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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외국인 시어머니 자랑좀 할게요

by 낭시댁 2017. 1. 26.

외국인과 결혼했다고 하면 듣는 주위 사람들 반응중 한가지는 시월드가 없어서 좋겠다는것이다. 

나도 사실 한국에 있을때 어른들한테 귀염받는 싹싹한 성격은 아니라서 일찍 결혼한 친구들한테 시월드 얘기를 들을때마다 조금씩 걱정했던 적이 있기는 하다. 친구들 중엔 처음 만난 어른들한테도 이쁨받는 그런 싹싹한 애들이 있었지만 난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를 못한다. 

다행히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정말 어디서도 본적없는 슈퍼 어머니시다. 

자서방과 결혼하기로 맘먹었을때 처음 시부모님을 만나고는 두분다 너무 훌륭한 분들이셔서 결심을 더 굳건히 하게되었던 계기가 되었기도 하다. 이렇게 훌륭한 분들 밑에서 화목하게 자랐으니 자서방도 분명 나중에 이런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거야 뭐 그런거.. 

그중에서도 나는 시어머니 자랑을 좀 하려고 한다. 

요리를 엄청 잘하신다.

요리를 잘하실 뿐 아니라 요리를 굉장히 즐기신다. 

다양한 요리 재료와 요리 도구에 관심이 크시고 무엇보다 맛있는걸 해서 사람들이 즐겁게 먹어주는걸 좋아하신다. 

예쁜 식기들도 많아서 식사때마다 음식에 따라 식기들을 바꾸시는 부지런함을 보이신다. 

우리가 방문할때면 미리 먹고싶은게 뭔지 물어보시고는 재료를 준비해 놓고 우리를 맞이하기도 하신다. 

 

언제나 긍정적이며 유쾌하시다. 

피곤한 일정에 다들 지쳐있을때 시어머니께서는 항상 예외시다. 본인도 피곤한건 마찬가지실텐데 일부러 티를 안내시는것 같다. 그럴때마다 콧노래를 부르시고 크게 웃으신다. 

농담도 너무 잘 하시는데, 어느날 내가 자서방 수염이 좋아서 면도를 자주 못하게 했더니 어머님께서는 옆에 수염이 덥수룩한 시아버지를 툭 치시며 "여기 있네, 데려가라 " 라고 하셨다. ㅎㅎ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셔서 한마디 더 키우자고 하실때면 시아버지께서 두마리면 충분하다고 안된다고 하신다. 시어머니께서 약간 도발하시듯 아버님 앞에서 "난 고양이가 너무 너무 좋아. 남편이랑 고양이랑 둘중 선택하라면 난 뭐라고 대답할지 좀 난감할 것 같애.. 그래도 아무도 안물어봐서 얼마나 다행이니~" 시아버지는 그냥 웃으신다 ㅎ

한국에 있는 호텔에서 약간 언짢은 일을 당해 다들 쳐져있을때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프랑스어로 욕하는걸 가르쳐주셨다. 이런 똥!ㅋㅋ 이럴때 써먹는거라며 ㅋㅋ 자서방이 옆에서 말렸지만... 나는 지금도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집에서는 항상 어머님의 농담과 웃음소리 그리고 콧노래가 넘쳐서 집안에 활력을 주신다. 

 

티안내고 배려해 주신다.

뭐라도 도와드리려고 하면 괜찮다고 하셔서 나는 식충이처럼 소파에 뒹굴곤 한다. 한번씩 찔리기는 하지만 어쩔수가 없다. 너한테 이건 휴가니 절대 이런거 할 생각하지말고 그냥 티비 보고 앉아있으라고 하신다. 

어느날 청소라도 도와드리고싶어서 청소리를 들었더니 만류하시면서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이집은 원래 청소 안하는 집이라고 ㅎㅎ 청소하는 사람 한명도 없으니 너도 하지말라고 하셨다. 청소기를 그냥 도로 치워버리셔서 그 후론 다시는 청소를 도와드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어느날 윗층에 있다가 청소기 소리가 나서 내려갔더니 그사이 청소기를 치워버리시고는 아무것도 안했고 아무 소리도 못들었다고 하셨다. 

장보고나서 내가 들어드리려고 하면 "아직까지는 내가 힘이 더 세다"고 하시며 못들게 하신다. 그래도 계속 내가 우기면 그제서야 가장 가벼운걸 하나 주신다. 

친구같은 엄마 

무뚝뚝하고 말이 별로 없는 자서방이지만 베프는 항상 시어머니신듯 하다. 어찌나 수다스럽게 떠드는지 ㅎㅎ

혼자서 프랑스갈때면 항상 시어머니와 둘이서 쇼핑도 하고 나가서 커피도 마시고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다. 

우리가 프랑스에 와서 근처에 같이 살기를 원하시지만 우리가 부담될까봐 직접적으로는 말씀을 안하신다. 그저 우리가 방문할때라도 부지런하고 즐겁게 잘 보내시려고 애쓰신다. 자서방이 어머님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를 나도 알 것 같다. 

 

시어머니께 배우는게 너무 많다. 

사람은 항상 부지런해야 한다며 퇴직하신 후에도 여전히 일을 하고 계신다. 

젊은 사람들은 돈 쓸대가 더 많다며 내가 뭐라고 해드리려고 하면 끝까지 방어하시며 우리 돈을 못쓰게 하신다. 

"나야 이나이까지 돈버는 이유가 뭐겠니. 이렇게 너희들한테 맛있는거 사주는게 낙이지"

퇴직전 병원에서 일하실때 쌓은 인연들이라며 친구분들이 굉장히 자주 집에 놀러 오는데 그분에는 굉장히 젊은 사람들도 많다. 나이를 막론하고 두루두루 너무 잘 지내시는 모습이 참 좋다. 

어느날 자서방이 내 사진을 어머님께 보내드리고는 예쁘지 않냐고 물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답변 주신걸 자서방이 보여줬는데 "당연하지. 예쁜데다가 똑똑하고 나이스하지" 라고 하셨다. 아흥 부끄부끄..

난 항상 시어머니께 똑똑하고 나이스한 며느리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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