넌 좀 덜 먹어야 된다고 하시던데...  

모웬은 역시 사랑이다. 옆에 찰쌀 달라붙어서 사랑을 나눠주고 사랑을 받아간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고양이는 모웬 너야 ❤️

눈치없이 자서방은 시댁에 와서도 무스카델 자랑뿐이다. 세상 최고의 고양이는 무스카델이라는 말을 시어머니께 말씀드려서 얻는게 무엇일까. 어머님은 당연히 수긍 못하신다. 막강한 후보가 3마리나 옆에 있으니 말이다.

 

어머님께서는 스물가루를 나눠주셨다. 안그래도 스물오레가 먹고싶어서 사러가려던 참이었는데 정말 잘됐다 ❤️
 
어머님께서는 거실 화병에 꽂혀있던 라일락꽃도 한송이 주셨다. 
 
"이게 벌써 피었어요?" 
 
"응, 온실 뒷편에 많이 피었단다.“

집에 와서 화병에다 꽂아놓으니 시댁의 싱그러움이 우리집 거실에도 느껴진다. 

무식아, 이거 할머니댁에서 자라는 꽃이야. 

스물가루와 유기농뻥튀기와 함께 훈제연어도 싸주셨는데 사진은 깜빡했네. 
 
시댁에 가면 빈손으로 오는 일이 절대 없다. 비록 갑작스럽게 찾아가도 말이다.
 
 
 
 
*덧붙임
집에 와서 나는 자서방을 위해 전을 다시 부쳤다. 역시 전부치는 냄새는 최고다. 

4장 구워주고 먹을만큼만 먹고 남기라고 했는데 역시 괜한 소릴했다. 간장에 푹푹 찍어서 클리어한 자서방 당신이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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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꽃을 주시는 시어머니
어머님, 메니큐어는 제가 칠해드릴게요...
아 우리 할머니
시할머니의 테이블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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