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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어머님, 메니큐어는 제가 칠해드릴게요...

by 낭시댁 2022. 8. 14.

토요일 오전-

남편은 수면 무호흡때문에 전문의와 면담을 받으러 가고, 나는 점심때 삼겹살을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갑자기?ㅋ)

시어머니께 메세지로, 깻잎 따러 지금 간다고 말씀드리고 시댁으로 갔더니 남편이 시댁 현관문을 열어주는것이 아닌가?ㅎ

시댁에서 만나니 더 반가운 내 남편-

하지만 일단 깻잎 좀 먼저 딸게..

나혼자 먹을거라 딱 13장만 땄다. 남편은 1일 1식중이라 저녁때부터 달린다. (나는 낮부터 달리고 ㅎㅎ)

인사하려고 다가오는 이스탄불과 모웬에게 깻잎을 내밀어봤더니 별로 흥미가 없어보였다. 확실히 얘네는 범인이 아니다.
시댁 깻잎 절단 사건

얼마전 시아버지께서 사오신 굴 화분에 꽃이 피었다. 꽃이 안핀다고 하셨었는데 이렇게 작고 소중한 파란꽃이라니!!

근데 이 자리는 맨날 틱스가 담장을 넘어다니는 길목에 있어서, 틱스가 화분을 밟을까봐 심히 걱정이 된다. 이스탄불이 항상 지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별로 미덥지는 않은지라...

시부모님은 커피, 나는 녹차, 남편은 탄산수를 마셨다.

어머님께서는 에어프라이어를 중고로 사셨다며 갓 튀긴 감자튀김을 맛보여주셨다. 나 혼자 다 집어먹은것 같다.

"깻잎은 나한테 시켰으면 내가 따갔을텐데..."

남편이 시댁에 잠깐 들렀다고 나에게 메세지를 보냈었는데 내가 그걸 못본것이다.

"괜찮아. 다음번에 내가 깻잎 따오라고 부탁하면 이렇게 13장만 따다주면 돼, 알았지?"


어릴적에 엄마가 앞마당에서 깻잎을 따오라고 시키실때면 나는 꼭 몇장을 따야 되는지 되묻곤 했다. 엄마는 평소에는 50장, 손님이 있을때는 100장이라고 대답하셨다. 그럼 나는 일일이 세면서 따야 되는데, 다 따고나서도 몇번씩이나 다시 세어야만 했다. ㅎㅎ

파란하늘과 알록달록한 꽃들이 너무 예쁘다.

갓튀겨서 따끈한 감자튀김을 집어먹으면서 예쁜 꽃들을 실컷 감상하고 있을때 어머님께서 갑자기 발을 올리시며 말씀하셨다.

"이거 봐라, 예쁘지??"

음... 발톱에 빨간 메니큐어를 바르셨는데... 자세히 쳐다보다가 내가 대답을 선뜻 못한채로 머뭇거렸다. 메니큐어가 너무 삐뚤삐뚤 칠해져있었던 것이다.

"왜? 안 예쁘니?"

"... 예뻐요! (끄덕끄덕) 근데 안예뻐요.. (도리도리)"

내 대답에 온식구들이 웃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서 ㅎㅎ

"아, 색깔은 예쁜데 안 예쁘게 칠해 놨다는 소리지? 그건 맞아. 내가 허리가 안구부러져서 칠할 때 좀 힘들었거든. 호호"

역시 어설픈 내 프랑스어를 찰떡같이 알아들으시는 시어머니시다.

"제가 다시 칠해드릴게요."

"아니, 나는 이대로 만족해. 마음에 들어."

잠시 후 아버님께서는 정원에 내려가셔서 꽃들에게 물을 뿌리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어머님은 이스탄불의 털을 빗으셨다.

이스탄불은 목이 갈라지는 듯한 웃긴 목소리로 야옹거리며 요리조리 왔다갔다 움직이고 어머님은 그런 이스탄불을 열심히 따라 다니셨다. 그모습을 보면서 나랑 자서방은 웃었고, 웃는 우리는 보시며 어머님은 즐거운 표정을 지으셨다.

특별할 것 하나 없었지만 그냥 완벽하게 느껴지는 주말 오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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