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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살이 3년차. 부추전 먹다가 향수가 밀려왔다.

by 낭시댁 2023. 8. 26.

오늘 하늘이 왜이리 우중충하니... 비가 올것 같네. 

무식아, 이런날은 뭐다? 부침개다!! 

응... 노관심 고맙다.  
 
내 책상위에서 졸고 있는 무식이는 내버려두고, 시댁에서 가져온 부추를 손질하러 부엌으로 갔다. 오 씬난다! 
 
3년 넘도록 한국을 못갔더니 부추의 향만 맡아도 이리 설렐수가 있구나... 
 
향에 취해서 부추를 다듬고 씻는데도 콧노래가 나온다. 

첫판은 일부러 어릴적에 엄마가 해 주시던 것 처럼 별 재료 없이 밀가루 반죽으로만 부쳐보았다. 감자를 갈아서도 자주 해주셨는데 그 생각은 미리 못했네. 
 
두번째 판은 부침가루에 참치까지 넣어서 바삭하게 부쳤다. 

혼자먹는게 무슨맛이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맛있습니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요... 
 

 

 
나에게 부추는 향수가 가득한 음식이다.
7살쯤이었던가 어린시절에 엄마 심부름으로 부추전을 들고 혼자서 들꽃 가득 핀 고개를 넘어 논에서 일하시는 아빠에게 참을 갖다드린 적이 있었다. 아빠는 그때 나더러 정말로 여기까지 혼자왔냐며 깜짝 놀래셨다. 
그때의 그 부추전 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 
아빠와 논두렁에 앉아서 같이 부추전을 먹고나서 아빠가 일을 끝내실때까지 혼자 논두렁에서 놀다가 아빠 경운기를 함께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나때문에 일을 서둘러 끝내신 것 같다. 집에 도착했을때 아빠는 어린애를 왜 거기까지 혼자 보냈느냐며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셨는데 엄마는 대수롭지않게 반응하셨다.
그때 아빠의 논으로 가느라 부지런히 걸어서 넘던 들꽃 가득한 언덕은 지금도 내 꿈에 종종 나온다. 눈만 감아도 생생하게 펼쳐지는 곳. 그곳을 지날때면 뻐꾸기가 그렇게나 울어댔다. 지금은 어떤 모습이려나... 벌써 35년 전이네...
 
 

참치를 넣은 부추전도 정말 맛있구나. 
 
부추전 두판을 먹고나니 좀 아쉬운 느낌이 있어서 김치전을 한판 더 구웠다. 마침 신김치도 있고 참치캔도 따놓은게 있으니 부침가루 섞어서 휘리릭- 

김치전도 맛있다. 이건 혼자 먹기 아쉽네. 엄마랑 언니한테 부추전 김치전 사진을 보내서 괜히 자랑도 해 보았다. 
 
후식은 시댁에서 따온 무화과다.  

응 무식아? 

 나는 향수에 빠져있는데... 어쩜 이리 무관심이니...

영혼없는 표정에 내가 두손 들었다. 그냥 계속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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