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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서 힐링하는 시간

by 낭시댁 2022. 2. 15.

지난 포스팅에 내용이 이어집니다-
경상도식 배추적과 프랑스식 엔다이브 파이

시댁으로 배추적을 구워서 가져가면서 집에 쌓여있던 시댁의 빈 반찬통들도 모두 챙겨서 가져갔다.

반찬통, 잼병 그리고 아쉬빠멍티에를 담아주셨던 뚝배기, 심지어 빨간색 장바구니조차도 시댁에서 온 것들인데 요즘 학교 다니느라 바빠서 돌려드리지 못해서 엄청 쌓여있었다. 새삼 많이도 얻어먹는구나 싶기도 하고... 😂

시부모님께서는 점심을 원래 늦게드셔서 배추적은 시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같이 드시겠다고 하셨다. 그 사이 저녁에 드실 키쉬를 준비하고 계시다며 나더러 차를 직접 준비해서 마시고 있으라고 하셨다. 혹시라도 내가 바로 떠날까봐 하시던 일을 서두르고 계셨다.

"천천히 하세요. 전 모웬이랑 차마시고 있을게요."

사과향이 나는 녹차를 한잔 내려서 거실로 왔더니 모닥불이 따뜻하게 타고 있었다. 잔잔한 라디오 소리하며... 항상 변함이 없다. 시댁에 오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모웬... 반가운 표정 맞지? 그저 방금 만난 사이인것처럼 무심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이스탄불은 반갑다고 다가와서 내몸에 볼을 문질러주었다. 이럴때보면 이스탄불이 더 살갑네.

시어머니와 고양이들과 아늑한 거실에 둘러앉아서 차를 마시는데 외출하셨던 시아버지께서 온몸에 차가운 공기를 뿜으시면서 들어오셨다. 비가 오고 있어서 더 추운것 같은 날씨였다.

아버님께서는 나에게 마들렌 한상자를 건네주셨다. 이힛 신난당! 학교갈때 간식으로 챙겨다녀야징ㅋ

내가 금방 돌려드린 장바구니는 금새 시부모님께서 채워주시는 물건들로 차오르고 있었다.


호두유는 요리용이 아니라 샐러드용이라고 신신당부하셨고 일전에 주셨던 진한 초코 푸딩도 주셨다.

"미셸이 초코 푸딩을 직접 만들 예정이라서 이건 너희가 가져가서 먹거라."

우와... 그렇다면... 기꺼이요!ㅋ

시부모님께서는 어제 올림픽 개막식을 보셨다며 중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계셨다. 그래서 나는 살짝 또 흥분해서 개막식때 중국이 한복과 한국 전통문화를 자기네 속국인것 처럼 뻔뻔하게 소개했다고 분개했고 시부모님께서는 홍콩과 대만과의 이슈도 잘 알고 있다고 하시며 중국이 결국 세상 모든 나라들에게 미움을 받게될거라고 하셨다.

"문제는요... 사람들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지요 ㅠ.ㅠ 앗, 근데 저 프랑스어 좀 늘지 않았나요???"

내 말에 시아버지께서 특히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주셨다.

나는 또 주머니에 있던 학생용 교통카드도 꺼내 보여드렸고, 우리반 친구들에 대해서도 실컷 들려드렸다.

이제 매 주말마다 시댁에 와서 이렇게 수다를 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부모님과 고양이들을 만나 웃으며 충전도 하고 맛있는것도 얻어가는데다가 내 프랑스어도 점검하고 말이다.


오후에 라떼를 한잔 만들어서 시아버지께서 주신 마들렌을 하나 먹고 있을때였다.

어머님으로 부터 메세지가 왔는데 배추적이 너무너무 맛있다고 하셨다!

[너무 너무 맛있구나! 어떻게 만드는지 나 좀 가르쳐 줄 수 있니? 월요일날 내가 배추를 사올테니.]

[그럼요, 쉬운걸요.]

[이번 주말에 집에 있니?]

[네, 이번 주말에 가르쳐드릴게요.]

[배추 네것도 하나 더 살까?]

[네, 감사합니다.]

어머님께서 좋아하셔서 정말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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