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가을이 오나보다...

by 낭시댁 2022. 9. 9.

오늘 아침은 유난히 쌀쌀했다. 

공기속에 가을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분. 

짧은 다리를 애써 뻗어 창밖을 구경하는 무식이. 직접 나가는건 싫고 이렇게 구경하는것만 좋아한다. 

 

 시댁에서는 벌써 월동준비가 시작되었다. 

장작이 배달온 것이다. 벌써... ㅠ.ㅠ 

 

장작 옮기는 걸 도와드리려고 갔더니 낯선 여성 한분이 아버님과 함께 장작을 옮기고 있었다. 내가 돕겠다고 했더니 아버님께서는 장작을 주문하시면서 옮기는것 까지 도와달라고 추가 비용을 지불한거라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셨다. 

 

지하실을 통해 정원으로 들어갔더니 어머님께서 테라스에서 기지개를 켜시다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나를 보시고 깜짝 놀라셨다ㅎㅎ

테라스에서 발견한 예쁜 수국. 파란 이파리는 유칼립투스라고 하셨다. 코알라가 먹는 그거... 

 

"오늘 저녁에 식사초대를 받았거든... 갈때 가져가려고 사온거야. 사실 우리 둘다 거기 갈 기분은 아닌데..."

시부모님께서는 오전에 경찰서에 다녀오셨다. 

 

한달넘도록 실종상태인 모웬때문에 답답한 마음에 경찰서까지 가신것이다.

 

"근데 별로 신경은 안써주더라." 

 

"아무래도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라... 거기다 실종된지도 한달이 넘어서 더더욱 가능성을 낮게 보겠지요. 그래도 접수는 해 주던가요?" 

 

"응. 그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이야기의 화제를 돌리며 내가 말했다.

 

 "작년에 장작 들어올때가 기억나는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저는 가을도 싫고 겨울도 싫어요. 괜히 우울해져요." 

 

"난 너무 좋아! 맛있는 호박스프냄새가 가득 풍기는 저녁에 따뜻한 벽난로 앞에 앉아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다구... 내 곁에는 항상 모웬이 있고..."

 

아 이런... 모웬... 

 

시어머니 표정이 다시 슬퍼지셨다.

 

어머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올 겨울은... 모웬이 없다면 너무너무 허전할 것 같다.  

 

내 사랑 모웬... 어서 돌아와... 보고싶다...

 

이럴때 이스탄불이라도 옆에서 어머님을 위로해 드려야 하는데, 이 녀석 장작 들어오는 소리가 나는 순간 어디론가 꽁꽁 숨어버렸다고...

내가 시댁을 나올때 어머님께서는 미리 따 놓으신 무화과와 함께 말린 대추야자를 주셨다. 

 

아버님께서는 나더러 장작일을 도와주러 와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저 아무것도 안했는데용...ㅋ

 

대추야자는 어떻게 먹으면 맛있을까 고민하다가 맛이 곶감이랑 비슷하길래 몇개만 호두에 말아봤는데 맛있었다. 어머님께서는 여기에 치즈를 곁들이면 더 맛있다고 하셨지만 우리집에는 슬라이스 치즈뿐이라...  

여름아 조금만 더 머물러주지않겠니... 가을이 온다니 벌써부터 싱숭생숭하다. 

모웬 너는 어서빨리 짠하고 나타나서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려야지... ㅠ.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