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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괜히 그런 날이 있다.

by 낭시댁 2022. 5. 21.

마지막 수업을 끝낸 날- 

 

오후 2시에 수업이 끝났는데 평소라면 배고파서 점심먹으러 집으로 곧장 달려갔을테지만 이날에는 이미 수업중에 이것저것 든든하게 먹은 상태여서 왠지 집으로 바로 가고싶지가 않았다. 

 

거기다 날씨는 또 왜이리 좋담- 

 

반친구들 몇명에게 시내나가서 커피라도 마시자고 했더니만.. 집순이 친구들이 아무도 안 놀아준단다. 😭

집에 바로가기 싫은데...

날씨 좀 봐라 얘들아! 이런날 진짜 그냥 집에 갈거니...?

버스안에서 졸라봤지만 이 집순이들은 단호했다. 

 

결국 버스가 시내를 지나갈때 나는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조만간 다같이 만나기로 했다.) 혼자서 내렸다. 

 

몰에가서 옷구경이나 좀 하고 가야겠다. 

 

그냥 집으로 갈걸 그랬나... 이 근처에서 일하는 한국인언니가 있는데 연락해 볼까 하다가 시간을 보니 이미 일이 끝났을 시간이라 단념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달려오더니 내 어깨를 두드리는것이 아닌가?! 

 

순간 소매치기인줄 알았는데ㅋ  조금전에 내가 머릿속에 떠올렸던 바로 그 한국인 언니가 반가운 표정으로 서있었다. 남편과 볼일이 있어서 어딜 좀 잠깐 다녀와야 하는데 함께 가도 되고 아니면 잠시후에 다시만나서 커피라도 마시자고 했다. 

 

띠용 ㅇ.,0

 

내가 딱 이 언니를 떠올리던 순간에 실제로 딱 마주치다니! 텔레파시인가!!

 

그리고 나는 드디어 약속이 생겼다!! ㅋㅋㅋㅋㅋ 😀😀😀

30분 후에 다시 보기로 하고, 나는 옷가게도 들렀다가 근처에 Normal이라는 매장에 들어갔다. 바셀린을 어디가야 살 수 있냐는 내 질문에 우리반 친구가 알려준 곳이었다. 

 

올리브영같은 곳이었다. 세포라보다 저렴한 화장품들. 그 외에도 많은것들이 있었다. 바세린이랑 머리감을 도브 비누도 사고 천천히 구경했다. 날씨가 더워지니 이제 여기저기 매장들에서 땀냄새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성세바스티앙 광장앞에 있는 테라스 한군데로 가서 언니를 기다리기로 했다. 

직원한테 맥주를 주문했더니 안에 들어가서 주문하란다 ㅡㅡ;

그래도 이제 스스로 주문도 할 수 있게 된 나를 보면서 스스로 뿌듯스 ㅋㅋㅋ

비록 한병에 6유로가 넘었고 맛도 별로였지만 기분만은 너무 좋았다. 

 

왠지 집에 바로 가기는 싫었는데, 같이 놀아줄 친구는 없어서 자칫 우울해 질 뻔 했는데 역시 이 우주는 나를 아끼는것 같다 😆 

 

시원한 맥주도 마시고 화창한 하늘을 만끽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 한국말로 수다를 한껏 다 풀어냈다. 그리고 언니는 며칠 후 집으로 놀러오라고 초대까지 해 주었다. 날씨보다 내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낯설기만 하던 이 낭시 시내에서 한국말로 수다를 떨었더니 왠지 친구와 여행 온 기분까지 들고...ㅋ

 

눈누난나... 기분죠아져써! (옛날 개콘 유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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