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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중고 램프로 기분 전환하시는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3. 11. 18.

시댁 거실에서 차를 마시다가 너무 귀엽게 생긴 버섯 램프를 발견했다. 

"오 이거 너무 예뻐요! 처음보는건데요?" 
 
"이거 윗층에 있던거야. 우리 할머니가 쓰시던거지."  
 
시어머니 말씀을 들으며 램프를 켜 보았다. 뭔가 바르셀로나에서 실컷봤던 가우디 풍의 느낌도 나고 아르누보 같기도 하고 하여간 너무 예쁘다. 


방콕 살던 시절, 자서방을 따라 프랑스인 커플의 집에 저녁초대를 받아 처음 갔던 날 그 집이 너무 어두워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컴컴한 집에서 부부가 우리를 맞아주었는데 불을 안켜는것이었다! 여긴 정전인가?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반대로 자서방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우리 친정집이나 언니네 집에 조명이 치과처럼 환해서 놀랐다고 한다. 
 
 
시어머니께서는 옆에 있던 원형 투명 램프를 가리키시며 말씀하셨다.
 
"이 램프도 봤니? 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거란다." 
 


"벌써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으셨다구요? 누가 준거예요?" 
 
"내가ㅋ" 
 
아 ㅋㅋㅋ 

"이거 원래 600유로짜린데 중고로 250유로로 산거야! 정말 운이 좋았지. 완전 새거같지않니?" 
 

 
"사소한문제가 있다면 이 램프를 켤 때마다 탈린이 올라와서 자꾸 끈다는 점이지... 한번 볼래?"  
 

어머님은 탈린이 램프를 끄는게 사소한 '문제'라고 말씀하셨지만 실은 탈린이 램프를 끄기를 기다리고 계신듯 했다.  

 
"봤지? 호호호" 
 
탈린이 앞발로 램프를 끄자 어머님은 손뼉을 치며 좋아하셨다. 아 물론 나도 같이 좋아함.
 

 
"이것도 예쁘지? 선물받은건데 이것도 불을 켜면 정말 예뻐."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어머님께서는 램프 위 아래에 열쇠그릇(?)을 가져와서 씌우셨다. 그리고는 마음에 드시는 듯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앗, 리액션을 해 드릴 타이밍인 것이다.
 
"와 순식간에 오리엔탈풍이 되었네요!" 

램프의 국적이 모호해지면서 갑자기 귀여워졌다

 
"현관에 내놓은 램프 봤니? 거실에서 쓰던 큰 거. 이따 오후에 신사한 분이 중고로 사겠다고 가지러 오기로 했단다. 이런식으로 큰 돈 들이지 않고 인테리어를 바꿀수 있지. 정말 재미있어!" 

중고사이트 봉꾸앙 덕분에 어머님은 가구와 소품들을 자주 바꾸시며 기분 전환을 하고 계신다. 
 

시부모님께서는 위 사진속 램프를 우리에게 주셨다. 중고로 팔려고 하시던건데 흠이 있어서 혹시 원하면 가져가라고 하신 것이다. 우리 거실에 이미 램프가 여러개 있으므로 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자서방이 감사히 업고나왔다. 
 

 
원래 우리가 갖고 있던 전등갓을 씌워봤는데 너무 거창한 분위기다.
자서방은 원래 모양인 사각형 갓의 색깔을, 겉은 검은색+속은 금색으로 저렴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자서방도 어머님 아들이라 집 꾸미는 걸 참 좋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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