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 가면 맛있는 냄새가 난다.

by 낭시댁 2022. 10. 3.

오전 수업만 하는 날이었는데 어머님께서 줄게 있다고 하셔서 시댁에 잠깐 들렀다.

바로 난을 만드는 밀가루를 세일중이라서 두개나 사다주신 것이다.

"점심 먹고 갈래?"

"아니요. 그냥 어머님이랑 콜라나 한잔 같이 마실게요."


그렇게 우리는 이스탄불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테라스로 나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새로운 반친구들은 어떠니?"

"총 11명인데 이번에도 국적이 다 달라요. 안타깝게도 에스빠뇰은 없네요."

"저런... 난 에스빠뇰이 좋은데!"

"그리고 이번에는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두명이나 더 있어서 좋아요. 카자흐스탄인은 대학교수이고, 우크라이나인는 치과의사래요. 그리고 저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친구는 서른다섯살 시리아인인데 지난 학기때 저랑 한반이었어서 이미 친하고요, 그녀는 산부인과의사였대요."

"잘됐구나! 다같이 친하게 지내면 되겠네."

"네. 다들 친절하고 재미있어요. 근데... 우크라이나인은... 제가 말할때 왜 자꾸 말을 끊을까요. 제 말에 대답을 아예 안할때도 있고 자기 할말만 하길래 몇번 좀 언짢았어요. 내일부터는 그냥 좀 떨어져서 앉으려구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그런 거만한 우크라이나 여자가 있어!"

우리 어머님 내 말에 맞장구를 쳐주시다가 다시 말씀하셨다.

"그런데 또 모르지.🤔 원래는 좋은 사람은데 처음 친구를 사귀는데 서툰 사람들도 있거든. 너무 친해질 필요도 없지만 또 그렇다고 벌써부터 마음을 닫을 필요도 없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다보면 진짜 모습을 알게 될거야."

어머님 말씀이 옳습니다!



"어? 맛있는 냄새가 나요! 한국요리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요?"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냄새가 테라스까지 풍기고 있었던 것이다.

"호호호 어때? 점심 먹고가고싶어졌지?"

"무슨 요리하시는데요?"

"샷불라(köttbullar)라는 스웨덴식 미트볼이야. 자, 이리와서 보렴. 이걸 보고나면 먹고 싶어질거다."

어머님께서는 부엌으로 나를 데려가시더니 에어프라이어에서 익어가는 요리를 꺼내서 보여주셨다.

"어때? 먹고갈거지?"

"... 네. 먹고갈게요."

"호호 일부러 그럴줄 알고 3인분으로 넉넉히 요리했단다!"

요용 오늘도 밥먹고 갈거냥?

샷불라를 감자와 쥬키니와 함께 에어프라이어에 구우셨는데, 익어가는 냄새가 내 코에는 꼭 된장찌개 비슷한 냄새로 느껴졌던 것이다. 이미 그 맛있는 냄새 때문에 입맛이 한껏 돌아서 안먹고 갈 수가 없었다.

어머님께서는 내 접시에 샷불라를 제일 많이 담아주셨고 상대적으로 시아버지의 접시에는 빨간색(토마토)이 더 많이 보였다. 갑자기 아버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버님, 제가 갑자기 점심먹고 간다고 해서 아버님이 드실 음식이 줄어든 것 같아요.😂😂 죄송해요."
내 말에 아버님께서는 웃으시며 양이 충분하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잠시후 부엌에 가셔서 빵과 치즈를 잔뜩 가져오셨다.)

내가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더니 어머님께서는 내 크리스마스 선물로 에어프라이어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후식으로 내 주신 포도까지 알차게 해치운 후 부른 배를 두드리면서 집으로 느지막히 돌아왔다.

이쯤되면 나는 집이 두군데인가 싶은 기분도 드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