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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전쟁과 식용유

by 낭시댁 2022. 3. 23.


시아버지께서 2박3일로 파리에 출장을 떠나셨고 어머님께서는 이미 이틀을 혼자 계셨다. 적적하시겠다 싶었지만 막상 시댁에 가보니...

ㅋ... 시동생이 둘씩이나있는데 적적하실리가...ㅋ

이스탄불이랑 (잘 안보이지만 바구니속에 앉아있음ㅋ) 모웬은 사람없는 거실에서 단둘이 앉아 심각하게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와 시어머니는 동시에 빵터졌다.

니들 뭐니.. 사람이니... 왤케 집중하는것이야... 뭐라고 하는건지 나도 좀 알려줘봐...

내가 며칠전 드렸던 꽃들이 활짝 피어있었다.

"푸틴이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것 같아. 이러다가 유럽까지 전쟁이 확산되는게 아닌가몰라... 그런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뭐 한국에 계신 너희 부모님댁에서 당분간 다같이 지내야지. 어머니께 미리 말씀드려 놓거라. (농담중이시다ㅋ) 방 한칸만 내 주시면 되고 식사는 주시는대로 먹겠다고... 물론 숙박비는 드릴거야..."

"숙박비는 안받으실거고 문제없이 지내시겠지만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돼요. 푸틴보다 일찍부터 쭈욱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바로 윗동네에 있거든요. 유럽까지 전쟁이 확산될 지경이라면 그 양반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것같아요. 그리고 한국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이랑 러시아도 국경을 바로 맞대고 있답니다."

"아...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어머님께서는 자서방에게 미리 허락을 받고 자서방의 차를 빌리셨다. 사실 정확히는, 자서방이 나에게 운전을 맡기고 어머님께서는 옆에서 동석하시라고 말씀을 드린거였지만 어머님은 내가 운전하는것을 당사자인 나보다 더 무서워하신다ㅋㅋㅋㅋ

아무튼 날씨도 좋겠다 우리는 드라이브삼아 자서방의 차를 타고 나왔다가 오일(식용유)을 사러 가기로 했다.

"전쟁때문에 오일값이 올라갈거같애. 특히 해바라기는 대부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오거든... 미리 해바라기씨유나 콜자유를 쟁여놔야겠어."

"파티마네 동네에 해바라기밭 많던데요... "

"그 정도는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 오는 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렇구나...

"이 차 앞으로 자주 빌려야겠다. 완전 좋구나! 유후!!"

처음에는 시동이며 좌석 조정등등 일일이 나에게 물어보셔야만 했는데 한번 익숙해지시더니 곧 환호를 지르시며 기분을 내기시작하셨다.ㅋ

비록... 모래비를 맞은 후 세차를 안해서 차 꼴이 말이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농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판장-

이곳에는 고기나 가공육, 치즈, 과일, 야채등등의 유기농(프랑스에서는 유기농은 BIO:비오라고 표기한다.)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판매 직원도 따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농민들이 돌아가면서 나와서 판매를 도맡고 있다.

실내 마스크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마침 이날 판매를 맡은 분들은, 우리가 파티마네 동네 있는 농가에 방문했을때 만났던 분들이었다!!!

프랑스 농가 방문기

프랑스 농가 방문기

지난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자서방과 시아버지는 파티마네 집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와 시어머니는 파티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우리는 농장 두곳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두

mok0nolg0.tistory.com

그 분들은 우리를 처음부터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어머님께서 우리가 파티마와 함께 농장을 직접 방문해서 일전에 오일, 렌틸, 비누등을 구입한 적이 있다고 말씀하시자 그제서야 우리가 기억난다고 반가워하셨다.

어머님께서는 콜자(유채)유와 해바라기유를 여러개 구입하셨는데 나도 두병 주셨다.

"다큐에서 오일 생산하는걸 본적이 있는데 너무 지저분해서 놀랬어. 유기농이라고 다 믿을수 있는것도 아니더라. 마트보다 비싸기는 해도 믿을 만한데서 사는게 더 좋지.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말이야."

따라나갔다가 나는 덩달아 두병을 얻어왔다.ㅋ 요리는 해바라기씨유로 하고 콜자유는 오로지 샐러드용으로만 사용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무식이 간식줄때도 콜자유를 한방울씩 섞어주면 털 윤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셨는데 무식이는 입안에서 오일이 미끄덩거리는 기분을 꽤 불쾌하게 여기는것 같길래 다시는 안준다.

그날 저녁에 돌아오신 시아버지께서는 어머님께서 오일을 잔뜩 사다 놓으신걸 모르시고, 다음날 혼자 똑같은 가게에 가셔서 기름을 또 사오셨다고 한다. 뒷북이십니다만 그래도 어머님의 말씀을 항상 경청하시는 아버님의 스윗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 친정엄마는 내가 전쟁나면 시부모님 모시고 갈거라고 말씀드렸더니 미리부터 음식은 뭘 해 드리나 걱정부터 하셨다.ㅋㅋㅋㅋㅋㅋㅋ 설마 그런일이 일어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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