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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는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by 낭시댁 2023. 3. 9.

프랑스는 연금개혁 반대를 외치며 또다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내 체류증을 연장하는 헝데부가 잡힌날이 파업일이었는데, 자서방은 아마 헝데부를 미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공무원도 파업하나...?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나라의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에 참여한다는게 내 머릿속에는 선뜻 연결이 되지 않았다.
 
"프랑스는 한국과 달라. 파업의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거든. 오히려 공무원들이 파업에 더 적극적일수도 있어..." 
 
주말이라 전화통화가 어려우니 자서방은 하는 수 없다고 했지만 나는 불안해서 경시청으로 이메일 문의를 보냈다. 다행히 다음날 저녁에 담당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저는 내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답니다. 예정대로 오시면 돼요." 
 
휴 다행이다. 어떻게 얻은 헝데부인데... 
 
 
 

파업의 여파로 여기저기 바리케이트가... 

 
 
다행히 자서방이 함께 가 줄수 있게 되었는데 문제는 경시청 주변에 있는 주차장 마다 파업으로 인해 진입이 막혀서 주차할 장소를 찾을수가 없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헝데부 시간이 다 돼 버렸다. 그냥 헝데부를 바꿨어야했나... 
 
"그냥 나 제일 가까운데다 내려줘. 나 혼자 뛰어갈테니까 당신은 천천히 주차할 곳 찾아서 뒤따라와." 
 
그렇게 나는 혼자 서류를 들고 일단 달려갔고 다행히 많이 늦지 않게 도착해서 대기실로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어찌저찌 주차를 하고 멀리서부터 걸어온 자서방도 뒤늦게 들어와서 합류했다.
 


다행히 담당자는 아주 친절한 여자분이셨다. 
 
우리 두사람의 신분증, 내 사진만 달라고 하고는 다른 서류는 일체 물어보지도 않았다. 
 
"여기 임시 체류증을 드릴게요. 시청으로 10년 짜리 체류증에 대한 승인을 요청할 건데 답변을 받는데 까지는 최대 두달이 소요될거예요. 전화번호는 이거 맞으시지요? 체류증이 완료되면 이 번호로 메세지 드릴게요. 그때 timbre fiscal 구입해서 오시면 돼요." 
 
원본서류를 몽땅 가져오라고 해서 어제 저녁에 자서방이랑 두번 세번 목록을 확인하고 챙겨간 보람도 없이 너무 간단하게 금방 끝나버렸다. 
 
"다른 서류는 필요없으신거예요?" 
 
"네, 온라인으로 이미 다 확인 잘 되었어요." 
 
 
학교를 하루 결석하고 왔는데, 이렇게 빨리 끝날 줄 알았다면 책가방을 들고올 걸 그랬다... 
 
 
아무튼 다 잘 해결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또 사건이 있었다.
 
 

우리는 집에 어떻게 돌아가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우리 동네로 진입하는 입구가 바리케이트로 막혀 있었던 것이다. 오늘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는 안내문과 함께. 
 
아침에 주차장을 찾느라 시내를 뒤지고 다닌 악몽이 있는 자서방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차를 돌렸다. 
 
반대편으로 돌아가지 뭐... 
 
한바퀴 돌아와서 반대편으로 동네 진입을 시도했는데...
 
거기도 막혀있는 것이었다! 

하아... 
 
아 그래 마지막 한군데가 남아있지. 한참 돌아서 와야 했지만 방법이 없으니 거기로 가보자... 
 
근데 마지막으로 멀리 돌아서 온 진입로 역시 막혀 있는게 문제였다. 

 
 
황당한 자서방은 결국 차를 길옆에 정차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집에 어떻게 가?" 
 
당신이 모르면 나는 더 몰라 ㅠ.ㅠ
 
"저기 공사하는 사람들한테 가서 물어보는게 어때?" 
 
딱히 다른 수가 없었기에 자서방은 차에 내려서 공사 현장으로 달려갔다. 뭔가 보스 포스를 풍기는 사람에게 달려가서 질문을 하는 자서방. 그래 왠지 저 아저씨라면 알것 같다.
 
하지만...
 
"뭐래?" 
 
"자기도 모른대." 
 
헐...


 
"그럼 우리 일방 통행길을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되나...?" 
 
나 혼자 있었다면 분명히 그렇게 갔을것 같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다른 방법은 보이지 않으니... 
 
그건 절대 안된다고 대답하던 자서방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우리집과 가장 가까운 두번째 진입로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우리 앞에 가던 차들이 막혀있는 진입로를 보고 여전히 돌아 나오고 있는게 보였다. 

 
큰 결심을 한 얼굴로 차에서 내린 자서방은 바리케이트를 직접 들어 옮겼다. 다행히 이 지점에서 우리집까지 가는 동안에는 실제 진행중인 공사가 없었다. 
 
"이 동네 사람들에게 당신은 히어로야."
 
자서방은 여전히 혀를 차며 어이없어했다. 
 
"저 사람들... 아마 바리케이트 다시 닫을거야..." 
 
프랑스는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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