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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츤데레 남편의 깜짝 생일 파티

by 낭시댁 2017. 5. 7.

자서방을 만나고 세번의 생일을 지냈지만 단 한번도 자서방은 내 생일 케잌을 준비한 적이 없다. 매번 "무슨 애도 아니고.." 하는 핀잔만 듣곤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생일 일주일전부터 난 생일 케잌에 촛불을 꼭 불어야겠다고 남편을 반복해서 세뇌를 시켰고 결국 남편은 내 생일날이 마침 본인 휴일이니 처음으로 직접 케잌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행복도 잠시- 생일 전날 밤에 직장에서 연락을 받은 남편이 미안하지만 다음날 동료가 갑자기 장례식에 가게돼서 자기가 대신 출근을 하게 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내 케잌.... ㅠ.ㅠ

 

생일 당일 회사에 출근해서 회사 동료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고 선물도 받았다. 우리 디렉터님이 친필로 쓴 편지까지 받고 너무 감격- 

그리고 오전에 우리 시어머니께서도 멀리서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우리 며느리, 마이클과 마리엘(시부모님 성함)이 멀리서 사랑을 담아 생일을 축하한다' 

'정말 감사해요'

'옆에 있었으면 같이 축하해 주었을텐데 이렇게 멀리서 메시지만 보내서 아쉽구나'

'아니에요 메시지로 충분히 감사해요. 자서방이 생일 선물도 줬고 오늘 저녁에 또 뭐라도 해주겠지요.' 

 

늦게 퇴근하는 남편때문에 친구들이 저녁이라도 먹자고 했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역시 집은 비어있었고 남편은 평소처럼 저녁 9시가 다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뚜둥.... 현관에 들어서는 남편이... 빈손이다.  ㅠ.ㅠ 

남편은 내생일도 기억안나는지 무뚝뚝하게 한마디 한다. 

"뭐? 나한테 무슨 할말있어?" 

"아니 없어"

나는 너무 서운해서 방으로 들어가서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 

잠시후 방에 들어와서 남편이 커다란 약상자를 찾아서 들고 나가면서 중얼 거린다. "에고 허리가 아파서 약을 좀 찾아봐야겠다..." 

나는 야속한 마음에 대꾸도 안했다. 

 

잠시후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외쳤다. "해피 버스데이 투유~ 해피 버스데이..."

손에는 작은 케잌이 올려져있었고 내눈에는 수백개로 보이는 수많은 촛불들이 소리내며 불꽃을 뿜고있었다. 내 나이가 이제는 케잌을 꽉 채우는구나...

"뭐야 노래 하려면 제대로 해. 한소절 부르고 마는게 어딨어" 

"ㅎㅎㅎ 니가 원하던 케잌 여기 있잖아. 노래는 내년에 해줄게. 한번에 갖고싶은거 다 갖는거 아니야" 

이게 뭐라고 눈물까지 그렁그렁하는지 ㅋㅋㅋ

얄미운 남편은 케잌을 든채로 계속 까르르 웃느라 정신이 없다. 

"케잌은 어디다가 숨겨놨던거야?" 

"출근할때 사간건데 아까 사실 조용히 집에 들어왔는데 너가 방에 있어서 못들은거 같더라고. 그래서 침실에 케잌 놓고 다시 나갔다가 들어온거야 ㅋㅋㅋㅋㅋ 진짜 성공할 줄은 몰랐어 ㅋㅋ 너 아까 화난 표정 ㅋㅋㅋㅋ

"허리 아프다며? 괜찮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담배를 안피니 라이터가 없어서. 생각해보니까 약상자에 라이터가 있더라고. 그래서 상자채 들고나온거야 ㅎㅎ" 

저녁을 요리하는 자서방 옆에서 나는 혼자 케잌을 먹었다. 요리하는 남편 입에도 한입씩 넣어주면서-

그래도 우리 츤데레 남편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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