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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코로나와 친정엄마의 생신

by 낭시댁 2021. 8. 23.

며칠전 친정 엄마의 생신이었다.

생신전날 우리 언니는 미역국을 아침부터 끓여서 밑반찬들과 선물을 직접 갖다드렸다고 했다. 코로나때문에 함께 가지 못한(엉엉...) 조카들은 손편지를 준비했다.

나영아! 할머니랑 똑같이 그렸네! 20년 전의 할머니...ㅋ

오른쪽에 있는 별 세개는 나영이가 어릴적에 할머니가 자주 불러주던 별이 삼형제노래의 주인공들이란다. (날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할머니가 업고 있을때 내가 반짝반짝 작은별 노래를 부르면 자다가도 두손만 반짝반짝 하던 아가였는데 언제 다 커서 저런 기특한 손편지도 쓰게 되었다.

나는 밑에 동생의 카드를 보고서 빵터졌다. 누나가 그림을 멋지게 그리는걸 봤으니 자기도 뭐라고 그려야 할것 같고ㅋㅋ 가장 자신있는 뚱이랑 스폰지밥을 그린거다. 예쁘다 ㅋㅋ

우리 엄마는 저 카드들을 장농에 고이 간직할거라고 하셨다. 한번씩 꺼내보고 웃기도 하고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보여줄거라고 이렇게 한데 보관하고 있는것들이 쌓여있다고 하셨다.


사실 언니가 미역국을 끓여서 친정에 갔을때 이미 엄마는 내가 보내드린 미역과 아빠가 사오신 소고기로 미역국을 직접 끓여둔 상태였다고 한다. 언니가 끓인 미역과 함께 섞으니 훨씬 맛있어졌다고 하시며 냉장고에 넣어두고 두고두고 드실거란다. 이틀후에는 외할머니께서 미역국만 먹으면 질린다고 육개장을 또 한 냄비 끓여서 가져오셨다고 한다.ㅎ

아빠는 엄마 생일은 보통 일주일내내 이어지더라며 옆에서 같이 얻어먹을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단다 ㅋ 그러는 본인은 엄마의 생신 선물로 현금 백만원을 주셨다고-

"엄마가 그 돈으로 맛있는 반찬을 더 많이 해 달라는거지.ㅋ"

"안그래도 오늘 고등어도 사와서 구웠네요~"

오빠도 돈으로 부쳐줬다고 하시며 좋아하셨다.

한창 일을 할때는 엄마에게 (현금을 가장 좋아하심) 백만원도 부쳐드리고, 한번은 한달월급치 되는 연말 보너스도 몽땅 엄마에게 부쳐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전직 주부가 되니 좋아하시는 현금을 드리기는 어렵고 마음이라도 표현하자는 마음에 인터넷으로 수분크림이랑 미역등등의 먹거리들을 친정집으로 배달시켰다.

언니오빠의 선물에 비해 보잘것 없는데도 엄마는 그걸 보고 눈물이 났다고 하셨다.

"해외에 혼자 떨어져있는 딸이 보내주는 미역이나 화장품선물이 나는 제일 눈물나더라. 무슨돈이 있다고 이럴까 싶기도 하고..."

화상통화를 하는 도중에 괜히 울먹일라고 하시길래 언능 옆에 있는 무식이를 비춰드렸다. 무식이만 보면 우리엄마는 웃으신다. "무식아~!" 하시면서ㅎ

어버이날때 언니가 할머니와 부모님께 드린 오천만원ㅎㅎ 어버이날때도 코로나때문에 친정식구들은 모이지를 못했다. 



코로나때문에 바로 근처에 사는 가족들도 모이지 못하고 엄마 아빠 두분이서 산더미같이 끓인 미역국을 드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아진다. 작년에 길지는 않았지만 몇달간 친정에서 지내면서 부모님과 할머니에게 저녁을 차려드렸던 기억이 그래서 더 애틋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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