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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갓 수확해서 만든 프랑스 시어머니표 무화과 타르트

by 낭시댁 2022. 9. 1.

불과 사흘전에 시어머니와 익은 무화과를 몽땅 수확 했는데, 그 사이 무화과들이 또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었다.

오전 11시. 복숭아+바나나 요거트 스무디를 갈아서 맛좋게 원샷 한 후 시댁으로 무화과를 따러 갔다. 새들에게 더이상의 무화과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

점점 요령이 붙더니 이제는 최소한의 동작으로 어느 지점에 올라가서 어떤 가지들을 땡길수 있는지 빠삭하게 파악이 되었다.

잠시 후 어머님께서도 창문을 통해 무화과 수확에 합류하셨는데 어느순간 갑자기 "메흐드!" 하고 욕을 날리셨다. 🤣

실수로 가지를 부러뜨리신것이다.

"아, 욕해서 미안하다. 이런 말 너는 배우면 안된다."

"이미 늦었어요. 어머님 덕분에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인걸요."

"그럼 더 잘됐고!"

올해는 가뭄때문에 열매가 작고 더 달다고 한다.

우리는 한 양동이를 금새 꽉 채웠다.

"네가 온 후로는 무화과를 매번 알뜰하게 수확하는구나. 우리둘만 있을때는 그냥 손 닿는데꺼만 따고 이웃들에게 직접 따다먹으라고 했지."

촌에서 자란 덕분에 사과며 감을 따먹던 실력을 맘껏 발휘 할 수 있어서 기쁠 뿐이다.

"무화과가 많으니 타르트 만들어줄까? 아주 잠깐이면 돼!"

어머님께서는 금새 빠떼(도우)를 얇게 미셨고, 그 위에다 무화과를 조각내서 올리기 시작하셨다.

빠떼에는 설탕이나 버터를 전혀 넣지않고 담백하게 만드셨다.

나는 일부러 찌그러진 무화과만 골라드리며 농담을 했다.

"저 지금 어머님이 따신것만 골라드리는 중이에요. 너무 세게 힘을 주셔서 모양이 많이 망가졌네요."

"오, 너 메샹이다."

"사실인걸요. 저는 모양이 온전하도록 살살 땄거든요. 잠시만요, 여기 망가진거 또 있어요. 오 너무 많아요. 이거 다 거기 넣으세요."

😆😆😆😆😆 우리 어머님은 이런거 좋아하신다ㅎㅎㅎ

무화과를 듬뿍 올린 후 그 위에다 시나몬파우더도 듬뿍 뿌리셨다.

그 사이 시아버지께서는 어머님이 꺽으신 무화과 나무를 손질 하신 후 화분에다 소중하게(?) 심으셨다.

"오, 이제 무화과 나무가 또 생기는건가요!!??" 😆

무화과들이 여전히 대롱대롱 달려있다ㅎㅎㅎ

"원래 뿌리가 잘 내리려면 열매는 제거하는게 좋은건데..."

갈등 되시는지 뒷말을 흐리시는 아버님. 이틀이면 열매가 익을것 같은데 뿌리는 그 뒤에 내려도 충분하지 않을까요ㅎㅎ 그냥 두자구요! 😀

포도 한송이를 따와서 테라스에 앉아 한알 한알 맛있게 먹었다. 어머님은 부엌에서 아버님은 정원에서 바쁘신 와중에 말이다.

그 사이 뚝딱 완성된 무화과 타르트!

간편 버전이라고 하셨는데 내 눈에는 평소 만드시던 (버터와 설탕이 들어가는)타르트보다 이게 더 맛있어 보였다.

"너 점심 먹고갈래?"

"음... 무슨 요리 하실건데요? ㅋㅋㅋ" (이미 먹고 가려고 결정했는데 그냥 한번 농담 해 본거다.)

"맛있는거.😊 에어프라이에 닭고기 굽고 있어. 일부러 세 조각 넣었으니 먹고 가거라. 후식으로 타르트로 먹고-"

"네! 저 먹고 갈래요."

테라스 테이블에 점심상이 금방 차려졌다. 엄청난 양의 토마토때문에 좀 놀랐는데 셋이서 남김없이 다 먹어서 또 놀랬다ㅋ
쿠스쿠스로 만든 상큼한 타불레, 렌틸콩 샐러드 그리고 에어프라이로 담백하게 구워진 닭고기도 같이!

오늘도 완전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후식으로는 우리가 직접 수확한 무화과로 만든 어머님표 타르트!

시어머니의 타르트를 다양하게 맛보았지만 오늘의 이 간편버전 타르트는 최고중의 최고였다.

설탕이나 버터가 일체 들어가지 않아 그저 담백하게 구워진 빠떼위로 무화과 즙이 시럽처럼 감싸서 빠떼 부분만 먹어도 마치 조청을 바른 우리나라 전통 약과처럼 꾸덕꾸덕하고 고소하고 달콤했다. 무거운 느낌이 없어서 부담없이 계속 먹게 되는 맛이었다.


식사 중 어머님께서는 틈틈히 인터넷 중고 사이트를 뒤지시면서 혹시라도 모웬이 판매 게시판에 올라오진 않았는지 확인하셨다. 동물을 사랑하지는 않으면서 품종 반려동물을 훔쳐서 내다파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하시면서...

저녁에 스페인식 오물렛(또르띠야 데 빠따따스)를 만든다고 했더니 수분많은 양파를 싸주셨다. 아보카도는 덤으로...

어머님께서는 자서방도 맛볼 수 있도록 남은 타르트를 싸주셨다. 과일 타르트를 안좋아하는 자서방이지만 이건 한번 맛보면 절대 거부할 수없는 맛이라서 분명 자서방도 좋아할 것 같다.

모웬을 향한 그리움에 한번씩 정원을 내다보며 서로 한숨을 쉬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이어질 것이다. 모웬은 돌아올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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