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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에서 이사비용 견적보기. (이삿짐+청소비)

by 낭시댁 2023. 10. 1.

나는 거의 평생을 떠돌이처럼 살며 이사를 다녔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언니랑 단둘이 자취를 했고 매년 우리는 자췻방을 옮겨다녔다. 
성인이 되어서는 해외에서 주로 근무를 해왔기때문에 마찬가지로 이사하는데는 아주 이골이 나 있었다. 새 물건을 살때마다 짐이 많아지는걸 항상 경계하며 두번씩 생각했고 새로운 물건이 생기면 원래쓰던 낡은 물건은 바로 처분을 하는 식으로 짐을 늘리지 않은 덕분에 택시한대로도 이사를 다닐 수가 있었다. (가구가 구비된 곳에서만 살았으므로 가능했다.) 
 
싱가폴 근무후 서울로 발령이 났을때 회사에서 국제이사 서비스를 제공해주었는데 그것은 나에게 과한 서비스였다. 업체직원이 짐 포장까지 해 준다며 상자들을 잔뜩들고 찾아왔을때 내가 "이게 전부예요." 라고 내 물건들을 보여줬을때 그 직원의 표정을 잊을수가 없다. 커다란 상자를 엄청 많이 들고왔는데 결국 상자 한개에 내 싱가폴살림살이 전부가 들어갔다. "진짜 이게 다예요?" 라고 몇번이나 묻는 그 남자의 표정을 보면서 내가 오히려 좀 민망했다.
 
싱글일때는 그렇게나 간단했는데... 이제는 이삿짐의 스케일이 완전히 달라졌다.
 
프랑스에 처음와서 시댁에서 4개월 얹혀 살다가 근처 아파트로 처음 분가했을때는 짐이 그리 많지 않아서 이사가 무서운것인줄 몰랐다. 그때도 대형티비와 드럼세탁기는 자서방의 친구들이 함께 옮겨주느라 큰 애를 먹었지만 2층이라 그나마 수월했던 것이다. 
 
 
이제는 대형티비가 한대 더 늘었고 (영화는 제대로 봐야 한다는 남편의 소신... 83인치...;;) 거기다 사격을 취미로 즐기는 남편의 장총이 보관된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금고까지 있다. 심지어 이사하는 집은 4층인데다 엘레베이터는 코딱지만한 사이즈... 
 
프랑스 아파트 엘레베이터들은 왜이리들 작고 불편한지! (물론 최근에 지어진 건물은 예외지만) 두 사람이 타면 꽉 차버려서 화물은 애초
에 어렵다. 집보러 갈때마다 중개인은 혼자 계단으로 다녔는데 딱한번 셋이서 같이 탄적이 있는데 어찌나 서로 밀착되던지 숨쉬기도 조심스러워졌다는... 
 

 
남편은 이사업체를 인터넷으로 검색한 후 견적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한국에서는 원룸 이사할 때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구비가구들을 클릭해서 예상견적을 바로 확인할수가 있었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는 모양이다. 남편은 콜센터 직원이 시키는대로 이방 저방에 줄자를 들고 다니면서 뭐가 있는지를 하나하나 불러주기 시작했다. 아이고...
심지어 내가 샤워하러 들어갈때 시작했는데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때도 남편은여전히 전화통화를 끝내지 않은 상태였다ㅋㅋ
 
통화를 끝낸 남편의 표정은 이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세상 피곤해보였다.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내가 웃었더니 남편이 신음처럼 말했다. 
 
"똑같은 질문을 몇번이나 했는줄 몰라... 말귀도 못알아듣고... 이래서 나는 대형업체들이 싫어... 전화할때마다 연결도 어렵고 매번 상담원도 달라져..." 
 
자서방은 결국 동네 작은 업체를 수소문해서 연락을 했고 그곳에서는 사장님이 견적을 확인해 주겠다며 바로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진작 여기로 전화할 걸..." 
 
그러게 애초에 줄자를 들고 이방저방 다니면서 유선상으로 견적을 뽑을 생각을 하다니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동네 이사업체 사장님은 8살쯤 된 귀여운 딸과 함께 오후 늦게 방문을 했다. 방들을 대충 둘러본 후 다른곳에서 견적을 혹시 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자서방은 하소연을 하며 대형이사업체의 만행(?)을 알렸다. 그 사장님은 웃으며 그 가격으로 맞춰주겠다고 하며 우리에게 오히려 연락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평소와 다르게 자서방은 가격 흥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만큼 사장님을 본 순간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나는 집에 있던 하리보 젤리 한봉지를 가져와서 사장님께 허락을 먼저 구한 후 꼬맹이에게 건네줬다. 사장님도 꼬맹이도 우리부부도 모두다 기분좋았던 짧은 만남이었다.
 
이사가격은 1150유로였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직접 모든짐을 포장하고 푸는거지만 큰 가구들은 업체에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해 주기로 했다. 두대의 대형티비도 우리가 보관하고 있는 박스에 포장하고 다시 푸는것까지 해준다고 한다.

짐 포장서비스까지 포함하거나 짐을 푸는것 까지 하면 각각 4-500유로 정도씩 가격이 올라가는것 같은데 애초에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귀담아듣지를 않았다.
 
4층인데다 엘레베이터도 좁아서 옮기는데 여간 고생하는게 아닐것 같다. 혹시나싶어 물어보니 사다리차는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해체할수 있는건 해체해서 계단으로 옮길거라고 한다.
 
 
우리가 떠나는 아파트의 청소는 직접 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중개인이 소개해 준 청소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50대쯤 돼 보이는 여성 한분이 10대 아들과 함께 견적을 위해 방문했는데 이분역시 자기네로 연락을 줘서 너무 고맙다고했다. 청소 비용은 300유로였다. 
 
 
이래저래 돈 들어갈 일이 끊이질 않는구나.
 

저녁이 되면 무스카델은 내 팔걸이에 앉아서 티비를 함께 시청한다.

 
무식아, 이 평화는 즐길수 있을때 즐겨둬. 곧 너는 마음에 안드는 상황이 발생할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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