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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의 홈메이드 플람키쉬

by 낭시댁 2022. 8. 29.

어제 시어머니와 장보러 갔을때 어머님께서 플람키쉬용 크림 치즈를 구매하시길래 내가 여쭈었다. 

 

"플람키쉬 만드실거예요?? 언제 만드실거예요???" 

 

"너 먹을러 올래? 그럼 내일 만들지 뭐." 

 

그렇게 나는 오늘 플람키쉬를 얻어 먹으러 정오에 시댁으로 갔다. 🤓🤓

 

시부모님께 인사를 먼저 드리고나서 무화과 나무에 수확을 기다리는 무화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길래 일단 그거 먼저 따드린다고 나무로 기어올라갔다. 

 

어머님께서 2층 창문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장대를 뻗어서 무화과를 따실때는 조마조마했다. 자꾸 나더러 나무를 부러뜨렸다고 하셔서 억울했지만 (나무 안부러졌다고요ㅎㅎㅎ) 그래도 둘다 오랜만에 꽤 많이 웃은것 같다. 

아버님은 무화과 담으라고 양동이를 갖다주시더니 그길로 바로 외출을 하셨다. 

 

이웃집 우편함에 모웬 실종 전단지를 돌리러 가시는 거라고...  이렇게 틈날때마다 나가시는데, 며칠전 비가와서 일전에 골목 곳곳에 붙여놨던 전단지들이 쪼글쪼글해져서 그것도 수거하실거라고 하셨다. (오후에 우리는 전단지를 새로 붙이러 나갔다.) 

 

아버님을 배웅하신 어머님께서는 집앞을 지나가던 대학생쯤 보이는 훈남 청년에게 무화과 좀 먹고가라고 불러세우셨다. 마침 골목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의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던 나는 손을 뻗어서 무화과 몇개를 청년에게 하사해(?) 주었다. 청년이 무화과를 먹는 동안 어머님은 모웬의 전단지를 한장 주면서 잘 봐달라고 신신당부하셨고, 훈남 청년은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자신은 근처 도미토리에 살고 있으니 건물 정문에 붙여놓겠다며 전단지를 들고갔다. 무화과 더 줄껄...

 

 

무화과 수확을 마친 우리는 아버님을 기다리며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어머님께서 추천하신 이 맥주는 향이 정말 좋았다!
저기 감자호띠는 너무 맛있다며 맛보라고 하시며 하나 같이 넣으셨다.

술안주로 에어프라이에 구워주신 스페인식 빠드론고추!

 

"오, 너무 맛있다! 바르셀로나에 와있는 기분이야!" 

 

잠시후 우리는 바르셀로나에서 알자스로 다함께 점프했다. 바로 알자스식 플람키쉬를 먹었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정말 빠른 손놀림으로 도우를 얇게 미셨고 그 위에 플람키쉬용 크림치즈를 듬뿍 바르셨다. 그리고나서 얇게썬 양파와 베이컨을 넣고, 맨 나중에는 모짜렐라치즈를 뿌리신 후 가장 놓은 온도로 오븐에 딱 8분간 구우셨다. 이렇게 총 2판을 구워서 셋이서 나눠먹었다. 

끄트머리가 좀 탔지만 원래 이런거(?)라고 하셨다. 플람키쉬는 또 다른말로 타르트 플랑베 (tarte flambée)라고도 하는데 플랑베가 불이라는 뜻이니 원래 이렇게 좀 태우는거라고 ㅎㅎ 

오랜만에 시부모님과 테라스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저 정도 사이즈로 각자 3조각씩 먹었는데 배가 터질것 같았다. 맛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정도로, 보쥬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다!   

후식을 먹을 배는 없었지만... 좀전에 딴 무화과를 몇개 먹었더니 아버님께서 정원에서 포도를 한송이 따오셔서 나눠주셨다. 정원에서 바로바로 따먹는 과일이라니... 이런 호사가...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제 밥값을 하러 갈 시간이다. 어머님과 나가서 전단지를 새로 붙이기로 한 것이다. 

 

맛있는걸 드시면서 어머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무 너무 맛있다! 거의(presque) 행복해. 모웬만 있으면 완벽한데..." 

 

맛있고 즐거운 순간에도 모웬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시는 것이다. 

 

"그럼, 전단지 붙이러 나가볼까요?"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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