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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여름 끝자락- 시댁 테라스 향긋한 시드르 한잔

by 낭시댁 2022. 9. 20.

카린을 따라 보쥬에 다녀온 이틀 후에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주셨다.

[우리집 지하실에 정말 맛있는 시드르가 있는데 나중에 너 카린만날때 가져가게 한병 줄게.]

[감사합니다! 근데 그거 그냥 우리가 마셔요!]

[그럼 그럴까? 여러병 있으니 오늘도 마시고 갈때 한병 가져가거라.]

그렇게 나는 시드르를 마시겠다고 시댁으로 곧장 달려갔다.

시댁 테라스에는 벌써 차가운 시드르 한병과 잔 세개가 준비 돼 있었다.

카린의 말대로 어머님께서도 시드르는 브휫 (Brut)을 고르라고 조언하셨다.

잔에 따르는데 이미 상큼한 사과향이 코를 자극했다.

시부모님과 짠!

맛은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 너무 맛있었다. 프랑스에서 새로 발견한 맛있는 술중 단연 최고는 시드르가 아닌가싶다. 완전 내 타입.

테라스에서 마시니 뭔가 여름의 맛처럼 느껴졌다.
여름아 조금만 더 머무르지 않겠니... ㅠ.ㅠ 난 가을 싫은데..

한잔 두잔씩 잘도 넘어가더니 금새 우리는 한병을 다 비웠다ㅎ

뭔가 알딸딸한 기분이 들어서 확인해보니 알콜 도수가 6%. 그리 높진 않지만 그리 낮지도 않다. 달콤해서 술술 넘어가더라니...

시드르를 마시며 나는 시부모님께 보쥬여행기를 열심히 들려드렸다.

"카린의 고모는 분명 좋은 분이시구나! 고양이랑 강아지를 좋아하시니 다른건 볼것도 없어."

ㅎㅎㅎ우리 어머님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악할수가 없다고 믿으신다.

 

 

"나 쥬키니 많이 사다놨는데 너 갈때 좀 줄까?"

"네! 좋지요. 요즘 자서방이 슬슬 샐러드를 지겨워해서 다른 야채가 더 필요하거든요."

부엌으로 가신 어머님께서 뭔가 오래 작업을 하시는것 같아서 가봤더니... 얇게 슬라이스된 주키니를 통에 담고 계셨다.

"이거 저 주시려구요? 저는 ‘그냥 주키니’로 주시면 안되나요?"

"그냥 주키니도 줄게. 이건 샐러드처럼 생으로 그냥 먹는거야."

으엑... 주키니를 생으로도 먹나....? 🤔

어머님께서 하도 맛보라고 하셔서 하나 집어 먹기는 했는데...

"그리 맛있지는 않는데요...?" 🥲

"그래, 그럼 이건 우리가 먹지 뭐."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기계를 하나 꺼내서 또다른 시도를 하셨다. 😐😐

주키니를 파스타처럼 자르는걸 보여주시는 것이다.

"이것도 싫으니…?"

"음...😐 저희는 그냥 크게 잘라서 감자랑 같이 구워먹으려구요."


결국 나는 이것저것 다 거절하고 온전한(?) 주키니만 두개 얻어오는데 성공(?)했다ㅎ

부지런하신 우리 시어머니는 이것저것 보여주고 경험시켜주고 싶으신 것이다. 거기다 쿨하셔서 나는 거절도 가볍게 할 수가 있는것이다.

시드르도 한병 주겠다고 하시는걸 거절했다.

"다음에 우리끼리 또 마셔요!"

"그래 많이 있으니까 생각날때 말하거라."

시댁이 근처에 있어서 좋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얄궂은 표정을 지어보이곤 하는데, 진심으로 나는 이렇게 든든하고 좋을수가 없다.
맛있는 시드르와 정다운 수다가 있었고 주키니까지 챙겨 주시는 우리 시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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