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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새들이 떠나면 둥지를 치우시는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2. 8. 5.

더위가 한풀 꺽인 요즘 시댁 정원은 여전히 꽃이 만발해서 볼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가는곳마다 고양이들이 졸졸 따라다니니 시댁가는게 더 즐거워질 수 밖에. 

 

이스탄불은 나와 시어머니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관심 달라고 야옹거리는 중이다. 

피클에 넣으려고 월계수잎을 몇개 땄다. 

시아버지께서 새로 사오신 이 화분을 보여주시면서 프랑스어로 [굴]이라고 부르시길래 왜 그런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어머님께서 잎을 하나 따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 잎을 문질러보면 진짜 굴냄새가 나거든. 먹을 수 있는거야."  

문질러 보니 진짜로 굴 냄새가 났다! 풀에서 바다굴냄새가 나다니! 

 

"이거 드실거예요?" 

 

"아니." 

 

"이거 꽃이 피나요?" 

 

"아니." 

 

"그럼 이거 왜 사오신거예요?" 

 

"미슈, 이거 왜 샀어요?" 

 

시어머니의 질문에 시아버지께서 잠깐 생각하시더니 대답하셨다. 

 

"...그냥... 신기해서."

 

아... 정말 신기하기는 해요... 

 

저걸로 나물 해 먹어도 되는건가...? 하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 봐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네 ㅡㅡ;

 

무궁화꽃 밑에는 일전에 부러졌던 깻잎들이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다. 

한번 부러져서 그런가, 옆으로 퍼지면서 오히려 더 튼튼하게 자라는 모습이다. 

잠시후 어머님께서 내가 마실 녹차를 내오시며 말씀하셨다. 

 

"안에서 마실까 밖에서 마실까?" 

 

"밖에서요!" 

 

내가 테라스로 올라왔더니 고양이들도 느릿느릿 따라 올라왔다. 

그때 발견한 희한한 물건!

"이거 뭐예요??" 

 

설마... 진짜 새둥지?! 

엄청 두툼하다!

"응 새둥지. 안에 알 껍질도 있어. 너무 귀엽지않니??" 

 

"이거 어디에 있던거예요? 새들은 그럼 이제 어디에 살아요..."

 

내 진지한 표정을 보시곤 어머님께서 웃으셨다.

 

"새들은 벌써 떠나고 없지. 미라벨 나무 새집안에 들어있던 둥지인데, 이게 있으면 새로운 새들이 안들어오더라구. 매년 이렇게 꺼내줘야 다른 새들이 다시 그 안에 둥지를 짓고 살아."  

 

아하... 괜히 의심해서 죄송합니다ㅋㅋㅋ 

 

"그 작은 몸집으로 아기새들을 위해 이런 둥지를 짓다니 너무 대단하지 않니? 여기 보면 모웬이랑 이스탄불 털도 있어. 엄청 잘 만들었어." 

우리가 새집을 살펴보며 감탄하고 있을때 고양이들은 우리 발 밑에서 가만히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도 새로운 새가족이 오면 참 좋겠지...? 물론 우리와는 다른 이유겠지만 ㅡㅡ;; 

 

이전 관련 포스팅: 아기새들이 떠났다.

 

아기새들이 떠났다.

시어머니께서 사진을 한장 보내주셨다. "나무위에 아기새들이 태어났거든. 그 소릴 듣고 고양이들이 아주 나무에서 떠나지를 않는단다." 아기새들...? "새집을 살짝 열어보니 새끼들이 6마리가

mok0nolg0.tistory.com

 

내가 차를 마시는 동안, 모웬은 내 앞에 앉아있었다. 내 모든 관심을 한몸에 다 받겠다는 듯이.

그리고 소심한 이스탄불은 평소처럼 소심하게 앉아서 관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시댁에 가면 항상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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