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낭시에서 동네 미용실체험

by 낭시댁 2022. 5. 22.

지난주 토요일 오전.

남편이 이발하려고 동네 미용실에 예약을 했다며 나간다더니 문득 나에게 물었다.

"나 이발 예약한거, 와이프가 대신가서 머리 자를래?"

사실 나는 프랑스에 온 이후 줄곧 내 손으로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머리가 빨리 자라기때문에 망쳐도 된다는 마음으로 부담없이 셀프커트를 실습(?)했더니 제법 실력이 붙는것 같다.

내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더니 남편이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같이가서 통역 도와줄게."

남편아... 문제는 그게 아니란다...

"나 머리 이틀째 안감았는디?"

그러자 남편은 내 정수리에 코를 바짝 갖다대고 킁킁하더니 아무 냄새 안난다고 괜찮단다. 어차피 머리 먼저 감겨주고 자르니까 걱정말라고...

그렇게 나는 떡진 머리를 하고 쭐레쭐레 남편을 따라 동네 미용실 체험에 나섰다.

우리가 도착했을때 이전 손님이 막 이발을 끝낸 상태였다.

그 손님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미용사언니 (나보다 한참 어려보이지만)에게 물었다.

"나 몇살 같아요?"

미용사언니 순간 급 당황한 표정으로 두손까지 내 저으며 모른다며 대답했다.

흠... 나였다면 문 열어주면서 "17살?" 하고 웃으면서 후딱 내 보냈을것 같다.

미용사언니는 매우 친절하고 예뻤다.

이래서 우리 남편이 미용실 오는걸 좋아하나보다.

내 머리를 감겨주며 내 머리가 길고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미용실갈때마다 상했단 소리만 듣다가 이 곳에서는 칭찬을 들으니 신뢰가 팍팍-

남편은 그녀에게 내가 한국인이고 불어보다는 영어를 잘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오히려 남편에게 떠나지 말고 계속 함께 있어달라고 붙잡았다. 내 남편인데... 무슨 시츄에이션? 🤣🤣



"15센치정도 잘라주세요. 앞쪽에 머리가 좀 상한것 같으니 그 부분은 층을 내서 좀 잘라주세요."

내 요청에 그녀는 알겠다고 끄덕이면서도 내 머리는 전혀 상한데가 없다고 말해주었다. 이런 미용실은 처음이다.

머리가 뭉텅뭉텅 잘라져서 떨어지고... 자서방은 엄청 많이 자른다며 그걸 또 사진으로 찍었네. (자서방은 미용사언니에게 내 블로그를 소개한 후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 사진을 몇장 찍었다.)

통역만 해주고 시댁에 가서 커피한잔 하고 있겠다던 자서방은 결국 끝까지 함께 있어주었다.

평소 과묵한 성격의 자서방은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미용사언니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동네 새로 생긴 미용실, 빵집 그리고 피자집 어쩌고.. 그집 맛있더라.. 그집은 벌써 문닫았더라.. 알고보니 사기당했다더라.. 오 진짜요? 뭐 이런 얘기들.

사실 머리는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았는데ㅋ 미용실의 분위기가 너무 차분해서 좋았다.

머리 다 자르고나서 나는 학생증으로 학생할인까지 받았다🤣🤣

할인 가격으로 27유로였는데 거스름돈으로 받은 3유로는 자서방이 모두 팁그릇으로 넣었다.



손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음에는 혼자 올 수 있겠지? 예약은 내가 해줄게."

"미용실 가는거 좋다며. 다음에도 같이 오자."

"그래도 되고."

"미용사 언니 예쁘네. 왜 저길 좋아하는지 이제 알겠어."

"분위기가 차분해서 좋은거지. 그녀도 차분하고. 근데 와이프가 백배 예뻐."

이제 제법 대화의 기술을 많이 익힌 자서방이다.


한편-


티비를 보다가 문득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아보니 무스카델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사야 니 머리잘랐나...?"


자서방이랑 둘이 웃겨서 깔깔거리고 웃는데도 무식이는 저러고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잘랐다. 니 허락맡고 잘라야되는데 내 미안하게 됐다. 나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