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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날이면 날마다 오는 비빔밥이 아닙니다.

by 낭시댁 2022. 3. 25.

이미 지난주에 지나간 시어머니의 뒤늦은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우리는 토요일 점심에 시부모님을 초대했다.

비빔밥이 가장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메뉴는 비빔밥으로 정했고, 후식으로는 자서방의 강력한 추천으로 사과케잌 당첨.

비빔밥에 들어갈 재료들은 이미 어제밤에 대부분 준비를 해두었다. 당근, 쥬키니, 가지, 시금치-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미리 양념에 재워두었던 소고기를 볶고, 버섯도 볶고나서 오이도 돌려깍기해서 채를 썰었다.

밥을 짓고 사과케잌도 구웠다. 항상 사과를 4개씩 넣다가 5개를 넣었는데 더 맛있었다!! 다른 재료는 하나도 안 늘리고 사과만 늘렸는데 말이다. 시어머니말씀으로는 사과는 많이 넣어도 상관이 없다고 하셨다-

내가 부엌에서 바쁠때 자서방은 뒤늦게 시어머니의 선물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바카라 크리스탈 화병이다. 작년 생신때도 선물을 제대로 못해드려서 이번에는 좋은걸로 하자고 했더니 자서방이 생각해 낸 것이다.

알고보니 바카라가 이 지역 브랜드였다네?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었구나!

근데 남편아.. 포장이 왜 그모양이니...😐 포장지는 매우 노엘...

시부모님께서 현관에 도착하시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미 무스카델은 얼었다. 도망칠 준비 완료.

시부모님께서는 예쁜 꽃다발을 가지고 오셨다.

꽃이름을 까먹었다. 제가 드린 꽃다발과 비교가 안되게 너무 예쁘자나요... 😢

우리는 어머님께 생신 선물을 드렸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선물을 뜯어보시다말고 다시 두껑을 꼬옥 닫으셨다.

"안돼... 이건 너무 비싸... 난 이걸 받을수 없어..."

옆에 계신 시아버지께서는 궁금해서 자꾸 들여다보시는데 어머님께서 안보여주셔서 그 모습에 우리 부부는 빵터졌다ㅋㅋ

"난 이걸 받을 수 없어. 환불하면 안되니? 그냥 비빔밥으로도 나는 너무 좋은데..."

"작년 생신때 선물을 제대로 못해드려서 이건 2년치예요. 그리고 아버님도 좀 보여주세요. 궁금해하시자나요ㅋㅋㅋ"

"아...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지 엄마."

그때 옆에 계시던 아버님께서 씨익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대신 고맙다고 말해줄게, 고맙다 얘들아..."

"아빠는 아직 보지도 못하셨잖아요ㅋㅋㅋㅋ"

그제서야 어머님께서도 웃으시며 화병을 꺼내 감상하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하긴 이거 어차피 다 니꺼지뭐. 나중에는ㅋㅋ"

사실 웃으면 안되는 농담인데 어머님의 말투와 표정 때문에 저절로 다같이 웃을수밖에 없었다.

아뻬리티브로 화이트와인을 준비했는데 내일 여행때문에라도 술은 안드시겠다고 하셔서 그냥 콜라를 마시며 대화를 하다가 메인으로 넘어갔다.

그러고보니 정말 메뉴가 덩그러니 비빔밥밖에 없네 ㅋ
그래도 참기름을 바르고 밥과 나물들을 얹은 후 돌솥을 스토브에 뜨겁게 달군 상태라 지글지글거리는 소리가 아주 제대로였다. 어머님께서는 비디오로 찍어서 친구분들께 보내셨다. 사운드를 켜고 지글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라고 강조하시면서ㅋ

가운데에 나물을 죄다 갖다놨더니 모두들 하나하나씩 음미하며 너무 맛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건 어떻게 만든거니? 볶은거니 삶은거니? 특히 가지가 너무 맛있구나. 비빔밥 식당보다 훨씬더 맛있어! 쎄봉! 쎄 트헤트헤봉!! 준비한 것에 비해서 칭찬을 너무 많이 들어서 어질어질했다.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ㅋ

"너무 맛있어서 저녁까지 여기서 먹고 가야겠구나."

"네! 그리고 가실때 좀 싸드릴게요."

"아니야, 우리 내일 바르셀로나 여행가잖니. 그 전에 냉장고에 있는 남은 음식들 다 처리해야 해."

"음... 다음 비빔밥은 내년까지 기다리셔야될건데요..."

ㅋㅋㅋㅋㅋㅋㅋ더 자주 못해드려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려도 부족할텐데도 이 뻔뻔함이라니.😆😆 하지만 내 말에 모두들 공감하며 박장대소를 했으므로 후회는 없다. (더 자주 해드릴게요😅)

식사가 끝난 후 자서방은 커피주문도 받고 또 내가 구운 사과케잌도 내왔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한스쿱씩 얹어서 정갈하게도 내왔다.ㅋ

시부모님께서는 내일 바르셀로나로 열흘간 여행을 떠나신다. 그리고 그동안 고양이들은 내가 돌 볼 예정이다.

"고양이들에게 내일 두분 여행가신다고 잘 말씀하셨지요?"

"얘기는 몇번 했는데 집중을 잘 안해서... 이따 다서 다시한번 말해볼게."

그리고 저녁에는 어머님께서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고양이들에게 내일 엄마아빠는 여행을 갈거고, 요용이 열흘간 니들 보스가 될거라고 알아듣게 잘 설명하셨다고 하셨다. 🤣🤣🤣

역시 어머님은 내 스타일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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