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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행복할 것이다.

by 낭시댁 2022. 9. 25.

프랑스어 수업 둘째날 오후, 나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무화과를 따드리러 시댁에 들렀다.

모웬은 여전히 소식이 없습니다. 그래도 언젠간 다시 만날거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구요, 가족모두 변함없이 행복하기로 했습니다.


시아버지는 정원 둘레 여기저기에 덩굴을 치고 있는 포도를 수확하고 계셨다.

큰 청포도

총 3가지의 포도 종류가 있는데 나는 포도 종류를 들어도 모르므로... 그냥 청포도 적포도 그리고 큰청포도...

시댁에 올때마다 한두알씩 따먹곤 했는데 이제는 몽땅 수확할 시기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유기농!

무화과는 내가 따왔는데 여름이 끝나면서 수확량이 점점 줄고있다.

어머님께서는 통을 갖다 주시며 원하는대로 과일을 담아가라고 하셨다.

제일 많이 담은 통은 내꺼.
그리고 어머님은 옆집을 위해서 또 한통을 담으셨다. 네네... 저두 그 분 잘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렴요... ㅎㅎ


"아, 혹시 무화과를 치즈랑 같이 먹어봤니? 진짜 맛있는데!"

"아니요... 저는 집에 체다랑 모짜렐라 뿐인데 혹시 치즈 있으세요?"

"있지 있지!! 내가 빵도 한장 구워줄테니 먹어봐라!!!"

우리 시어머니 "싸바 에트흐 트헤 봉!!" (정말 맛있을거야!) 라는 말을 노래가사처럼 흥얼거리시며 부엌으로 곧장 달려가셨다.

에멍딸, 염소치즈 그리고 블루치즈 세가지를 꺼내오셔서 조금씩 맛을 보았다. 염소치즈는 아직 나에겐 멀고 먼 당신이다.

에멍딸이 제일 맛있었다. 사실 토스트빵이랑 치즈만 먹어도 맛있는 조합이라 여기에 무화과의 풍부한 단맛이 가미되니 맛이 없을수가 없다.

 

 

 

이스탄불은 요즘 기운이 없다. 모웬이 사라진 후부터 부쩍 변했다. 

친구이자 형제인 모웬이 갑자기 사라져서 이스탄불도 영향을 많이 받은것 같다. 

 

시부모님께서는 중대결정을 하셨다.

 

모웬이 언젠간 돌아올거라는 희망은 여전히 간직한 채로, 새 고양이를 들이기로 하신것이다. 원래 아버님께서는 더이상의 고양이 입양은 안된다고 고집해 오셨지만 (두분모두 연세가 있으셔서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실까봐...) 어머님과 이스탄불을 위해서라도 그 결심을 바꾸신 것이다. 

 

모웬이나 무스카델처럼 애교많고 다정한 성격을 가진 셀커크렉스 막내가 생기는 것이다. 

 

"모웬이 돌아오면 3형제 정신없겠네요! 괜찮으시겠어요?" 

 

"오... 네 남편같은 아들이라면 단 한명도 힘들지만 우리집 고양이들은 다 착해서 3마리가 아니라 13마리라도 전혀 힘들지않을거야."

 

"아... 제 남편에게 꼭 전하겠습니다."  

 

어머님의 목소리에 활기가 느껴졌다. 

 

"아참, 이번에는 암컷이란다. 지금껏 내가 이집의 여왕이었는데 공주가 생기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더라구." 

 

그렇게 우리 시부모님은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시기로 하셨다. 모웬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하겠지만 두분께서 사랑으로 돌봐주실 공주(?)를 맞으신 준비가 되신 것이다. 

 

 

 

모웬, 너 동생 생긴대... 빨리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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