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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한국인은 없는 한식당 후기 in 프랑스

by 낭시댁 2022. 5. 1.

지난주 우리 부부는 남편의 친구들과 함께 한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남편 친구 중 한명이 이곳을 적극 추천한 것인데 평소에도 종종 비빔밥을 먹으러 가족들과 가는 곳이라며 자랑했다.

낭시의 한식당, 친구-

사실 나는 이곳에 대해서 카린을 비롯해서 꽤 많은 프랑스인들에게서 들어왔기때문에 꽤 궁금하기는 했었다.

바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꽤 깔끔하고 고급져보였다.

그런데 메뉴를 보는데 하필 내가 간식을 많이 먹은 날이라 딱히 땡기는게 없네...

남편과 친구들은 모두들 20유로짜리 코스요리로 골랐다. (만두나 김치넴&샐러드+메인요리(닭갈비나 불고기 혹은 양념치킨)+아이스크림)

나는 왠지 그렇게까지는 식욕이 없어서 갈등하다가 주문을 받으러 온 언니에게 한국어로 물었다.

"이거 떡볶이 양이 많이 적을까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강한 중국억양으로 한마디 씨게 쏘아붙이는 것이 아닌가 ㅡㅡ;

근데 더 중요한것은 내가 다시 프랑스어로 똑같은 질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아예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가 나에게 쏘아붙인 정확한 문장은 우리중 누구도 알아들은 사람이 없었다; 프랑스어는 맞는것 같다는데 내 귀에는 그저 중국말로 들렸을 뿐이고...

남편친구들도 나만큼 놀랬는지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저들은 한국인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때문이다. 그런데? 왜때문에 저 중국인들이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것인가...? 아 하긴 여기 일식집이나 태국식당들도 다 중국인들이 운영하기는 한다고...

인테리어는 거의 아무것도 없고 그저 하얀벽에, 테이블은 서로 다닥다닥 가까이 붙어있는 상태였는데,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우리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못 앉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장사가 아주 아주 잘 됨...

카스를 몇병 시켜서 나눠마셨는데 자서방은 오랜만에 만난 카스가 그렇게나 반갑단다.

전체요리로 나온 만두, 소떡 그리고 김치넴 (스프링롤 튀김)- 만두는 한입 먹어보니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파는 딱 그 맛이었다. 속이 부실하고 납작하고 기름진-

김치넴은- 나는 단품으로 닭갈비만 시킨터라 못먹어봤다. 남편친구말로는 맛이 괜찮다고 하는데 속이 빨갛지는 않았다.

전체요리는 일단 남편 표현으로도 직접 만드는것이 아니라 냉동식품을 사다가 데워서 주는듯 했다.

메인요리로 나온 양념치킨은 공기밥과 함께 치킨무뿌시래기와 함께 나왔다. 치킨무가... 먹다 남은것 처럼 양이 적은데다가 작은 조각으로 잘려져있는데 그걸 두명이서 나눠먹으라고...;;

치킨에 공깃밥이라니...

반찬을 다 끌어다가 사진을 찍긴 했지만, 저 반찬들은 4명이서 나눠먹는거였다. 사진에는 없지만 허여멀건한 오이 김치가 있었는데 딱 4조각이 있었고 피클에 가까운 맛이었다. 그걸 프랑스인들이 먹으면서 한국음식이라고 생각할까봐 걱정되는 수준이랄까...

여기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절대 이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고 말이다. (한국인이었다면 기본 반찬에 김치는 적어도 있었지 않을까...)

닭갈비는 좀 달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대신 나는 개인적으로 어느 나라든지 한식당에 갔을때 한국처럼 찰진밥이 나오면 좋아보이더라... 날림쌀도 나는 잘만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아쉬운 기분이 들게된다.

자서방은 닭갈비를 먹고싶어했지만 치즈가 들어가는 관계로 불고기를 시켰다. 이것도 나쁘진 않은데 역시 달다고 했다.

남편 친구들은 서로 바꿔먹기도 하면서 아주 잘 먹었다. 반찬이 부족해서 남은 양념에 밥을 싹싹 비벼먹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이었음 반찬은 푸짐하게 줄텐데...

후식으로 시킨 퐁당녹차 그리고 호떡-

호떡이 엄청 늦게 나와서 이건 직접 만들어 주는건가 싶었지만, 역시 직접 만든 비주얼은 아니었다.

칼로 썰어먹는 6.5유로 짜리 호떡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테이블들은 모두 꽉 차 있었는데 손님중에 아시아인은 나 한명뿐이었고 나머지 손님들은 모두 프랑스인들이었다.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으로 한국음식을 즐기는 손님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프랑스어로 "여기 소주한병 주세요."라고 프랑스어로 주문하는 소리, 대각선 테이블에 있던 젊은 여인 두명이 서로의 소주잔에 술을 따라주는 광경, 서툰 젓가락질을 하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 양념치킨을 포크와 나이프로 우아하게 먹는 모습...

자서방 친구들은 서로 젓가락질 잘한다고 우기다가 작은 치킨무 조각을 집는 시합을 하며 서로를 놀려댔다. (치킨무를 너무 잘게 잘라놔서...)

한국음식을 먹었으니 기분이 좋긴한데 또 한편으로는 너무 씁쓸했다.

이 식당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맨 밑에 "전화" 대신에 "요구"라고 쓰여있는 글씨를 보자마자 100프로 확신을 했다. 역시 한국인이 아니었구나..

나중에 지인에게 들으니, 이곳 오너는 대만인과 중국인 커플이라고 한다.

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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