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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와 굽는 배추적

by 낭시댁 2022. 2. 21.

지난주 토요일은 바로 시어머니와 배추적을 함께 굽기로 했던 날이었다.

오후 두시쯤 시댁으로 갔더니 시어머니께서 차 한잔 마시고 시작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아침에 구워두신 사과케잌도 맘껏 먹고 갈때도 가져가라고 하셨다.

강추! 폭신한 사과케잌 만들기 [Moelleux aux pommes]

"와 맛있겠다! 저 지금 하나 먹고, 갈때 두개만 가져갈게요."

"응, 다 가져가도 돼. 난 뱃살을 위해 안먹는게 좋을것 같거든."

"그런데 왜 만드셨어요?"

"만들고 싶으니까. 호호"

아참 괜한 질문을 드렸네 ㅋㅋ

커피를 드시는 시아버지 옆에 가만히 앉아있는 얌전한 모웬. 세상 최고 개냥이 😍

차 한잔과 사과케잌 하나를 끝낸 후 우리는 배추적을 굽기 시작했다.

반죽은 내가 집에서 가져온 튀김가루와 밀가루를 반반씩 섞어서 사용했다.

내가 배추 세장을 깔고 반죽을 살짝 얹은 후 숨이 죽도록 기다리고 있는데 어머님께서 그 위에 배추를 몇장 더 얹으려고 하셨다.ㅋㅋ

"아니에요. 세장이면 충분해요."

"아 그래? 여러겹으로 하면 안돼?"

"그러지 말고 팬 하나 더 올려서 직접 구워보시는게 어떠세요?"

처음에는 싫다고 하시더니 막상 내가 한장을 구워내는걸 보시더니 바로 혼자서 구워보시겠다고 도전하셨다.

모양도 동그랗게 잘 잡으셨고 재미있어하셨다. 역시 금방 배우시는구나.

"옆집 마이달링이 어제 망고를 두개 주더라구. 너 갈때 하나 가져가렴."

"아참, 옆집에도 이거 좀 갖다줄까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글루텐때문에 밀가루를 잘 못먹는다고 하더라구..."

안타깝네... 나도 얻어먹은게 많아서 한국 음식이라고 맛보여주면 좋았을텐뎅-

총 5장을 구웠고 양념장도 만들어드렸다.

어머님께서 너무 작은 조각으로 자르시길래 나중에 구운 두장은 내가 큼직하게 잘랐다. 그리고 나도 몇조각을 싸왔다.

남은 배추는 원래 나더러 가져가라고 하셨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재미있으셨던지 그냥 드시겠다고 하셨다.

"이 배추는 레시피를 몰라서 한번도 사본적이 없었거든. 이제 알았으니까 앞으로도 종종 사다가 만들어먹어야겠다."

양배추는 프랑스어로 - (chou)인데 그냥 배추는 슈 시노아, chou chinois, 즉 중국 양배추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더 흔한 배추가 이곳에서는 이국적인 식재료인 것이다. 이렇듯 배추의 현지단어만 들어도 내가 고국에서 멀리 멀리 떠나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집으로 가져온 배추적은 다음날 전찌개를 끓였다. 우리친정에서는 명절 다음날 꼭 이 전찌개를 끓이는데 배추적이 하이라이트다. 냉동실에 있던 굴림만두 몇개랑 냉동새우를 넣고 피쉬소스약간과 간장 고춧가루 마늘...

전찌개까지 먹고나니 좀 늦었지만 명절때 하는거는 다 해 본것 같네.

비주얼은 좀 이래도 밥에 비벼먹으면 정말 맛있다.😆

외로운 타지에서도 내가 외롭지 않은 이유는 남편보다 오히려 시어머니덕분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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