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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in 낭시

by 낭시댁 2016. 12. 26.


​시댁에 모인 대가족의 식구수가 만만치가 않다. 부모님과 나와 자서방, 남동생과 여자친구, 사촌누나네 4가족 그리고 사촌 남동생 총 11명이 한집에 모였다. 
화장실은 두군데, 세면대 세군데가 있는데 샤워실은 딱 하나. 그래서 샤워하는 순서를 정해야만 했다. 아침 9시에 자서방이 깨워서 먼저 샤워를 해야 한다며 나를 욕실로 밀어넣었다. 최대한 후다닥 샤워를 마친 후 식당으로 내려가니 욕실 순서를 기다리며 아침을 먹고있는 식구들이 반겨주었다.​

​이른 아침에 비가왔는지 세상이 모두 젖어서는 싱그럽다. 어머니가 가꾸시는 정원을 둘러보며 쌀쌀하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다시 들아오는데 식당에 모인 식구들의 따뜻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님께서 저녁에 먹을 케잌등을 미리 주문해 놨는데 찾으러 가야 한다고 나가시길래 자서방과 나도 따라 나섰다.

흐미.. 베이커리 줄 좀봐;; 

두군데에 나눠서 주문을 하셨는데 두군데 모두 줄이 엄청 길었다. 밖에만 있는게 아니라 안에도 줄이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들떠서 즐거운 모습

여기서 재미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떤 할아버지가 서너살 먹은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커다란 흰 개를 데리고서 빵을 사는 할머니를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잠시후 보니, 쌍둥이 유모차에 만한살도 안돼 보이는 애기 두명도 같이 보살피고 계셨다. 쌍둥이네 엄마가 잠시 빵사러 안에 들어가면서 너무 복잡해서 미처 아기들을 못데리고 들어간건데 애기들은 소리높여 울고 할아버지는 생판 모르는 남의 애기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시며 안절부절하시며 껄껄 웃고 계신거였다. 큰 개랑 손주도 같이 애기를 달래는 듯한 모습이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할아버지가 애기들 옷도 여며주시고 유모차도 살짝살짝 흔들어주시면서 고군분투 하시는 동안 안에서는 애기엄마가 밖을 주시하며 빵값을 치르고 있었다. 근데 사람들이 이걸보고 다같이 웃고있다. 아 애기들도 귀엽고 개도 귀엽고 할아버지도 귀여우셔 ㅎㅎ

할머니가 나오셨는데도 할아버지는 애기엄마가 나올때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다. 

애기엄마가 나중에 할아버지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동네 인심 참 좋구나 하며 괜히 내가 흐뭇했다.   

실제 이동네에선 만나는 사람들 모두 서로 웃고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는걸 자주 보았다. 마치 어렸을때 시골에서 우리엄마가 버스정류장에서 만나는 모든 아줌마들한테 말을 건네던것 처럼 ㅎㅎㅎ 나중에 엄마한테 아는 사람이냐 물어보면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었음. 어쩌면 그렇게  낯선사람들과 친하게 대화를 할 수 있을까 ㅎㅎ

​주문한 케잌도 받아들고 몇가지 디저트류도 샀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애플파이 하나를 더 사서 먹어보라며 나에게 주셨다.

​올망졸망한 크림빵들

점심 디저트가 되어줄 아이들 ㅎㅎ

 

요건 꼭 밤만주같이 생겼는데 반을 갈라서 나중에 참치나 연어를 섞은 속을 넣어 샌드위치로 먹었다. ​

 

집에 돌아오니 이미 어머님과 마리는 음식준비에 한창.

내가 뭐 거들거 없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셔서 잠시 구경만 하고 주방을 나왔다.

역시 빠질수없는 푸아그라

오늘 내가 한일이라곤 푸라그라 뜯어드린것 뿐이다 ㅎ

어머님과 마리는 요리 전문가

이건 하도 커서 당연히 칠면조인가 했더니 아니라고.. 닭이란다;;

거세한 수탉; 어려서 거세하고 키우면 살도 연하고 몸이 기름지고 커져서 맛있다고 한다. 

신기신기~

오븐에서 일찍부터 들어가서 천천히 익고 있는 닭

하루종일 맛있는 냄새가  집안에 풍겼다.

자서방이 갑자기 나를 방으로 불렀다. 방콕에서 준비해온 선물들을 포장해야 한다며. 

방에 둘이 앉아서 포장을 하는데 식구들이 자꾸 들여다봐서 자서방이 매번 아직 보면 안된다고 막아섬 ㅎㅎ

옆에 모우웬이 따라들어와서 장난치고 놀고있다.

종이가방과 씨름하더니 결국 안으로 들어가서 만족하는 모우웬 ㅋㅋ 한참 웃었다.

선물 포장을 끝내고 벽난로앞에 갖다놓았다.

오후가 되니 벽난로 앞 선물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이런게 크리스마스구나..

난 참고로 시골살던 어린시절, 우리아빠가 맨날 우리집이 불교신자라서 산타클로스가 오지않을거라고 하셨다. ㅠ.ㅠ

그래도 나랑 우리언니는 해마다 창문에 양말을 걸어놓고 잠을 잤고, 밤에 혹시나 산타가 다녀가지 않을까 하며 설레곤 했다. 괜히 양말이 너무 작다며 쓸대없는 걱정을 했고 다음날 아침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양말을 확인하곤 했다. 

"언니, 역시 우리집은 불교라서 산타가 안오나봐..." "굴뚝이 작나?"  이런식의 영양가없는 걱정을 해마다 이어갔다. 아 나 정말 순수했구나 ㅎㅎㅎ

생애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가족파티를 하고있다. 식구들도 나를위해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많이 보여주려는 듯 해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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