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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2000년대 초반으로 소환해준 싸이월드의 추억

by 낭시댁 2021. 2. 7.

싸이월드가 다시 돌아온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 감사합니다! 이렇게나 반가울수가... ㅠ.ㅠ 

싸이월드하면 수많은 추억이 떠오르지만 그중 한가지는 당시 버스안에서 겪은 사연이다. 

싸이월드가 이제 한창 붐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나는 홍대에 친구들을 만나러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고 있었다.

참고로, 그때 경기인으로서 친구랑 약속이 있을때 나에게 엠피쓰리는 필수였다. 그리고 가방에는 항상 핸드폰(폴더형) 여분 베터리와 무거운 디지털카메라가 들어있었다.) 

그 시절 엠피쓰리는 목에 걸고 다니는게 간지였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엠피쓰리 목줄과 이어폰 줄이 막 꼬이는건 꽤 성가셨다. (심지어 나는 놀이동산에서 그 무거운 디지털 카메라도 목에 걸고 다녔음. 목디스크가 안온게 다행...) 

아무튼 시내버스 앞쪽 자리에서 엠피쓰리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그땐 브라운 아이즈를 즐겨 들었다. 지금 들어도 나를 2000년대 초반으로 소환시켜주는 나얼과 윤건의 감성터지는 목소리!!) 젊은 버스 기사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이어폰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좀 성가셨는데 듣다보니 웃겨서 슬그머니 음악을 끄고 젊은 아재들의 대화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야, 너 경숙이 기억나지! 어 그래 그때 걔! 너 경숙이랑 연락한 적 있냐? 나?? 나는 경숙이랑 일촌이잖아!"

이때 기사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엄청난 자부심이 느껴졌다. 경숙이 언니는 엄청 예쁜게 틀림없었다! (내 지인과 이름이 같아서 기억 함)

"야 너는 일촌도 모르냐? 너 싸이 안해? 거기보면 다른사람들이랑 그런거 맺을 수 있거든. 1촌, 2촌, 3촌 이렇게 있는데 나는 경숙이랑 무려 1촌이라는거 아이겠냐!! 젤 높은거야!! 아우 무식한 시키 아직 그런거도 모르네!!"

 

 


내가 뭘 들은거지 ㅋㅋㅋ 그리고 한치의 의심도 느껴지지 않는 확신에 가득찬 기사님 목소리 어쩌면 좋아...


한산한 버스에서 자부심으로 쩌렁쩌렁한 젊은 기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어찌나 귀엽던지... 경숙이 언니랑 잘돼셨기를...
2촌도 아니고... 3촌도 아니고... 무려 1촌인데 ㅋㅋㅋ


싸이가 돌아오면 나는 그때 추억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겠지. 도토리로 구매했던 배경음악들과 내 소듕한 다이어리까지. 그때 같이 놀러다니던 선배들은 이미 중년이 다돼서 연락도 모두 단절됐는데 거기서 다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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