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한국

아 우리 할머니

by 낭시댁 2020. 4. 23.


세상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우리 아빠는 내가 프랑스로 떠나오기 전날 저녁 식사 중 나에게 물으셨다. 

“니 거기 혼자가서 외로워서 어째살라고-“ 

십년이상 해외에 혼자 살때는 정작 큰 걱정도 안하시더니 지금은 남편나라에 가는건뎅..

하긴 아시아와 프랑스의 어감은 새삼 다르다.. 멀기도 멀고...



솔직히 프랑스에 오고나서 외롭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들었다. 물론 친정 식구들 생각하면 마음이 항상 아릿하지만- 

내가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엄마는 내가 매일 쓰던 방석만 봐도 눈물이 난다며 저거좀 가져가라고 하셨고 외할머니를 만날때 마다 할머니가 먼저 우셔서 엄마도 따라 우셨다고-

내가 프랑스로 오던 날 엄마 만큼이나 많이 운 사람은 우리 외할머니였다. 

다른 가족들에게는 매일 사진도 보내고 화상 통화도 자주 해서 괜찮지만 폴더 효도폰을 쓰시는 할머니는 엄마와 언니에게서 내 사진이나 소식을 전달 받고 계실뿐이다.



내가 떠나온 다음날 내가 잘 도착했는지 궁금하셨던 할머니가 언니에게 전화로 물으셨단다.

“거기.. 어디라했지. 아 아프리카 잘 도착했대??”

앜ㅋㅋ 슬플뻔 했는데 이거 듣고 언니랑 어찌나 웃었던지 ㅋㅋㅋㅋㅋ

아프리카는 생각 못했다.

 

이렇게 웃긴건 자서방과 나눠야지ㅋㅋㅋ

이걸 듣고 자서방이 한숨을 쉬더니 2초 후에 대답을 했다. 

“뭐.. 괜찮아. 할머니잖아. 맨첨에는 나더러 미국인이라고 하셨다면서.. 이해해”

“응 프랑스에 콜레라가 아직 위험하다고 우리를 많이 걱정하셔ㅎㅎㅎ”

뭐 시어머니도 맨날 중국어나 일본어로 써진 포장지 가져오셔서 나더러 알아보냐고 물어보시는거랑 같지 않나 뭐- 

그리고 지금도 할머니는 다른사람들한테 자서방이 미국인이라고 하실 걸- 

내가 떠나오면 울 친정에 놀러 안오실거라더니 진짜 한번도 안 들르셨단다. ㅎㅎㅎ

그래서 엄마한테 내일은 점심때 할머니불러서 같이 식사하시라고 말씀 드렸다.

내일 시간 맞춰서 화상전화 드려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