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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 냉장고 내가 털어먹기

by 낭시댁 2022. 3. 29.

바르셀로나로 열흘간의 여행을 떠나신 시부모님을 대신해서 나는 매일 수업을 마치는대로 시댁에 들러서 모웬과 이스탄불을 돌봐주고 있다. 딱히 대단한걸 하는건 아니고 그저 잠깐 놀아주고 화장실 정리하고 빗질이나 간식도 챙기는 정도라 어려울것도 없다. 더군다나 시댁은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있으므로 따로 발걸음을 하는것도 아니다.

모웬과 이스탄불을 매일 볼수 있는것도 기분 좋은일이다. 너희 대장이 누군지 잊은건 아니겠지...

시어머니께서는 여행가기 전날에도 냉장고에 있던 쥬키나와 가지를 잔뜩 갖다주셨는데 냉장고에 남은 음식들도 다 가져가라고 메세지를 주셨다.

망고, 그뤼예르치즈, 정봉, 수비드 닭안심살 그리고 통에 든건 멜론이랑 오이.

자꾸만 다 가져가라고 하셔서 어머님께 화상전화를 걸었더니 아버님과 레스토랑에 계셨다. 길게 통화는 어렵다며 그냥 냉장고에 있는걸 모조리 다 갖고가라고만 하셨다ㅋ

우리 시부모님께서 스페인을 사랑하시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이 아닌가 싶다. 특히 하몽ㅋ (집에 두고가신 식재료들에 미련이 안생기시는 이유이기도...ㅋ)

사진속 아버님의 미소에서 찐 행복을 느낄수가 있다.ㅋ

시어머니께서 주신 가지와 쥬키니로는 라따뚜이를 만들었다.

수비드 안심살은 잘라서 토핑으로 얹어먹고, 남은 닭고기로는 다음날 학교갈때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망고도 학교에서 간식으로 먹으려고 손질했고 오이는 시어머니께서 샐러드로 드시려고 손질해서 소금을 살짝 뿌려두셨길래 고추장 고춧가루 듬뿍넣어서 새콤달콤매콤하게 무쳤다.

근데... 다음날 자서방이 이 매운 오이를 대충 보고는 라따뚜이로 착각하고 한숟가락 밥위에 얹었다가 기겁함ㅋㅋㅋ 숟가락에 묻은 양념만 맛봤을뿐인데 자서방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결국 오이무침을 얹은 밥은 내가 먹고...

남은 라따뚜이로 이번에도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그 위에 그뤼예르 치즈를 강판에 갈아서 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 옆에서 자서방은 코를 잡았지만...

오늘 저녁에는 정봉 주신걸로 피자를 만들려고 도우반죽을 만들어두었다. 남은 그뤼에르 치즈도 몽땅 얹어서 먹을 예정이다. 크게 두판 만들어서 내일 학교갈때도 한조각 싸가야징...

어머님, 주신 식재료들로 이렇게나 잘 먹고 있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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