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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아버지 생신날 돌솥비빔밥을 만들어 보았다.

by 낭시댁 2023. 10. 26.

시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시부모님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시부모님께서 드시고 싶으신 것을 여쭤봤는데 망설임없이 '비빔밥!' 이라고 대답하셨다. 

 

생일케잌도 준비하려고 했는데 어머님께서는 케잌을 이미 주문해 놓으셨다며 준비하지 말라고 하셨다. 

 

"우리가 샴페인도 가져갈거야." 

 

정말 우리가 준비할 게 없네. 

자서방은 며칠동안 비빔밥 소스를 인터넷으로 뒤졌고 결국 맛있어보이는 걸로 찾아냈다. 

 

맨 가운데 있는 소스는 일전에 자서방이 사온건데 프랑스 제조사인듯 하다. 그런데 너무 달고 묽어서 저걸 사용할때는 그냥 고추장을 섞어서 먹으니 알맞았다. 

 

자서방은 새로 산 비빔장을 뜯더니 용감한 표정으로 맛을 보았다. 문제는 실수로 너무 많이 짰다는 점인데 얼떨결에 한입에 다 넣고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거도 너무 달다. 일반 고추장이랑 섞어먹는게 낫겠어." 

 

매운티 안내려고 침착하게 말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냥 먹어도 매워 죽겠으면서 거기다 고추장을 어떻게 더 섞어먹으려고 ㅎㅎㅎ

 

 

"비빔밥만 내기는 너무 허전하잖아. 다른거 같이 준비할 만한게 없을까?"

 

"비빔밥만 있어도 충분해." 

 

"하지만 상이 너무 허전하잖아. 잡채대신에 쌀국수볶음을 해 볼까? 그거 엄청 맛있다며." 

 

"아냐 그건 투머치야. 그럼 계란말이 어때? 아니면 감자전?" 

 

이래저래 상의를 하다가 결국은 냉동실에 있는 홈메이드 넴을 에어프라이에 데워서 함께 내기로 했다. 

 

 

전날 저녁에 나는 시금치를 미리 무쳤다. 어린잎이라 아주 살짝만 데쳐서 짭쪼롬하게 무쳤다. 내 비빔밥에서 중요한 재료 중 한가지이다. 참기름을 듬뿍넣고 무치면 촉촉한 비빔밥을 완성해 준다. 

 

 

당일날 아침, 자서방은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파티스리에 가서 선물용 초콜렛과 마카롱을 사왔다. 

 

나는 오후부터 부지런하게 비빔밥 재료를 준비했다. 

주키니, 가지, 소고기, 당근, 버섯 볶음- 여기에 오이도 돌려깍기해서 채를 썰어 준비했다. 

 

무식아, 너 오늘은 테이블위에 올라가면 안돼. 

 

저녁 6시에 시부모님께서 도착하셨다. 두분 다 표정이 엄청 신나보이셨다. 

 

한 30분정도는 계속 서 계셨던 것 같다. 집 이곳저곳을 살피시고 감탄하시고 흡족해 하셨다. 

 

"저기 끝방이 내방이니? 미슈, 우리 자고 가요. 너무 좋다." 

 

"네 어머님 방 맞아요. 어머님 안계실땐 무스카델이 사용하고 있고요." 

 

시부모님이 가져오신 샴페인을 따고 나는 안주거리 과자들을 꺼내왔다.

오랜만에 샴페인 마실 생각에 들떴었지만 나는... 나만... 사정이 생겨서... 탄산수... ㅠ.ㅠ 

자서방은 아버님 선물을 가져와서 드렸다. 

 

"마카롱이랑 초콜렛이예요. 작은 상자에 든 초콜렛은 손님 오시면 함께 드시라고 하나더 포장했어요." 

 

"아깝게 손님을 왜 주니, 우리가 다 먹어야지." 

 

어머님께서는 저렇게 말씀하셔도 손님들께 커피나 차와함께 초콜렛을 권하시며 아들 부부가 사준거라고 자랑하실 것이다.

아버님께서는 차례로 우리 부부에게 볼키스를 해 주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우리에게도 똑같은 파티스리 상자에 담긴 초콜렛을 선물로 주셨다. 

 

"이건 집들이 선물이란다." 

 

"생일 케잌도 이 집에서 사신거지요? 오늘 우리 전부 이 파티스리에 vip였네요!" 

 

샴페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을때 시어머니의 휴대폰이 울렸다. 자서방의 사촌 누나 마리와 그녀의 남편이었는데 아버님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전화를 준 것이었다. 어머님은 기분이 좋으셔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지금 우리집에 집들이에 와 있다고 자랑하셨다. 

 

"프랑스에서는 새 집에 친구나 가족을 초대하는 것을 뻥드흐 라 크헤마이에 (pendre la crémaillère)라고 부른단다. 크헤마이에는 옛날 프랑스인들이 벽난로위에다 요리하던 시절에 사용하던 냄비를 뜻하지. 그러니 '뻥드흐 라 크헤마이에'는 벽난로위에 냄비를 건다는 뜻이란다. 새집에서 냄비를 걸고 친구들을 초대하던 그 시절에 사용하던 이름이 그대 지금까지 내려온 거지."

 

어머님 덕분에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웠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대화를 하다가 어느새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부엌으로 와서 에어프라이어에다 해동한 넴을 돌렸다. 

잠시 후 자서방이 와서 비빔밥에 필요한 계란을 부쳤다.

내가 밥위에 재료를 얹었더니 자서방이 뚝배기를 데웠다. 지글 탁탁거리는 소리가 맛있게 들렸다. 

생신상 치고는 뭔가 좀 허전해보이지만 시부모님께서는 굉장히 좋아하셨고, 특히 어머님께서는 오래오래 사진을 찍으시며 감탄하셨다.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시고 채팅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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